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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Han Jan 12. 2024

떡볶이가 익숙하지 않아서

Mar. 22, 2020

나는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질겅거리는 식감을 선호하지 않고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데, 떡볶이는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고 있어 내가 관심과 애정을 보일 틈이 없다. 학창 시절에도 친구들과 분식집에 갔던 기억은 별로 없다. 아내는 떡을 좋아하지만 나와 같은 맵지리과에 속한다. 그래서 그날 우리가 대체 어떤 이유로 떡볶이를 만들어 먹자고 했는지 전혀 모르겠다.

떡볶이를 만든 건 난생처음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로 어렵지 않은 요리인데, 머리에 개념 자체가 탑재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재료 준비부터 무엇 하나 순조롭게 진행할 수 없었다. 블로그를 여러 개 둘러보며 너무 전문가스럽지 않은 사람들이 비교적 간단한 재료와 과정으로 만든 레시피를 참고했다. 근처 한인 마트에서 떡과 어묵을 공수하고 냉장고에서 여러 채소를 꺼냈다.

국이나 찌개 정도는 그럴싸하게 끓이고, 제육볶음 같이 양념 들어간 요리도 여러 차례 만들어본 덕분인지, 첫 떡볶이는 예상보다 수월하게 진행됐다. 고추장을 조금씩 덜어 넣으며 맵지리 둘이 너무 힘들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최적의 농도를 찾았다. 어묵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넣고 삶은 계란까지 더했다. 보글보글. 깨를 뿌려 마무리. 얼마 전 냉동실에 넣어둔 김밥은 계란 물 묻혀 데워냈다.

파를 올리지 못해 아쉽지만, 겉보기에는 나름 그럴싸하다. 다만, 떡볶이를 많이 먹어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지향한 맛의 방향이 없다는 게 문제일까 아니면 잣대로 삼을 기준이 없기 때문일까? 내가 처음 만든 떡볶이는 난생처음 먹어본 맛으로 태어났다. 오묘~했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맛있지도 않았다. 낯선 맛은 아닌데, 그렇다고 떡볶이에서 날 맛도 아니었다.

"여보,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맛의 떡볶이일 거야."

아내는 맛있다며 잘도 집어 먹는다. 감사할 따름이다. 뒷이야기지만, 이후에도 떡볶이를 두세 번 더 만들어 주었다. 발전은 없었다. 다른 레시피를 참고해 보았더니, 이번에는 다른 종류의 처음 먹어보는 맛이 됐을 뿐. 그때에도 아내는 맛있다고 잘 먹어 주었고. 이쯤 되니, 아내의 맛있다는 대답이 과연 진실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아내에게 떡볶이를 또 만들어주는 게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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