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사이 지하철에서 두 번이나 자리 양보를 받았다.
첫 번째는 밤 10시쯤, 타고나서 두어 정거장쯤 갔을 때 내 옆 옆 자리의 사람이 일어났다.
"여기 앉으세요."
그 앞자리에 서 있던 사람이 말했다. 180센티미터가 훌쩍 넘어 보이는 잘 생긴 청년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나는 그가 곧 내리려는 줄 알고 빈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그는 몇 정거장을 더 서 있다가 다른 곳에 자리가 나자 가서 앉았다. 고맙고 미안했다.
두 번째는 낮이었다. 지하철이 당산에서 합정으로 향하는 사이, 나는 창밖 강가에 당도한 봄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앉으시죠."
내 옆에 서 있던 (나보다 훨씬 더 나이 들어 보이는) 남자가 자기 앞의 빈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머,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왜지?
(노골적으로) 남의 자리를 탐해 본 적 없는 나는 의문이 들었다. 자리를 비켜주고 싶을 만큼 나이 들어 보이나? 하긴 오십견이니 뭐니 해서 겨우내 힘들었지 등등의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그 이후 그렇게 다정한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귀인을 만났던 건데, 익숙한 일이 아니다 보니 화들짝 놀라서 괜한 생각을 했나 보다.
가까스로 지연해 보려 노력할 뿐 시간과 함께 서서히 마모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건데, 평소엔 뒤늦게 따라오던 마음이 이럴 땐 훌쩍 앞서가 있다. 이런 생각이 희미해질 무렵 또다시 귀인을 만나다면 한동안 미소를 머금고 지낼 것이다. 덕분에 좋은 하루가 되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