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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맺는 기쁨 7시간전

나의 꿈

일살림 파이널 에세이: 엄마의 깊은 인생, 아난다 박미옥

누군가 나에게 꿈을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나의 꿈은 내 업보를 내가 지는 것입니다. 내 트라우마를 내 아이에게 전하지 않는 것입니다. 나의 꿈은, 나의 아이들이 아빠 반, 엄마 반인 자신을 편안해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생각하는 나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되어, 나의 몸의 진실에 아멘 하며 답하고, 나의 몸의 소리에 오방색 흔들고 손을 비비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겠습니다. 나의 꿈은 내 폐를 돌고 나온 나의 호흡이 헛되지 않는 것입니다. 나는 이 인생 참 좋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의 꿈은, 다른 것 없습니다. 읽는 것도 쓰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싸는 것도 섹스를 하는 것도, 아이 옷 단단히 여며주고 잘 가라 손 흔들어주는 것도 나여서, 내가 아닐 수 없어서, 나이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그게 나의 꿈입니다. 잘난 사람이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나로 살고 싶습니다.


그럴듯하게 꿈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나는 저잣거리 사당패 중 한 사람입니다.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미친년입니다. 우르르 몰려다니며 어디 가서 고함을 꽥 질러야 잠시나마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사람입니다.


그런 나는 오래도록 고통 없는 인생을 찾아다녔습니다. 일식 때 달이 빛을 가리듯, 찰나의 순간이라도 인생의 고통을 지울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고통 없는 삶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삶으로부터 도망쳐 이야기의 세계로 갔습니다. 종교나 책은 재미있는 이야기로 나를 달래주었습니다. 무섭지 말라 토닥여주고 단것을 입에 물려주었습니다.


나는 웅크린 채 그 세계에 머무르고 싶었지만, 아이의 엄마이고, 남자의 아내였습니다. 어릴 때의 나는 그럴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엄마나 아내인 나는 삶을 살아내야 했습니다. 내 삶은 그들의 삶과 엉켜있었습니다. 고통을 안고 살다가, 마지막엔 내가 먹었던 것들에게 결국 내 살과 내 피와 내 골수를 내어주어야 하는 삶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해체되는 고통으로 점철된 삶으로요.


그리고 이제 이것 정도는 압니다. 인생을 고통과 해체로 해석하는 것이, 바로 내 업보이고 내 트라우마이고 내 카르마라는 것을요. 이것이 내 아픔의 핵심입니다.


나는 기도합니다. 내 것은 내가 안고 가기를요. 내 삶의 숙제는 내가 잘 해결하기를요. 엄마가 감각하는 이 잔인하고 무시무시한 세계를 아이에게 물려주지 않기를요. 그래서 나는 멈추려고 합니다. 나는 살던 대로 살던 삶과 공포와 불안의 세계를 멈추려고 합니다. 나는 지금 여기에 딱 버티면서 머리로만 알던 고통의 실제를, 몸으로 살아낼 것입니다. 똑똑해지겠다, 멋있어지겠다, 성공하겠다, 대단해지겠다는 욕심 버리고 딱 나로만, 엄마로만, 아내로만 살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멈추고, 내 몸에 고통의 아픔과 고통의 기쁨을 허용하겠습니다.


빛의 세계를 살다 보면, 언젠가 달빛 은은히 빛나는 완벽한 어둠이 돌아올 거라는 은밀한 소망을 완전히 버릴 순 없겠지만, 그것은 자연이 주는 선물이지, 내 의도의 핵심은 아닐 것입니다.


나는 기도합니다. 지금의 내가, 지금의 여기를 잘 버틸 수 있기를.


이 고통을 잘 살아내길.


나는 간절히 바라며 두 손 모아 빕니다.



지금 여기 나로부터 행복해지는 여정을 안내하는 자기 돌봄 솔로션인 아난다 캠퍼스에서 자기 회복, 자기 돌봄, 자기 치유 중이다.

저자가 책으로 엮어낼 '엄마의 깊은 인생'을 먼저 읽고 에세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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