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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Han Apr 14. 2023

영 불편한 심부름

Feb. 17, 2020

"ㅅ 언니 생일이니까, 백화점 가서 선물 좀 사다 줘."

"웅, 뭐 사 올까?"

"요즘 언니 운동 열심히 하니까, 운동화 선물하면 좋겠어."

"어떤 걸로 사?"

"여보가 예쁜 걸로 골라줘."

바쁜 아내는 종종 내게 이런 부탁을 했다. 누구 생일인데 무엇을 사다 달라, 는 매우 간단한 주문. 다만, 구체적인 조항은 없다. 말 그대로 예쁜 걸 사야 미션 완료. 막상 백화점에 가서 제품들을 마주하면 고민이 절로 밀려온다. 여성 제품은 색깔도, 모양도 고운 것들이 어쩜 이렇게 많을까? 디자이너들은 모두 여성용품에 역량을 쏟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작 예쁜 제품을 찾으면 주저한다. 여러 매장 뒤져 이렇게 미끈한 신발을 발견했는데, 내 아내가 아닌 외간 여자에게 줘야 하다니... 아무래 아내의 부탁으로 온 거라지만, 다른 사람 것만 사는 마음은 영 편하지 않다. 똑같은 걸 아내에게 사줄까? 아니면, 어떤 신발을 사든, 아내도, ㅅ 언니도, 모두 만족할 테니, 이 신발 말고 조금 덜 예쁜 걸로 살까?


여보, 이제 이런 심부름시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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