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도 종종 다툰다. 언제나 한마음 한뜻일 수는 없어서, 가끔 의견 충돌이 생긴다. 나중에 생각해 보면 별것도 아닌 일이 대부분이다. 그냥 내가 한발 물러나면 되는 일이고, 감정이 상하게 하지 말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면 될 일인데, 다투는 순간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다.
다투고 난 뒤에는 금세 후회한다. 다음에는 그냥 내가 져줘야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또 다툼의 순간이 찾아오면 목소리가 날카로워진다.
"이거 해달라고 수백 번은 이야기한 것 같은데, 왜 안 해?"
"내가 노는 줄 알아? 다른 일 때문에 못 했잖아."
다른 부부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괜한 소모적 다툼이다. 나와 아내는 결국 다른 사람이고, 상대가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언성이 높아질 때는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게 된다. 싸움은 서로에게 상처가 된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갈등과 싸움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다툼을 피할 수 없다면, 화해를 잘해야 한다. 아내는 우리가 다투면 24시간 이내에 풀자고 제안했었다. 제때 대화하고 해소하지 않으면, 사소한 일에도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싸우고 난 다음 날 즈음에는 어느 하나가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다가가 먼저 미안함을 표시한다.
어제 다툰 이유는 나에게 있었다. 아내는 꽤 단단히 삐져있다. 그래서, 말 한마디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눈치가 아니다. 저녁에 맛있는 요리와 와인으로 마음을 풀어줘야겠다. 같이 봤던 어느 방송에서 유명 셰프가 만든 두부 요리를 보며 아내가 맛있어 보인다고 말했던 게 기억나서 레시피를 뒤졌다.
"여보, 저녁 먹어."
"와, 이거 너무 맛있다. 전에 내가 맛있어 보인다고 해서 만든 거야?"
"응, 모양이 생각보다 별로지? 내가 사과의 의미로 만들었어. 먹고 화 풀어. 내가 미안했어."
아, 이렇게 대화가 이어져야 하는데, 고민하며 만들어낸 두부를 쪼개 먹으면서도, 좋아하는 와인을 마시면서도 아내는 별말이 없다. 해피 엔딩의 기대가 더 깊은 불안함으로 바뀐다. 우리 싸움의 공소시효는 끝나가는데. 이번에 내가 쏘아 올린 다툼의 원인이 생각보다 큰 모양이다.
오늘 요리가 엉망이긴 했다. 내가 먹으면서도 괜히 만들었다 싶었다. 더 맛있게 만들어졌다면 아내의 화가 더 빨리 풀어졌을까? 그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맛없는 두부구이 요리라도 하지 않았다면 아내의 골은 훨씬 깊어졌을 것이다. 어쨌든 24시간 안에 미안함을 전한 건 백번 잘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