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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Mar 31. 2021

육지에서도 크루즈와 함께

제6회 제주국제크루즈포럼

대극장에서 공연 관람, 컨셉별 크루파티, 부서별 빙고게임, 3일 연속 오버나잇, 가족과 지인의 크루즈 방선, 카지노에서 유니폼 입고 사진 촬영, 홍콩에서 스타 크루즈 보며 추억 회상, 부산에 정박한 크루즈에서 한국인 지원자분들께 인터뷰 안내, 크루 멤버들에게 카지노 게임 제공, 꾸준한 운동, 나하에 거주하는 친구의 지인 집 방문, 월드컵 관람, 카지노 부서 단체사진 촬영 등등. 다양한 경험으로 빈틈없이 즐거웠던 순간들.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마제스틱 프린세스호에서의 계약을 끝마치고 귀국한 나는 프린세스 크루즈 박람회를 위해 곧장 을지로를 향해 달려갔다. 크루즈승무원으로서 누리는 이 삶이 즐겁고 만족스러울수록 육지에 머물고 있는 일반인들은 어떤 시선으로 크루즈를 바라보고 있을까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휴가 중 한동안은 외국에서 근무하는 나를 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던 부모님을 어르고 달래었다. 이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했는데, 이번 휴가에서는 스타 크루즈에서 유달리 친하게 지냈던 중국인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내가 직접 심천으로 날아갔다. 몸만 오라고 했던 친구는 같이 지내는 매니저 언니와 함께 내가 불편함 없이 지내도록 하나부터 열 까지 베풀어주었고 덕분에 나는 풍족하게 순간순간을 누릴 수 있었다.


예전에는 같은 유니폼을 입고 매일 특정 장소에서만 마주했던 우리였는데 이렇게 나란히 침대에 누워 같은 이불을 덮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니.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온통 크루즈 생각뿐인 내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아시아 크루즈, 세계를 향하여'라는 주제를 가진 제주국제크루즈포럼에서 진행되는 크루즈승무원 취업설명회에 참여해보지 않겠냐는 제의였다. 담당 교수님의 추천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지난 범의 경험으로 조금 더 자신감이 붙은 나는 부끄러움은 잠시 미뤄둔 채 '해보겠습니다!'라는 활기찬 대답을 드렸다.






2018 6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은 제주신화월드에서 진행되었다. 사전에 렌트한 차량에 탑승해 조금 일찍 도착한 우리는 호텔 방에 짐을 풀고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밖으로 향했다. 넓은 로비에는 갖가지 부스들이 저마다 특유의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는데 우선 나는 3일간 진행되는 크루즈포럼에 대한 안내를 전반적으로 훑어보았다.


그 길로 직원에게 박람회 도우미 명찰을 건네받은 우리는 머무르게 될 부스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우리 부스는 대경대학교를 포함한 3개 기관이 함께 진행하는 '크루즈전문인력양성과정'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학교에서 데려온 크루즈 모형들이 생각 이상으로 인기가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일본에서 오신 크루즈 업계 관계자와 대화하는 중

함께 온 후배와 나는 대경대학교를 대표로 부처 간 사업인 해당 프로그램을 일반인들에게 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주로 학부모님들께서 우리 부스를 찾아주셨는데 정말로 이 프로그램에 대해 관심이 있어 오신 분들은 몇 되지 않아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말씀을 나누었던 분들은 모두 친절하셨고 덕분에 우리 역시도 지루 할 틈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그분들을 응대할 수 있었다. 여러 조언과 긍정적인 말씀은 덤!



유명인사분들의 기념촬영 시간!

한가로울 때는 번갈아가며 산업 전시회나 이벤트 존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특히 국립해양박물관, 한국산업인력공단, 롯데투어 등 이웃 부스의 직원분들을 만나 한 두 마디 주고받다 보면 금세 시간이 흘렀다.


이따금 진행 중인 세미나에 참석하여 전문가들의 연설이나 강연을 유심히 듣거나 열 띄게 진행되는 토론에 나도 모르게 심취하기도 하였는데, 흔치 않은 기회라는 걸 알아서 그런지 이곳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에 문득문득 짜릿한 전율이 온 몸을 타고 전해졌다.



예정된 세미나와 각종 행사가 순차적으로 마무리되고 마침내 나는 해양수산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함께하는 취업설명회의 일원으로 참가하여 대중들 앞에 서게 되었다.


전국 대학생 및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크루즈전문인력양성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개최한 이 설명회에는 크루즈와 크루즈승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알고자 하는 분들께서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셨다.



이윽고 드림 크루즈 현직 크루즈승무원분의 열정 넘치는 환영인사로 성황리에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3개의 참가기관은 각 기관별로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오늘 참여한 관심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질의응답도 함께 병행하였다.


나는 '대경대학교 입학-스타 크루즈 승선-크루즈전문인력양성 프로그램 수료-홀랜드 아메리카 라인 승선-프린세스 크루즈 승선'과 같이 키워드별로 선상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냈고, 스타 크루즈 현직 크루즈승무원분께서는 크루즈 승무원의 직업 구조, 기본 개념, 포지션 설명 등에 있어 막힘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설명회가 끝난 후 상당수의 인원이 내게 다가와 '블로그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맞나요?'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셨는데, 그들의 관심과 사랑이 부끄러웠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뿌듯하기도 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에 매끄럽게 진행하며 여유있는 시선으로 대중들을 바라볼 줄 알았는데 웬걸, 긴장된 탓에 미소를 유지하긴 했으나 후끈 달아온 얼굴에 어쩔 줄 몰라했던 나였다.


준비했던 걸 전부 전달해 드리지 못한 것만 같아 만족스럽지 못했던 하루. 잘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마음먹은 만큼 해내지 못한 내 자신이 괜스레 미워졌다.

'왜 그토록 긴장했던 걸까?'


나는 무엇이 날 이토록 긴장하게 만들었던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며 이번 기회에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며 부정적인 사고가 스멀스멀 기어올라왔지만 최대한 꾹꾹 눌러 담았다. 대신 조금 더 꼼꼼하게 준비해 많은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멋진 내 모습을 상상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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