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의 시
방송국에서 작가로 일하던 시절, 나는 어느새 3년 차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그냥 때려치울까?' 진지한 고민을 털어놓던 내게, 베테랑 피디님은 뜬금없이 이런 말을 건넸다.
"뭐든 10년 차가 되면 전문가가 된다? 10년 쉬울 거 같지? 10년 버티는 거, 쉬운 일 아니야."
그 말과 함께 소주를 벌컥 들이켰다. 마치 내 고민도 삼켜버리는 듯했다.
"아니, 전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다니까요!"
속으로는 ‘내가 얼마나 힘든데’라며 억울해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가소롭다. 아직 글맛도 제대로 알기 전이었으면서, 감히 글을 놓겠다며 으르렁거리던 내 모습이. 그때 피디님이 보던 내가 딱 그랬겠지.
그 시절의 나는, '글을 업으로 삼은 것이 정말 잘한 선택이었을까.' 매일 밤마다 되묻곤 했다. 고민이 많아질수록 커피 양도 늘었고, 새벽이면 맥주를 부르는 날이 잦아졌다. 그렇게 보낸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나는 또 한 해, 또 한 해를 넘기며 지금까지 자판을 두드리며 살아오고 있다.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의 고민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고, 맥주를 마시며 '이쯤에서 그만둘까'를 곱씹던 밤들. 그 마음속에는 어쩌면 ‘욕심’이 숨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 내 글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작지만 간절한 소망.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살아야 한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매일 솔잎을 우직하게 씹어 삼키는 송충이처럼, 나 역시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냈다. 그렇게 글을 쓰며 살았고, 그 사이 결혼을 했고, 어느 날 생명이 찾아왔고, 나는 ‘엄마’라는 이름을 품게 되었다. 지금 나는 글을 짓고, 밥을 짓는다. 이 글은, 바로 그 이야기다. 글과 밥 사이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작지만 치열한 선택에 관한 기록.
내 손끝에서 수없이 지어졌던 글과 밥을 돌아보며, 이제는 '나의 시간'을 새로 지어보기로 한다. 글쓰기 10년 차를 훌쩍 넘긴 지금도 나는 여전히 길을 잃고, 여전히 다시 쓰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오늘도, 이 백지의 화면 앞에 앉는다. 다시, 처음부터 써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