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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은비 Sep 29. 2021

내내 작열에 휩싸이며, 장르적 기대를 확실하게 충족하는

[평론] 영화 <모가디슈> ④

내내 작열에 휩싸이며, 장르적 기대를 확실하고도 경이롭게 충족시키는


- [평론] 영화 <모가디슈> ④



영화의 균형감을 지향하는 연기

네이버 영화

영화에서 카메라는 자주 인물에 가까이 붙는데 이 숏들을 배우들은 섬세한 연기로 능히 감당해낸다. 인물들의 열기와 숨결까지 우리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전달된다. 원체 각자 내뿜는 에너지가 강한 네 명의 주연 배우들은, 단독 쇼트일 때 화면을 장악하다가도 여러 명과 함께할 때의 쇼트에서는 각자 에너지의 강약을 조절하며 서로 어우러진다. 남북 양측의 대사 역을 맡은 김윤석과 허준호 배우는 차분하고 묵직한 연기를 보여준다. 각 집단의 수장으로서 일행의 생존을 위해 이성적으로 고민하고 결정하며 전락적으로 행동한다. 두 배우가 단단히 영화의 무게중심을 잡고 있어 더욱 남북 양측 참사관 역의 두 배우가 활개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진다. 


조인성, 구교환 배우는 좀 더 젊은 기운으로 패기 있는 활동력을 보여준다. 조인성은 격렬한 감정과 거침없는 움직임으로 계속 영화에 뜨거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극중에서 그의 큼직한 음성과 움직임은 영화의 활동성을 이룬다. 구교환의 경우 싸늘한 눈빛의 냉랭한 기운으로 내내 남북 일행이 합동한 상황에서조차 불안한 공기를 만들어낸다. 또한 그가 분한 태 참사관 캐릭터는 칼을 냅다 휘두르거나 잔혹하게 얻어맞아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는 등 영화의 폭력성에 이용된다. <모가디슈>의 살벌하고 냉혹한 폭력성이 좀 더 강화된다. 이 두 인물은 좀처럼 가만 있지 않는다. 영화는 쌩쌩한 두 인물에게 강한 활력을 부여하고 이들은 여러 스펙터클 신들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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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모가디슈>에서는 장르 불문하고 국내 영화에서 대부분의 관객이 제일 우려하는 신파가 절제된다. 과잉되지 않되 분명하게 전달되어야 하는 정서는 배우들의 담백한 연기로 전해진다. 남북 일행이 협력한 사실을 외부에 숨겨야 하는 상황의 엔딩 시퀀스에서 대부분의 인물들은 말을 잃는다. 하고 싶은 말과 차오르는 감정 따위가 인물들의 얼굴만으로 드러난다. <모가디슈>에서는 인물들 간에 과잉된 감정 교류가 절제된다. 남북 일행이 서로 영영 이별하기 직전의 신에서, 차량에 탑승하기 전 차마 완전히 뒤돌아보지 못하고 고개를 살짝 돌리는 허준호의 뒷모습. 이어서 멀리 그의 뒤에 있는 김윤석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의 뒤엉킴이 드러난다. 그런 그와 시선을 교환하는 조인성의 얼굴에는 어찌할 수 없다는 체념과 함께 씁쓸함의 기색이 떠오른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이어지는 세 사람의 숏들은 과연 얼굴의 연기가 무엇인지 절감하게 만든다. 이렇게 영화에서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모든 감정과 의중을 전달하는 장면들은 우리를 충분히 감동시키고도 남는다.



<모가디슈>에서 두드러지는 영화적 태도는 과연 선택과 집중이다.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영화가 달성하려는 목적에 충실히 집중하였다. 취할 것들을 골라 세심히 공들이는 대신에 포기할 것들을 덜어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만큼 <모가디슈>의 캐릭터와 액션은 현실성 안에서 생동한다. 그렇게 과장과 과잉을 자제한 채 장르적 기대를 확실하고도 경이롭게 충족시키며 장르영화로서 확실히 소임을 다한다.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다면 빠른 기간 안에 훨씬 많은 관객 수를 기록할 영화임이 분명하다. 반드시 사운드 시설이 좋고 스크린이 큰 상영관에서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웰메이드 국내 블록버스터이며, 간만에 등장한 이 같은 국내 장르영화가 실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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