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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온 Jun 19. 2021

마음 편한 생일

몇 년 전부터 카카오톡 생일 알림을 꺼두기 시작했다. 마음 편히 생일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로는 알림을 보고 사람들이 기프티콘이나 선물을 보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친한 사이인 경우, 그 사람이 나를 위해 불필요한 돈을 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몇 년째 취업 준비 중인 친구나 외벌이로 아이를 키우는 가장이 선물을 보내주면 그 마음은 정말 고맙지만 괜히 마음이 불편해질 때가 있다. 이 경우 그의 생일에 나도 진심으로 축하해주면 될 일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선물을 보내는 경우이다. 나는 작은 것 하나라도 남에게 받으면 꼭 똑같이 보답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다. 평소 생일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던 사람이 선물을 보내주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갑자기 그 사람의 생일을 알아낸 뒤 잊지 않기 위해 달력에 메모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의 생일이 되면 똑같이 선물을 보내준다. 왠지 모르게 업무를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의무감에 축하하는 상황은 마음이 영 편치 않다.        


두 번째는 원치 않게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여러 단체 채팅방에서 난데없이 축하를 받는 뻘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평소 대화를 하던 방이라면 그나마 괜찮지만 있는지도 몰랐던 대화방이라면 더욱더 뻘쭘하다. 누군가 한 명이 축하한다는 말을 남기면 우르르 날아오는 축하 메시지에 감사 인사를 남기는 것. 역시나 의무감으로 인사를 나누게 되기 때문이다.      


남들은 뭘 그런 것까지 신경 쓰냐고 할 수도 있지만, 늘 매사에 진심이고 싶은 나는 별게 다 마음이 불편하다. 올해 생일에도 카카오톡 알림은 꺼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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