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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희 Oct 24. 2023

무엇이 ‘하고’ 싶어?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살 수 있을까

2016.04.13 통영


원래 오늘은 Y와 함께 '거제 한 바퀴' 투어를 함께 할 예정이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이번에도 나는 거제의 푸른 바다는 못 보는 건가.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어쩌겠나, 자연에 순응하고 대신 투어 대장과 셋이 봉수골에 있는 전혁림 미술관을 가기로 했다.


통영의 거리를 조금만 걷더라도 동네 곳곳에서 글귀나 벽화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만큼 통영은 예술가의 도시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소설가 박경리는 이런 말을 남겼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작가에게 큰 충격을 준다. 통영은 예술가를 배출할 여건을 갖춘 곳이다.’ 얼마나 자연이 아름다우면 이런 말을 했을까?


전혁림 미술관은 외벽에 붙은 타일 하나하나 작품으로 되어 있어 건물만으로도 하나의 커다란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한국의 피카소라고도 불렸다는 전혁림 화백은 통영에서 태어나 생을 마감할 때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셨다고 한다. 생전에 쓰셨던 화구들을 보며 예술에 있어 얼마나 그의 열정이 대단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좋아하는 일에 이렇게나 몰두한 적이 있었나. 아니, 그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은 대체 뭘까?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오는 길, 대장이 우리에게 물었다. ‘앞으로 무엇이 하고 싶어?’ 지금껏 ‘무엇이 되고 싶냐?’라는 질문만 받아 와서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단지 스승의 날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어머, 그럼 커서 선생님 되겠다.’라는 근거 없는 말을 당연하게 들으며 자랐다. 나 역시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적어 내라고 하면 늘 선생님이라고 적었다. 하고 싶은 것보다 되고 싶은 직업을 먼저 떠올렸다. 그것이 나를 울타리 안에 가두는 건 줄도 모르고.


나는 무엇이 ‘하고’ 싶을까?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 보면 중학교 때 꿈은 드라마 대본을 쓰는 것이었다. 드라마 하나에 빠지면 대본까지 찾아서 정독할 정도로 파고들었다. 당시엔 드라마 ‘다모’에 한창 빠져 있었는데 어느 정도로 좋아했냐면,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접 작가에게 메일로 인터뷰를 요청할 정도였다. (네, 수많은 ‘다모 폐인’ 중 한 명이 바로 저였습니다.)


글을 쓰고 싶어서 대학 전공으로 ‘문예창작과’를 가고 싶었지만, 글로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에 금세 포기했다. 퇴사를 하고 가장 먼저 KBS 드라마 작가 아카데미 수강 신청을 했다.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어서' 라기 보단 대본을 어떻게 쓰는지 궁금했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과 대본을 쓰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아마 시도하지 않았다면 계속 ‘하고’ 싶은 일로 가슴속에 남아 있었겠지.


나는 남이 아닌 ‘내 일’을 하고 싶다. 회사가 아닌 곳에서 일하고 싶다. 매일 아침 출근길 지옥철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 아직은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확실히는 대답하기 어렵지만 하고 싶은 걸 계속 시도하다 보면 다시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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