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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Mar 08. 2019

굳이 말하지 않았던 것은

정의롭게 화내는 법을 몰라서

 난 화를 낼 줄 모른다. 보통 화가 많이 나는 편도 아니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데 그가 문득 말했다.


 '오늘 나한테 너무 짜증 부리는 거 같아.'


 ... 그랬나? 난 바로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리고 짜증이 난 것까진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그의 말뜻은 알아차렸다. 


 그도 내 마음을 눈치챈 듯 마음이 많이 상했느냐고 물었다. 화를 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를 안다. 난 말싸움을 지고 싶지 않아 하고 나는 꼭 못된 말을 하고 만다. 


 나는 화를 내는 법을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의견을 말하고 그 의견을 받아 주고 대신 책임을 지고 그런 과정들은 모두 거부되어 왔다. 


난 정의롭게 화를 내는 법을 모른다.


 화가 나는 것이 있으면 담아두지 말고 말하자.라고 자주 쿨하게 말하지만...


 난 이런 점에서 기분이 나빴어. 앞으로는 이렇게 말해주었으면 좋겠어. 이렇게 적당히 화를 내고 마음을 털어 버릴 줄을 모른다. 그래서 내 화는 투정이 되거나 짜증이 되고 아님 눈물로 흐지부지 되어버리기가 일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상대의 말과 나의 말, 그리고 이렇게 되어버린 상황에 대해 상처를 받는다. 냉정하게 보면 피해자 코스프레를 좀 했던 것 같다.


 일단은 입을 다물었다. 그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하루 종일 짜증스러웠던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먼저 사과를 건넸다. 그의 마음이라도 가라앉히고 싶었다. 미안하다고 말은 했지만. 서운한 마음이 사라지진 않았다. 


 차라리 말을 해버릴 걸 이라고 생각했지만 착하고 납득할만한 말로 무엇을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가진 뾰족한 단어로 그를 찌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니 좀 더 할 말이 없었다.


 '실은 아까 나 좀 서운했어...'


 '그런 거 같았어. 내가 미안해'


 그는 나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데 정작 나는 말을 할 방법을 몰라 마음을 앓고 있었다. 뒤늦게서야 이런 말을 털어놓는 내가 그에게 피로감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 역시  우리를, 앞으로 나를 위해 정의롭고 착하게 화내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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