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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레바퀴 Dec 10. 2017

차실에서

- 5.23 봄볕이 좋아, 햇차 들이고

차를 우린다.
덖어 말린 찻잎을 우려낸다.
부글거리는 물을 뭉근하게 다독여
잎을 적신다.

지나치면 씁쓸하고, 못 미치면 맹탕이지.
무엇이든 질서와 혼돈의 어름을 넘나드는 일이
찻잔 속에서도, 지는 하루의 끝에서도,
가벼운 듯 가볍지 않다.

볕이 틔워낸 우전 찻잎이
이슬에 안겨 지내다,
차심 진한 잔 안에 담겨 감돈다.

차는 내게 자연 한 모금 건네고,
이를 거름 삼아
또 한바탕 머릿속엔
상념의 사계가 휘몰아치다
이내 빈 잔처럼 '공'으로 잠든다.

그렇게 깊은 밤은
잔 바닥에 찻물 듣는 소리로 흔들렸다.
또르르한 방울들의 떨어짐만으로도
온 정신이 흔들림을 어찌할 수가 없다.

차는 사람을 비추고,
사람은 차에 젖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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