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을 읽고
책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에서 주인공 시오는 ‘동물권 활동가’였던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고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를 가진 아들과 살아가는 한부모 가정의 아버지다. 소설은 아이와 가족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스모키 산맥 여행으로 시작하는데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아들 로빈의 증상은 심해지고 지속적으로 학교에서 문제로 판단되는 일들을 일으켜 주의를 받게 되자 학교는 향정신성 약물치료를 권한다. 아버지 시오는 결국 아내의 친구였던 커리어 박사를 찾아가고 ‘디코디드 뉴로피드백’을 받기로 한다. 이 솔루션은 AI를 이용해 기존에 저장해 놓았던 다른 이의 감정 데이터를 활용해 피실험자가 일정한 이미지 훈련과정을 진행해 그 감정 데이터를 경험하고 학습시키는 과정이었다. 이전에 아내가 테스트에 참가했었기에 아내의 두뇌지문 데이터를 이용해서 로빈을 훈련시키면 아이가 감정을 컨트롤하는데 개선이 되지 않을까 했기 때문이다.
“비외과적인 실험이에요. 행동 치료와 마찬가지로 아이에게 자기의 감정을 처리하고 통제하는 방법으로 훈련시키는데, 즉각적으로 볼 수 있는 평가표를 가지고 실험할 뿐입니다. 연구 윤리 위원회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위험한 프로젝트도 승인했어요.”
(중략)
마틴은 얼리사와 내가 목표 대상으로 자원했던 때 이후로 얼마나 많은 것이 달라졌는지를 설명했다. 데크네프는 성숙기였다. 여기에서만이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대학에서 나온 발견과 검증 집단들이 임상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었다. 데크네프는 통증 관리와 강박 장애 치료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연결 피드백은 우울, 조현병, 심지어는 자폐에도 유용함을 증명했다. ”성취도가 좋은 훈련자는, 그러니까 피드백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몇 주 동안 증상 개선을 누릴 수 있습니다.”
마틴은 어떤 과정들이 있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스캐닝 AI가 로빈의 두뇌 속 연결 패턴을, 즉 자연스러운 두뇌 활동을 사전에 기록한 견본과 비교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그 자연스러운 활동을 시각적, 청각적 신호 형태로 만듭니다. 우린 몇 년 동안 명상을 통해 높은 평정 수준을 획득한 사람들의 혼합 패턴으로 작업에 착수할 겁니다. 그러면 AI가 로빈을 구슬려 피드백을 얻어 내는 거죠. 언제 가까워졌는지, 언제 멀어졌는지 알려 주는 방식으로요.”
소설에서 몇 차례 훈련을 진행한 후 로빈은 자신의 감정을 이전보다 훨씬 잘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고 연구의 놀라운 성과로서 세간에 핫이슈로서 알려지게 된다. 아버지 시오는 한편으로 혼란스럽고 놀라게 되는데 가르쳐주지도 않았던 아내의 생각들이나 해왔던 말들, 행동들을 아들에게서 듣게 되기 때문이다.
소설에서의 연구가 성공적이고 안정적임을 입증한다면 어떤 사회적 임팩트와 비즈니스 가치가 있을까? 먼저 다른 이의 두뇌지문을 데이터화하고 그것을 통해 서로의 공감대를 극대화했을 때 오는 사회적 가치이다. 우리는 타인이 특정 상황에서 어떤 감정, 고통, 기쁨 등을 느끼는지 공감하려고 노력하지만 자신의 경험에 빗댈 뿐 50% 이상의 동일한 감정은 느낄 수 없고 거기서 비효율성이 극대화되고 갈등을 낳기도 한다. 이런 경우, 특히 관계의 문제가 있는 가족이나 부부의 경우에 서로를 자신만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관계를 회복하기에 어떤 전문가의 치료 방법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범죄현장에서 피의자의 경우 피해자가 어떤 감정과 생각을 하였는지 오롯이 느껴보는 만큼 확실한 화학치료가 있을까. 게다가 연구를 더 심화한다면 소설에서 로빈이 이야기하듯 동물이나 곤충 등 다른 생명체의 이해하고 연구하기에도 탁월한 방법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무궁무진한 시장이 열리겠지만 초기에 접근할 수 있는 시장규모만 따져도 큰 규모다. 당장에 우울증만 따져보아도 우울증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꾸준하게 증가율을 보이고 있고 시장 규모는 연간 20조 원에 이른다. 우리나도 21년 진료를 받은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는 약 180만 명이다. 또한 Data Bridge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자폐증 시장의 경우 30년까지 34억 2천만 달러로 CAGR 6.60%인 시장 규모를 예상하고 있다.
출처 : data bridge market research (https://www.databridgemarketresearch.com/reports/global-autism-therapy-market)
그렇다면 현재까지 AI를 활용해서 정신 관련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연구나 비즈니스 측면에서 얼마나 진행되고 있을까?
우울증 치료에 쓰이는 AI와 관련해서는 워봇(Woebot) 서비스와 같이 대부분 인지행동치료 기반으로 한 상담 챗봇 서비스와 같이 대화를 나누며 진단을 하거나 우울 증세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편 바이오피드백과 뉴로피드백에 AI를 접목해 디지털치료제를 만드는 기업도 있다. 바이오피드백은 신경계를 시청각 신호로 바꿔서 환자에게 전달하면 환자가 자각을 하고 스스로 이완하도록 하는 것이고 뉴로피드백은 뇌파를 살피면서 스스로 이완이나 몰입 등을 조절하는 것이다. ‘웨이센’이란 기업에서 현재 개발 중인 공황장애 치료 서비스는 스마트폰의 센서를 통해 들숨과 날숨을 측정해서 공황장애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 환자가 심호흡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돕는 ‘바이오피드백’과 챗 GPT를 활용해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챗봇으로 소통하며 심리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돕는 ‘동행서비스’가 있다.
출처 : 팜 이데일리(https://pharm.edaily.co.kr/news/read?newsId=02305846635705352)
최근 AI를 활용해 개개인의 자폐스팩트럼이나 파킨슨 병을 더 개인화한 하위 질병을 분류, 예측하는 기술이 진행되고 있다.
23년 8월, KAIST의 최민이 뇌인지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파킨슨 병이나 자폐 스팩트럼의 환자 개인별 질병 하위 유형을 예측하는 AI 기반의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한다. 기존 치료의 문제는 환자의 개별적 병리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해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치료 방법을 적용했고 효과를 향상하기 어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AI에게 파킨슨병 환자의 신경세포의 핵, 미토콘드리아 등을 학습시켜 뇌세포의 분자 및 세포 정보를 정밀하게 프로파일링하고 환자의 질병 하위 유형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방법이다.
출처 : 동아 사이언스(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61194)
비침습으로 fMRI로 측정하고 AI를 활용해 생각을 문자나 글로 변환하는 연구도 발전을 하고 있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연구진은 자기 공명영상(fMRI)을 해독해 문자로 바꿔주는 ‘시맨틱 디코더’ 시스템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실험 참가자 3명에게 16시간 동안 라디오 등의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fMRI로 뇌활동을 측정했다. 그러면 특정 단어나 문구에 뇌가 어떻게 반응을 할지 예측하는 시스템과, 이전 단어를 토대로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결합해 완성도를 높이는 식으로 진행했고 이 기술은 단어를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라 맥락에 맞는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출처 : AI타임스(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0812)
이 기술이 발전되고 긍정적으로 쓰인다면 전신마비 환자의 생각도 읽어낼 수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이미지나 단어 등을 생각할 때 뇌의 혈류를 조절해서 반대로 단어로 이어지지 않도록 통제학습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의 뇌와 마음을 다루는 기술은 아직 밝혀내야 할 미지의 영역도 넓고 넘어야 할 규제나 환경도 높은 어려운 시장이다. 아직은 질환의 진단이나 대화를 활용한 보조 정도의 기술이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chatGPT로 인해 불이 붙은 AI 시장이 보여준 성장세가 디지털 치료제 영역에도 적용되어 정신 질환으로 고통을 받는 세상의 수많은 로빈의 가족들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얻는 미래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