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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Han Dec 29. 2021

4년 동안의 블록체인 시장 회고

그라운드X 설립 때 예측이 얼마나 맞았을까?

2018년 3월 그라운드X를 설립하면서 향후 4년, 즉 올해까지의 블록체인 시장을 예측했었습니다. 아래는 그 당시 사업계획서에 들어갔던 4년치 예측 슬라이드입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전반적인 싸이클 흐름은 맞춘 것 같습니다. 특히, 침체기와 회복기의 시점은 거의 비슷하게 예측했네요.



하지만, 2018년 활황기는 생각보다 길지 않았고, 2018년 1월을 피크로 블록체인의 긴 침체기가 시작되어, 2020년 상반기까지 2년6개월 가까이 지속되었습니다. 특히, 20년 상반기에는 탈블(탈블록체인)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업계가 암울 그 자체였습니다. 다행히 20년 하반기부터 침체기를 벗어나 시장이 살아나는 움직임이 보였고, 21년 시장은 완전히 활황이었습니다. 기간으로 보자면 대략 1년6개월 정도 불장이 지속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어떻게 예측했나?


2018년 초에 곧 다가올 침체기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그 당시만해도 수많은 플랫폼과 Dapp들이 ICO를 하면서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엄청난 돈이 몰려들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프로젝트들이 거대한 꿈을 파는 것에 비해 실행은 현실적이지 않았습니다. 탈중앙화앱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사업입니다. 사업은 시장을 만들어내야 하는건데, 시장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거든요. 당연히 대다수 ICO 프로젝트들이 실패할거라 예상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블록체인 업계에 대해 실망하게 될거라 생각했습니다. 


20년 회복기를 예측한 것은 그 즈음이면 블록체인 플랫폼의 한계(속도와 확장성 등)를 어느 정도 극복할거라 예상했고, 일부 Dapp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혼탁한 업계가 정리될거라 본 것입니다. 당시엔 코로나 사태가 일어날줄은 꿈에도 몰랐죠. 결국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자산 팽챙이 시작되고 자연스럽게 크립토에도 기관 자금을 비롯해 여러 자산이 이동하면서 시장의 활력을 가져온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21년의 호황은 블록체인에 적합한 사업 영역이 가시화된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NFT, DeFi, P2E 등이 그런 킬러 사업 영역이죠. 그 전까지만 해도 블록체인은 그 필요마저 의심받았습니다. 블록체인이어야만 되는 사업 영역을 찾는게 숙제였습니다. 침체기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프로젝트들이 끈질기게 시도한 끝에 적합한 사업을 증명해 낸 것입니다.  


블록체인 플랫폼의 방향


블록체인 플랫폼 기술 흐름의 예측에 있어선 1-2년 단기적으로 속도와 확장성, 비용 이슈를 해결하긴 어려울거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20년 정도에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역시나 클레이튼, 솔라나, BSC, 폴리곤, 테라 등 대안적인 L1 플랫폼과 이더리움 L2 솔루션들이 등장했죠. P2E 산파인 엑시인피니티도 자체 L2 체인인 로닌을 개발하며 P2E의 대규모 트래픽을 받아낼 수 있게 됬습니다. 결국, 플랫폼 기술이 성숙하면서 블록체인 킬러 영역들이 저변을 넓혀갈 수 있는 근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21년도에는 플랫폼간 호환성이 중요한 아젠다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올해 인터체인/멀티체인은 핫이슈였습니다. 하나의 체인으로 통일되는 세상보다는 각각의 특성을 가진 다수의 체인이 존재하는 세상을 예측했었고, 그럴 경우 체인간 자산의 이동이나 유연한 앱 연동이 중요할거라 생각했습니다. 인터체인 이슈는 이제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분야입니다.


그럼 앞으로는?


18년에 예측할 때만해도 언제 21년이 오나 했는데, 이제 몇 일 안남았네요. 역시 크립토 시계는 몇 배는 더 빠른거 같습니다. 그리 대단한 예측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시장을 좀 더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보고, 현상보다는 본질에 기반해서 미래를 내다보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업/다운 사이클은 필연적인 부분으로 인정하고 다운 사이클의 트리거를 예측하고, 업 사이클로 반전할 조건을 가설적으로 잡아보는거죠. 마지막으로 그 조건들이 실현되기 위한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해 보면 자신만의 예상 시장 사이클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블록체인 시장에서 22년부터 4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연말/연초 쉴 때 고민해 보기 좋은 주제 아닐까요? 저도 이제 향후 4년의 그림을 다시 그려봐야겠네요.


P.S. 넥스체인은 무엇일까요?


처음에 카카오에서 블록체인 자회사를 설립하자고 제안 받았을 때 제가 기획한 사업의 형태는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였습니다. 가칭 넥스체인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창업한 회사가 넥스알이었고, 거기서 대충 체인을 붙였죠) 17년말/18년초 기획할 때만 해도 ICO는 새로운 펀딩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었고, 잘만 구조화하면 스핀오프하는 회사들을 위한 공통된 펀딩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또한 Dapp  역시 공통된 서비스 컴포넌트들이 많았고, 이를 공통 프레임워크화 시키면 빠르게 회사들을 빌딩해 낼 수 있을 것 같았죠. 


원래 계획은 Dapp을 여러개 찍어내 본 다음에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해 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플랫폼들이 속도와 확장성에서 일반 사용자 대상의 서비스에 적합하지 않았죠. 그래서 1-2년 후에 추진하려던 플랫폼을 먼저 개발하게 되면서 그라운드X의 사업도 클레이튼 중심으로 변하게 된 것입니다.   


그라운드X의 초기 사업계획서를 다시 보면, 지금 딱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블록체인에서 컴퍼니 빌딩을 할만한 조건이 만들어 진 것 같습니다. 클레이튼도 이제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시도해 볼만합니다. 결국 킬러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플랫폼이 메이저가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여기서 킬러 서비스는 크립토 유저를 넘어서 수천만명, 더 나아가 수억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이제 블록체인 시장은 킬러 서비스를 누가 만들어 내느냐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그라운드X도 킬러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달려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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