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함께 해줘 고맙습니다.
1) 2월의 음반 - 키스 자렛(Keith Jarrett) [Sun Bear Concerts]
_ 1976년, 키스 자렛의 총 8회에 걸친 일본 투어 중 5회의 공연 실황을 10장의 LP에 담았다. 쾰른 콘서트와 비견해도 좋을 만큼 인상 깊은 연주를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그의 라이브 앨범 두 장을 꼽는다면, 쾰른 콘서트와 이 앨범이다. 최근 그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이 있어 이번 재발매가 더욱 반가운 마음이다.
2) 2월의 책 - 긴긴밤 (글, 그림 루리)
_ 악몽을 꿀까 봐 무서워서 잠들지 못하는 날은, 밤이 더 길어진다고 한다. 그 긴긴밤을 견디며 바다를 찾아가는 흰 바위 코뿔소와 어린 펭귄.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와 틀을 깨고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성장'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3) 2월의 만화 - 귀멸의 칼날
_ 선한 마음을 지닌 정의감에 불타는 주인공과 주인공의 성장을 돕는 주변 인물들. 일본 특유의 소년 성장물 클리셰를 답습하는 면이 없잖아 있지만, 오랜만에 가슴속 불꽃을 타오르게 해 준다. 각 캐릭터 개성이 잘 드러나는 디자인 또한 매력적이다. 일주일 만에 애니 시즌 1을 정주행 하고, 극장판까지 단숨에 클리어하게 만들 정도로 몰입감이 좋다. 렌코쿠여~ 가슴이 웅장해진다!
4) 2월의 음식 - 무쇠 가마솥 호떡
_ 매주 금요일이면 회사 앞으로 호떡 차가 온다. 견과류, 치즈, 견과류+치즈 등 세 가지 맛이 있다. 개인적으로 견과류가 제일 맛있다. 배가 약간 출출해지는 늦은 오후 시간, 호떡 하나가 주는 포만감은 더없이 행복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5) 2월의 사진 - 낮달
_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낮달이 보였다. 파란 하늘 속, 보일 듯 말 듯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희미한 희망의 끈을 잡고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
6) 2월의 일상
_ 새로운 앨범이 나오면 홍보 보도자료 메일을 돌린다. 다음 날 20여 통의 메일이 반송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보도자료 메일을 확인했던 메일 주소였다. 한 달 사이에 이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생겼을까. 반송 화면을 보며 궁금한 마음이 일었던 어느 아침.
_ 설 연휴에 맞춰, 마음속 떠오르는 몇몇 사람에게 커피 한 잔씩을 보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가끔 나의 안녕을 묻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이었다. 보잘것없는 커피 한 잔이지만, 이들의 하루가 행복하기를. 또한 나의 고마움도 전해졌으면 좋겠다.
_ 휴일에 동네 산에 올랐다. 거침없이 올랐다. 꾸준히 운동으로 체력을 관리한 것이 생활 속에서 빛이 나는 순간이었다. 겨울에 흘리는 땀은 확실히 상쾌하다.
_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주목받고,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삶을 꿈꿨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드는 생각이 앞으로의 내 삶은, 있는 듯 없는 듯 유령 같은 삶이었으면 한다. 그냥 그거면 된다.
_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이 너무 많다. 나 또한 그런 인간이다. 어차피 겉과 속이 다를꺼라면, '겉바속촉'처럼 반전의 매력과 겉과 속 양쪽 다 호감인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