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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Oct 10. 2020

나의 코로나 2월

불안이 뭍어 있는 일상을 살아가기

2/1(토)부터 현재까지 은평 성모병원(진관동)을 방문하신 분들 중 호흡기 증상이 있으신 분은
가까운 선별 진료소를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월 받은 이 문자 한 통을 시작으로 3주간 우리 가족은 살얼음을 걷듯 불안한 일상을 살아내야 했. 내가 코로나 검사를 받기 전까지.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의 중이염이 새해가 돼도 낫지 않았다. 남편은 아이의 중이염이 너무 오래가자 아이를 데리고 2월 중순 은평 성모병원을 방문했다.그리고 일주일 후, 은평 성모병원에 확진자가 발생했다.


기사를 처음 봤을 때부터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진 않을까 동선이 겹치지는 않을까 관련 뉴스를 모두 찾아보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은평 성모병원을 방문한 사람 중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은 선별 진료소를 방문하라는 문자를 받았고 그때부터 아이의 체온을 밤낮으로 재기 시작했다.


병원에 오래 머물진 않았지만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고 병원 지하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셨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아이가 조금만 기침을 해도 불안해지는 날들이 시작되었다. 아이는 조금만 무리를 해도 미열이 오르곤 했는데 그런 날이면 남편과 검사를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논쟁을 벌이곤 했다.  보건소와 120에 전화를 건 것도 족히 다섯 번은 될 것이다. 그때마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으니 좀 더 집에서 지켜보라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불안함은 아이의 기침소리와 함께 점점 커져만 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나 또한 2월 초부터 잔기침을 하고 있었다. 비염이 있고 기관지가 약해서  매년 있는 일이지만 그때는 작은 증상조차 쉬이 넘겨지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나의 일상은 어김없이 굴러가 아침이 되면 회사로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아니겠지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순 없었다.


그리고 3월  어느 목요일 저녁이었다. 며칠 전부터  잔기침이 심해지더니 37.8도 정도의 미열이 있었다.  보통 때 같았으면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되겠다 생각했겠지만 그동안 나도 모르게 품고 있던 불안감이 성냥에 불이 붙듯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그날 밤 선별 진료소에 전화를 해보니 검사까지 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우선 집에서 증상을 관찰하라는 의견을 받았다. 팀장님께 전화를 걸어 급하게 연차를 쓰고 금요일을 쉬었다. 크게 열이 나진 않았지만 주말 내내 37.5~6도를 왔다갔다 했다. 일요일 저녁까지 열이 떨어지지 않자 팀장님께 전화를 걸고 결국 월요일 오전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불안함이 극에 달해서 내 돈을 내고라도 검사를 받겠다는 마음으로 갔는데 은평 성모병원 관련 대상자로 분류되어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집에 돌아가기 전 딸을 엄마 집에 보내고 선별 진료소까지 같이 간 남편과 함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아니겠지 하면서도 '혹시'라는 생각에 하루 종일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날이었다.  혹시 확진자가 된다면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상상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다행히 음성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3주 동안 나의 일상에 숨어있던 불안함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생각해보니   동안 그렇게 불안했던 이유는 내가 가족과 동료, 내만났던 누군가에게 위험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스나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는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었는데 코로나라는 이 전염병은  내 삶 바로 옆에 꽈리를 틀고 앉아 있는 것 같다. 검사를 받은 3월 이후에도 코로나는 마음이 느슨해질 만하면 어김없이 내 삶 한가운데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남편이 열이 나서 코로나 검사를 은 적도 있고(결국 장염으로 밝혀졌지만) 회사 건물에 확진자가 방문해서 재택근무나 조기 퇴근을 한 것도 여러 번이다. 


지금도 2월에 겪었던 것처럼 이 전염병이 언제  또 다시 내  덮칠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갖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일상은 어김없이 바쁘게 돌아가서 회사에 출근을 하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주말엔 집근처 마트에서 장을 본. 아무렇지 않은 척 일상을 살아가는데 그 삶의 분위기가 예전과 같지는 않은 것 같다.


겨울이 오기 전엔 끝나겠지 했던 코로나는 내년 말이나 돼야 끝날 거라는 기사가 나오더니 아예 없어지지 않는다는 기사까지 나오고 있다.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이 괴상하고 이상한 일상이 앞으로의 진짜 일상이 돼버리는 건 아닐까 불안해지곤 한다. 하지만 내년에는 다시 여행을 하고 친구를 만나는 평범하지만 소중했던 일상 다시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품고 오늘도 불안이 뭍어 있는 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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