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화에서도 극심한 의견 대립이 있었고, 또 그렇기 때문에 이런 대화를 풀어갈 실마리를 찾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 실마리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에는 우리가 이러저러한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해 제대로 접근할 수 없었던 영역도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게 될 테고요. 이렇게 각 분야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면 그것에 대한 사색이 가능해질 것이고, 또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만의 견해를 쌓아가면서 어떤 이야기가 얼마만큼 자신의 견해와 닿아 있는지 생각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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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직업,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 문화, 지리 영역, 생물학적 배경 등 다양하게 많은 요인이 모여 자신이라는 형태를 만들어내고 각자만의 가치관이 형성된 상태에서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견해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일할 때 서로의 언어가 너무나도 달라 어려움을 겪는 일은 어느 회사나 흔하게 벌어지는 문제이며 남녀 간의 언어도 본능에서부터 얼마나 다르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 제목이 있을 정도일까. 사람은 살아갈 에너지도 외부에서 얻어야 하는 유기체이고 생존을 위해선 이타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러기에 살아내기 위해서라도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게 참 중요하다.
소통이 잘 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대화를 하는 상대방과 대화라는 과정을 통해서 생각을 얼마나 일치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일치된 생각 가운데서 논제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까지 얼마나 부드럽게 진행되는가 이 두 가지가 큰 요소일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말하는 태도나 기술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무엇보다도 누군가와 소통을 많이 하는 것이 견해를 좁히기 위한 첫 단추가 되겠다. 하지만 단순하게 소통의 빈도만 높인다고 해서 견해가 좁혀진다고 할 수 없다.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의 문장처럼 상대방의 말을 타고 실마리를 따라가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사람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해석하고 있는가, 어떤 언어를 쓰고 있는가, 우리가 논하고 있는 이 주제를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상대의 생각을 이루고 있는 형태가 그려져야 한다. 그리고 나면 서로 공통의 말로 맞춰서 대화를 하던지, 서로의 '언어'를 해석해 내 '언어'로 번역해 이야기한 말에 대해 같이 동일하게 해석해야 한다. 사람의 생각은 말이라는 수단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같은 언어로 소통하고 있다고 해도 각자가 선택한 단어나 표현으로 전달하는 순간 서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그러기에 서로가 어떻게 해석했는가를 확인하며 조율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이 모든 소통의 기본은 결국 상대가 나와는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 듣고자 하는 태도를 가지고 상대의 언어를 존중하며 알고자 하는 이타적인 모습이다. 사람은 개인으론 이기적이어야 생존에 유리하겠지만 사회적 동물로서 함께 살아갈 때에 이타적 집단이 되어야만 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