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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띠귿 Apr 29. 2022

신 인간 과학 #2

그러나 양자물리학이 이처럼 폭넓게 응용되고 있고 그 내용 또한 철학적으로 가공할 파괴력을 지녔지만, 이 새로운 물리학이 낳은 인식론적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기계론과 결정론을 바탕으로 한 19세기의 고전적 세계상의 골격이 아직도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양자물리학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종래의 사고방식과도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데다, 일상의 언어로 표현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양자물리학을 발견한 과학자들조차 그 새로운 내용을 해독하는 데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으며,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을 극복하고 나서야 그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중략)

기존의 패러다임을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하는 기로에서 우리는 자신의 지식이 지금껏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선험적 지식에 얼마나 얽매여 있는지, 지식이란 얼마나 초월적인 바탕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223p)


프로그래밍을 할 때 종종 꽤 큰 좌절감이나 소위 멘탈붕괴가 오는 경우는 내가 시간을 적지 않게 들이며 고민하고 짜다 보니 복잡해진 구조의 코드가 일부분의 에러를 잡으려다 보니 전체를 다 바꾸거나 새로 짜야할 때이다. 막상 새로 다시 고민하고 짜다보면 또 쉽게 풀릴 수도 있고 해오던 생각들이 더해져서 더 빨리 진행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좌절감과 절망의 한가운데 있을 때는 그동안 들였던 많은 시간이 아까워서, 비록 방향이 틀렸더라도 지금의 구조가 너무 복잡하기에 복잡한 만큼 완성도가 높아 보이는 탓에 그 울타리를 벗어나기로 마음을 다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프로그램을 짜는 작은 단위의 일도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어렵게 하고 생각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데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몇백 년을 지배하는 인류의 세계관이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이 오히려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최근에 스스로의 가치관을 세워나가는 과정에서 기존의 방향을 바꾸고 다르게 가고자 할 때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거기서 오는 진통이 이게 틀림으로써 오는 문제라고 착각하지 말아야겠다고 혼자 생각한 적이 있다. 사고의 전환, 패러다임 쉬프트를 하지 않으면 뒤로 가는 코끼리에 올라탄지도 모르고 그 위에서 매일 바쁘게 고군분투하는 쥐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항상 열린 사고를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되 전환 자체도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몇 번 하다 보면 기존의 사고의 틀을 깨는 법,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생각이나 마음을 다루는 법 등이 더 수월해질 것이다. 


한편 개인적으로 양자이론의 발견은 한정적인 감각기관을 바탕으로 입력된 값들을 가지고 객관성과 불변의 진리를 결정짓고자 하는 인간에게 다시 한번 겸손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면서 나 스스로에게는 반대로 이전의 학문과 역사로 증명되거나 풀어지지 않는 논리라 하더라도 틀린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위안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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