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예찬

설레는 봄 노래 만드는 방법

by Joe Han

뮤지션들이 가장 많이 노래하는 계절은 무엇일까요? 최근 들어 느끼는 것인데, 나는 봄 노래들이 가장 많지 않을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어둡고 추운 겨울의 터널을 벗어나 빛이 반짝이고 세 따뜻한 봄을 맞으니 들뜨고 두근거리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나도 그런 설렘에 만든 노래가 있습니다.


‘청춘예찬’


이 노래에서 ‘청춘’은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시절을 이르는 말이 아닌, ‘푸른 봄’을 의미합니다. 제목 그대로 푸르른 봄을 예찬하는 노래지요. 겨울을 견디느라 고생했다고 하늘이 주는 선물 같은 계절. 그리고 방금 찾아온 봄처럼, 사랑을 돋우며 설레는 감정을 터트리기 시작하는 연애의 파릇한 때를 이야기 합니다.


‘청춘예찬’의 도입부는 어느 봄날, 집으로 향하던 햇살 좋은 낮에 만들었습니다. 내가 살던 동네는 주변에 숲이 있어서, 나무들이 봄의 기운을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전해 줍니다. 어느새 길가의 개나리는 흐드러지고 있었습니다. 마침 집 근처 카페의 창 안쪽 테이블에도 프리지아가 한 다발 꽂혀 있고요. 역시 봄은 노란 빛으로 찾아옵니다.


꽃 피어 봄 마음 설레니

아, 이 젊음을 어찌할거나


딱 설요의 시 같은 감정이었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괜히 더 가볍고 자연스럽게 콧노래가 흐릅니다. 그 사뿐사뿐한 걸음에서 ‘청춘예찬’ 첫 소절의 가사와 멜로디가 갑자기 돋아났습니다. 그 영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바로 핸드폰에 녹음해두고, 집에 가서 샤워를 하며 그 짧은 소절을 되뇌고 더 정교하게 다듬었습니다. 그리고는 옷을 대충 걸쳐 입고 거실에앉아 기타를 잡고 코드를 붙였습니다.


그때 만들어진 첫 소절입니다.


햇살이 참 좋아서 거리를 거닐다
노란 프리지아 한아름 사서

환한 창가에다 살포시 꽂아두
그대 오기만을 기다렸어


이렇게 한 소절을 만들어 놓고, 노란 프리지아가 꽂힌 그 카페로 향했습니다. 퇴근길에 종종 들러 에스프레소를 마시던 가게인데, 왠지 창가 테이블에 앉으면 무언가 더 떠오를 것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주 가방에 휴대하는 손바닥만한 오선지 노트를 들고 카페에 앉아 노래의 두번째 소절까지 뚝딱 만들었습니다.


커피는 향기롭고 음악은 감미롭
공기는 최고로 따뜻해서

마냥 웃음이 났어 그냥 웃기만 했
그대 지척인 것 같아서


이렇게 1절의 도입부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도입부는 2개의 원래 코드로 만들었습니다. G와 Am. 그런데, 달랑 2개의 코드로 끌고 가자니 밋밋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G 코드로 구성된 4개마디는 G-GM7-G7-GM7으로, Am 코드로 구성된 4개 마디는 Am-Am7-AmM7-Am으로 고쳤습니다. 소리는 조금 더 입체적으로 들리고, 봄의 설레는 감정이 더 잘 표현된 느낌이 듭니다.


‘청춘예찬’은 도입부와 후렴이 애초에 하나의 곡이 아니었습니다. 도입부 작업을 하면서 먼저 만들어 두었던 다른 노래의 것을 가져다 후렴으로 붙인 것입니다. 내 노래의 매시업(mash up)이라고 할까요? 주변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식으로 곡이 만들어진 케이스는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적어도 이 노래는, 두 개의 곡을 붙여보니 원래의 곡보다 더 만족스러운 결과입니다.


‘청춘예찬’의 후렴은 원래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려고 만든 고백송이었는데, 임무를 마친 그 곡의 후렴 멜로디를 떼서 ‘청춘예찬’의 후렴으로 붙인 것입니다. 그 고백송의 제목은 ‘E Major 7’이었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드, 소리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그 코드를 주제로 곡을 만들면, 더욱 아름다운 사랑 노래가 쓰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아예 제목도 ‘E Major 7’으로 했던 것이죠.


‘E Major 7’의 후렴은 원래 EM7 코드로 시작하는데, G 코드와 Am 코드로 만들어진 '청춘예찬'의 도입부에 맞춰 GM7 코드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청춘예찬’은 타이틀곡이 아니었지만, 음반의 전체적인 색깔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내 첫 음반 ‘시작’이 봄 시즌에 맞춰서 세상에 나온 이유입니다.


햇살이 참 좋아서 거리를 거닐다가
노란 프리지아 한아름 사서
환한 창가에다 살포시 꽂아두고
그대 오기만을 기다렸어

커피는 향기롭고 음악은 감미롭고
공기는 최고로 따뜻해서
마냥 웃음이 났어 그냥 웃기만 했어
그대 지척인 것 같아서

따뜻한 바람에 그대 얼굴 연분홍 물들면
기다리던 내 마음은 마냥 들떠 일렁이지
따뜻한 햇살에 골목 어귀 푸른빛 스미면
사뿐사뿐 다정한 손 잡고 종일 거닐고파
봄 봄 봄

하얀 스니커즈 신고 거리를 거닐다가
산뜻한 스카프 하나를 사서
작은 상자에다 살포시 담아서
그대 향해 걸음 재촉했어

바람은 간지럽고 나뭇잎 꼬물대고
공기는 최고로 따뜻해서
마냥 웃음이 났어 그냥 웃기만 했어
그대 지척인 것 같아서

따뜻한 바람에 그대 얼굴 연분홍 물들면
기다리던 내 마음은 마냥 들떠 일렁이지
따뜻한 햇살에 골목 어귀 푸른빛 스미면
사뿐사뿐 다정한 손 잡고 종일 거닐고파
봄 봄 봄
봄 봄 푸른 봄


http://m.app.melon.com/song/lyrics.htm?songId=30376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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