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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Han Jul 02. 2023

일요일엔 내가 짜장면 요리사!

야 너두 짜장면 만들 수 있어

'냉장고를 부탁해'가 인기 있던 시절, 일부 음식들을 따라 해보곤 했다. 새로운 재료를 많이 살 필요가 없고 요리 과정이 복잡하지 않은 것들, 그중에서 아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고르는 식이다. 퇴근길에 산 군고구마를 으깨 디저트를 만들기도 하고, 멸치육수나 내던 놈이 채수를 냈다. 당근으로 난생처음 퓨레를 만들고, 계란 흰자로 머랭을 치고, 커스터드 크림을 만들었다. 뭐, 다 맛있지는 않았다. 형편없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만들 바에야 사 먹는 게 낫지, 싶었다. 요리에 있어 나의 손재주는 그랬다.

그런 내게 이연복 셰프는 한 줄기 빛이었다. 짜장면이 저렇게 간단한 음식이었어? 방송을 볼 때마다 짧은 시간에 요리를 뚝딱 만들어내는 마법을 목도하며 늘 신기해하면서도, 셰프이기 때문에 가능한 메뉴들이 대부분이라 생각했다. 그에 비해 짜장면은 비교적 간단해 보였다. '현지에서 먹힐까'에서 이연복 셰프가 우리 집 주방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삽시간에 만들어내는 모습까지 보자, '나도 할 수 있겠는걸' 하는 자신감 솟았다.

어차피 돼지고기와 양배추, 양파, 애호박은 집에서 자주 사는 식재료니까, 춘장과 굴소스만 준비하면 끝. 크지 않은 웍에 기름 두르고 재료를 단단한 것부터 하나씩 넣어가며 볶기만 는데, 동네 중국집에서 먹던 것과 흡사한 맛이 난다. 띵호와! 밑재료 손질에 셰프보다 훨씬 긴 시간이 들고, 볶아내는 시간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해 재료 각각의 식감을 모두 살리지는 못했지만, 집에서 이 정도로 맛을 재현한 게 어니야?

다행히 아내도 좋아했다. 우리는 소스를 칼국수면에 얹어 먹고, 밥에 뿌려 먹었다. 가까이 사는 친한 언니네 집에도 나눠줬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처음 만들어본 짜장면은 그렇게 내 필살기가 되었다. 몇 번 만들어보니, 돼지고기를 듬뿍 넣어도 맛있고, 고기 없이 채소만 볶아도 맛있다. 춘장과 굴소스만 있으면 누가 만들어도 맛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내에게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남편에게 이런 재능이!', 하고 감탄하게 하고 싶은 마음.

일요일을 맞아 오랜만에 웍에 기름을 둘렀다. 지난번보다 더 맛있게 됐네! "여보, 얼른 와! 면 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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