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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들이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교육 정보

아빠가 등교/등원을 해주는 아빠라면 누구나 겪었을 상황 하나


아침 9시 20분마다 아들을 데리고 정해진 셔틀 정류장으로 향하면 늘 모이는 낯선 얼굴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인사를 나누고, 이미 가까운 사이가 된 듯한 엄마들은 반갑게 서로 안부를 묻는다. 여행지의 외국인처럼 어색함을 뒤로하고 가벼운 목례를 나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단 몇 분이지만, 나만 느끼는 어색한 침묵 사이로 이미 가까워진 엄마들이 대화의 조각들이 파편적으로 포착된다. 무슨 얘기일까, 귀를 열지 않아도 '... 학원', '방과 후...' '뭐해요' 등의 들리는 단어들로  하원 후 방과 후 학원 정보에 대한 공유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혹여나 좋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퍼질까 주의하며 중요한 키워드들에서는 데시벨을 낮춘다. 좋았던 경험이라면 자신이 추천해주겠다는 말과 아이들끼리 잘 놀게 하기 위해 하원 후 일정과 주말 일정을 조율하며 약속을 잡는다. 등원 셔틀이 오고 아이들이 탑승하면 자연스레 귀가한다. 이때 이런 말이 들린다. 


"시간 있으면 30분만 더 얘기하고 갈까요?"


서둘러 사라지는 뒤통수들을 뒤로하고 아빠는 씁쓸하게 뒤돌아 집으로 향한다. 아빠들이 진짜 정보를 취득하기란 쉽지 않다. 




아빠들은 인터넷에는 수많은 학원 홍보와 후기들을 뒤진다. 

공식 홈페이지와 각 학원의 특장점을 비교한 영상, 블로그를 잘 찾아낸다. 하지만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우리 아이에게 맞는지 확인하는 것은 다른 영역의 일이다. 객관적 정보 처리에는 강하지만, 커스텀 된 정보의 적합성을 따지는 데 있어 아빠들은 경험치가 높지 않아 찐 정보를 찾는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엄마들은 대부분 지역맘 카페를 활용한다. 까다로운 가입조건과 등업의 과정을 거쳐야만 글을 쓰고 댓글을 달며 알짜 글들을 열람할 수 있는데, 아빠는 보통 '맘카페'에 가입할 수 없다. 대부분 성별 정보로 아빠(혹은 남자)의 접근을 차단한다. (양육에 있어 아빠는, 아빠이기 이전에 남자로 낙인찍혀 잠제적 기피대상이 되어 있다.) 아빠 혼자 독립 육아를 하기 위해서 큰 결심 내려도 어느 단계에서는 아내의 도움이 없다면 지역맘 카페의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다. 

아이의 위치를 객관화한 정보를 기반으로 실제적 고민을 상세하게 질문한다. 유사한 고민을 하던 사람들의 공감 댓글과 똑같은 길을 걸었던 선배맘들의 선험적 조언, 무엇보다 같은 고민을 적확하게 해결해낸 사람들의 찐 후기를 바탕으로 아이의 방과 후 일정을 챙겨낸다. 

하지만 모든 정보는 아는 사람의 정보를 직접 습득하는 것이 가장 고급이다. 

'OO엄마에게만 알려주는 정보인데...'를 일백 퍼센트 신뢰할 수는 없지만, 유사한 선택을 했던 또래의 경험치는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그 아이의 성향과 실력이 우리 아이의 그것과 유사하다면 오차범위는 더욱 줄어든다. 


이 모든 과정을 아빠가 해내기는 쉽지 않다. 이야기를 나눠도 되는 신뢰감 높은 아빠가 되는 데는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육아에 관심 높은 아빠이지만 너무 나대지 않는, 자신의 정보를 알려주지만, 공유한 정보를 너무 퍼뜨릴 것 같지는 않은, 무엇보다 자기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성향과 성적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부모로 보이는 데는 한 달 여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찐 친구 엄마를 찾지는 못했다. 


요즘 시대에 정보는 권력이다. 

특히 교육 정보는 황금 권력이다. 


아빠로서 나는 어떤 교육 정보를 어떻게 얻고 활용할 수 있을까. 

워킹대디로서 아빠도 육아/교육을 주도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가 되어 정보에 목마른 아빠들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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