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살아볼까?
프롤로그 2
우연히 늦은 나이에도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사람들에 대해 접하게 되었고, 영어랑은 담을 쌓고 살아온 남편에게 우리도 잠시 한국에서 벗어나 영어공부 겸 나갔다 오면 어떻겠냐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늘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남편은 훗날 죽기 전까지 그 일로 시달리느니 한번 시도나 해보자고 생각해서 함께 장단맞춰 줬단다.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 (만 30세까지만 신청이 가능하다), 영어를 사용 가능한 나라 중 캐나다를 선택했고 결과적으로는 만 30을 넘기기 전까지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지만 안되니까 청개구리처럼 더 가고 싶어졌다. 마음이 급해졌다.
모 이민 전문기관의 캐나다 이민 설명회를 갔는데 한줄기 빛처럼 (상대적으로) 쉽게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이민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각 나라별로 이민자를 받는 기준이나 프로그램들이 엄청 다양한데 이마저도 정권이나 시기에 따라 조건이 빠르게 변한다) 캐나다 이민청 사이트를 확인하고 몇몇 친절한 블로거들의 사례를 보니 이민 기관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영주권 신청을 해볼 만한 것 같았다. 워킹홀리데이 신청 실패 이후 남편은 내가 외국 살기를 포기한 줄 알았는데, 단둘뿐인 가족회의를 통해 내가 영주권을 따게 되면 이민가는 것으로 (그리고 일단 1년 살아보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나는 Express Entry라고 몇 년씩 걸리는 프로그램들과는 다르게 처리과정이 빠르고, 나이/학력/경력/영어점수 등의 항목을 점수화하여 매 회차별 일정 점수 이상을 가진 지원자들에게 초대장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지원했는데, 영주권 신청 과정의 8할은 영어점수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나이/학력/경력/결혼 여부 등은 지원 시점에서 이미 점수를 바꾸기 쉽지 않은데 영어점수는 공부를 하고 시험을 쳐서 점수가 오르면 총 이민 점수를 눈에 띄게 올릴 수 있기 때문.
영어를 좋아했지만 문법공부는 싫었던 나. 외국인 친구들과 프리토킹은 가능했지만 사실 토익점수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캐나다 이민청에서는 IELTS General (이민서류용 General과 학업용 Academic이 다른데, 리스닝/스피킹 파트는 같고 리딩/라이팅이 다름)을 영어점수로 받아주는데 (CELPIP이라는 시험도 되는데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음) 각 파트별로 원하는 점수가 있어 파트 평균이 높아도 각 파트별 점수 중 한 개라도 구멍이 나면 안 됐고, 내가 원하는 각 파트별 영어점수를 만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내가 영어시험을 보던 시기에는 종이에 연필로 시험을 보는 paper-based 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computer-based 로도 가능하고 이경우 시험도 더 자주 볼 수 있고 결과도 더 빠르게 나오는 듯.
아무튼 어찌어찌 초대장을 받고 정해진 시간 안에 필요한 서류들을 제출했고 영주권 신청비를 지불하고 나니 영주권자가 되었다. 남편은 내가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며 나의 의지(집념)에 놀라워했고 약속대로(?) 우리는 캐나다에 가서 1년 정도 살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