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 주로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를 끓이곤 했다. 소박하지만,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음식 중 일정한 수준을 보장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한 번은 좋은 고기를 먹이겠다고 등심을 사다가 스테이크를 해준 적이 있다. 아스파라거스와 양파도 달큰하게 굽고, 상큼한 샐러드까지 곁들였는데, 정작 메인요리인 고기에 밑간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내가 맛없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맛있었다면 감탄사가 자연스럽게 나왔을 것이라는 걸. 지겨워질 수도 있지만,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를 번갈아 가며 끓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새로운 것도 먹이고 싶었다. 한 번은 닭볶음탕을 해주겠다고 연습한 적이 있다. 미국으로 넘어가기 전, 내가 아내에게 해 줄 수 있는 음식 리스트를 짜 연마하며 엄마에게 닭볶음탕을 배웠다. 나름 맛있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예고 없이 닭볶음탕을 만들었는데, 결과는 그녀의 필살기 수준이었다. 늘 건강한 식단을 고집하는 아내는 MSG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국물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공부하고 일하느라 요리 경험이 많지 않은 아내는, 특급 요리사 장모님의 유전자 덕분인지, 비록 레시피를 검색해 가며 만드는 요리지만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훌륭하게 만들어 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닭볶음탕을 하지 않는다.
"음... 이제 이 건 여보가 만들어. 내가 흉내 낼 음식이 아니다... 엄마 꺼보다 더 맛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