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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Nov 22. 2023

장미꽃이 피었네


   마감을 하고 나면 한동안 텅 빈 상태가 된다. 하루 종일 OTT를 보고, 호밀빵을 만들어 식힌 후 잘라 냉동실에 넣어두고 마음 편히 잠드는 생활. 딱 일주일만 그렇게 살려고 했는데 불청객이 찾아왔다. 어깨에 숨어 있던 석회화 건염이 존재를 드러낸 것. 참을 만큼 참다가 너무 아파 울며 잠이 깬 후 정형외과를 찾았다. 바늘 공포증이 있어서 식은땀을 흘리며 어깨에 주사를 여덟 번이나 맞았다. 주사와 체외 충격파, 물리치료를 3주째 하고 있지만 괄목할 만한 효과는 없다. 팔이 뒤로 돌아가기는커녕 위로 올리는 것도 쉽지 않아서 옷을 갈아입거나 머리를 말리는 게 아주 불편했다.


   통밀 파스타를 만들어 아점을 먹고 병원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11월 중순이 넘었는데, 담장에 장미꽃이 피어 있었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냈다.

   - 철 모르고 핀 꽃이 예쁘기도 하지.

    나의 카톡에

   - 원래 철없는 게 예뻐.

    친구가 답했다.

   - 그래?

   -제때가 아니라 어설프고 안쓰러워서 그런가. 왠지 모르게 더 정이 가.


   나는 까치발을 들고 장미에게 다가가 옅은 향을 맡았다. 제때라는 게 있을까. 있더라도 꼭 지킬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나도 장미에게 용기를 얻어 무시하고 살아야지.

   11월이 이렇게 지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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