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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Feb 07. 2019

다 가져다 먹이고 싶다.

이러다 집 냉장고 거덜 날 판...


 설에 음식을 한가득했다.

 집이 큰 집이라 며칠을 음식 하는데 시간을 쏟았다. 덕분에 연락도 잘 못하고 허리 아프고 정신도 없었다. 그 와중에 음식은 또 맛있어서 밥은 따로 안 먹어도 계속 음식을 달고 살았다. 한창 음식을 하고 저녁이 돼서야 겨우 연락을 해보니 설에 따로 음식은 하지 않는다는 그는 집에서 전만 조금 사다 먹었다고 했다. 


 우리 집 전이랑 튀김이랑 엄청 많은데... 무엇보다 몇 시간을 빚은 만두가 생각이 났다.


 며칠 전, 망원동에서 데이트를 하다 망원 시장에서 발견한 만두피가 너무 실해서 신나서 왕창 샀는데 생각지 못하게 무게가 엄청났다. 나 대신 만두피가 담긴 봉지를 한참 들고 걷길래 몰랐는데, 갑자기 걷는 위치를 바꾸더니 봉지를 바꿔 들고 손가락을 살폈다.


  "오빠 왜? 무거워?"


 하고 물었지만 이미 손가락에 자국이 선명해서 묻지 않아도 될 뻔했다. 뭔가 조용히 손을 살피는 모습이 너무 웃겨서 웃다가 미안해서 가방에 나눠 담았다. 


 "오빠 손가락 다 있는지 확인했어?"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들어도 돼..."


 들겠다는 주장이 소극적이었다.


 만두피 들어주느라 고생했는데 정작 만두는 먹어보지도 못하네, 하고 생각하니까 만드는 내내 마음 한편에 그의 생각이 걸려있었다. 만두를 먹이고는 싶은데 이거를 식은 채로 먹이기도 그렇고 냉동시켜줘서 만들어 먹으라고 하기도 그래서 어떻게 먹여야 하나 고민을 하다 보니 만두를 다 만들었다.


 엄마가 가장 잘하는 잡채도 너무 맛있는데 가져다주고 싶고, 할머니가 만드신 꼬막 무침도 맛있댔는데 집에 한가득 있었다.


 내가 저녁 내내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이러다 냉장고 가져오겠다"


 "그래 그게 빠르겠다."


 "나중에 빨리 인사드리고 가서 먹을게 참아"


 맛있는 걸 먹으면 생각나는 수준이 아니라... 뭐만 보면... 


 여보 진짜 우리집 거덜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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