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내가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꼈던 일은 케이크를 먹을 때였다. 그는 단 음식을 무지 좋아하는데 그중 제일 좋아하는 것이 케이크다. 그가 앞에 놓인 케이크의 포장을 벗기는 모습을 보고 내가 너무 놀라 그의 손을 탁 잡아세웠다.
"왜 그래?"
그는 마치 젖은 빨래를 널듯 투명한 포장지를 잡고 탁탁 털어댔다. 난 그의 행동에, 그 역시 자신의 손을 막아 세운 내 반응에 놀아 서로 멈칫했다. 내가 조심스레 포장지의 접힌 부분을 뜯어 천천히 벗겨냈다. 그의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사람의 근육은 대근과 소근으로 나뉘는데 자신은 대근을 잘 쓰고 내가 소근을 잘 쓰는 것이 차이일 뿐이라고 했다. 사실 내가 느낀 것은 그저 근육의 사용 문제가 아니었다.
A4 가득 글을 쓰며 공부를 하는데 빨간색 펜을 사용하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그냥 오늘 빨간펜만 가지고 와서' 하고 말했다. '눈 안 아파? 보기 불편하잖아' 하자 '그런가? 괜찮은데?' 하길래 이유를 말할 수 없지만 내가 불편해서 그에게 검은 펜을 사다 주었다.
기름이 잔뜩 묻은 손을 대충 닦고 핸드폰을 만지길래 핸드폰을 뺏어 다 닦고 손가락을 다시 하나하나 닦아주었다. 손에 상처가 생겨도 가방이 무거워도 뭐가 불편해도 불평하나 없는 사람이었다.
내가 예민한 건지 그가 무딘 건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내 손목을 잡더니
"여기 왜 멍들었어?" 했다
멍? 손목을 자세히 보니 파랗지도 않게 노란 멍이 들어있었다. 얼마 전에 링거를 같은 자리에 두 번이나 맞았는데 아프다 하면서도 나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다.
"우와 어떻게 봤어?"
그제야 생각해보니 그는 나에게는 무지 예민했다. 내가 가끔 귀걸이를 하고 만나면 그는 꼭 귀걸이가 이쁘다는 말을 서너 번씩 했고 내가 생리하는 날은 알아서 챙겨주었다. 귀신같이 감기가 시작되는 것을 알았고 괜찮다는 말로 속지 않았다. 언제는 내가 정확히 2KG 살이 찐 것도 알아보았다.
무던한 성격에 비해 눈썰미가 좋다는 내 말에 그는 눈썰미가 좋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문득 그를 보는데 어김없이 나를 보다 눈이 마주치자 이젠 자연스럽게 머리를 한 번 쓸었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시도 때도 없이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이미 너무 많이 말해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니야, 니니는 몰라. 내가 사랑한다는 말에는 사랑도 감사도 행복도 우리의 미래도 담겨있어. 매일매일 정말 많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