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트맨 다크나이트'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
'배트맨/브루스 웨인(크리스찬 베일)'이 지키는 고담시에 최악의 악당 조커(히스 레저)가 나타났다. 자신들의 행동에 제동이 걸린 범죄 집단들이 배트맨을 제거하기 위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악당 '조커'를 기용한 것.
조커는 함께 은행을 턴 공범들이 서로 죽이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신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악당 중의 악당이다. 그렇게 차지한 돈더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여버리기도 한다. 무고한 이들을 향한 살인과 방화를 일삼지만 그에게는 목적이 없다. 폭력과 파괴, 그로부터 오는 혼돈 그 자체가 그의 목적이다.
혼란의 가장 큰 미덕이 뭔지 알아?
바로 '공평함'이야.
스스로를 '혼돈의 사도'라 지칭하는 조커.
이 혼돈의 사도로부터 고담시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조커는 배트맨을 추종하는 이들을 납치해 인질로 삼아 요구조건을 제시한다. 배트맨이 마크스를 벗고 스스로 경찰에 자수하지 않으면 매일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겠다는 것.
청렴하고 용감한 검사 '하비 덴트(애런 에크하트)'는 배트맨의 정체를 요구하는 기자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배트맨이 무법자라서가 아니라,
조커가 무서워서
자수를 요구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를 위해 범죄자들과 싸워왔다는 것은 잊었습니까?
상황만 악화됐죠!
맞습니다. 하지만 동트기 직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이죠.
약속컨대 어둠은 곧 걷힙니다.
배트맨이 사죄할 대상은 우립니다.
그 미치광이가 아니죠.
검사 하비 덴트와 정직한 경찰 '제임스 고든(게리 올드만)', 그리고 배트맨의 작전으로 결국 조커는 잡힌다.
하지만 이 역시도 조커의 또 다른 시험의 일부.
조커는 브루스 웨인이 사랑하고 있는 '레이첼 도스(매기 질렌할)'와 검사 하비 덴트를 서로 다른 두 지역에 감금하고 동시에 폭발하는 시한폭탄을 장치해 두었다.
브루스 웨인이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 것인지, 고담을 지킬 정직한 검사를 선택할 것인지...
브루스는 하비 덴트를 선택했고, 결국 레이첼은 사망하고 만다.
조커는 또 다른 시험을 시민들에게 던진다.
배트맨의 정체를 폭로하겠다는 '콜먼 리즈(조슈아 하토)'를 죽이지 않으면, 고담 병원을 폭파하겠다는 것.
고담 병원에 가족을 둔 이들이 리즈를 뒤쫓으며 그에게 총격을 가한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야.
힘든 시기가 오면
소위 문명인이란 사람들이 더 추악해져.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고, 시민들은 미쳐간다.
그리고 조커의 마지막 시험.
도시 전체를 폭파하겠으니 모두 도시를 떠나라는 것.
도시를 떠나기 위해 부둣가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경찰은 우선 교도소의 수감자들을 배에 태워 반대편으로 이동시킬 계획을 세운다. 시민들이 탄 배와 수감자들이 탄 배가 강 한 복판에 이르자 두 배의 전원이 꺼져버린다.
이어 들리는 조커의 목소리.
오늘 밤 여러분과 사회 실험을 해보겠다.
엔진실에 달려있는 폭탄의 양이면 배를
하늘 높이 날려버릴 수 있다.
배에서 단 한 명이라도 내리려 한다면
다 죽을 것이다.
하지만, 각자에게는 상대 배를
폭파시킬 수 있는 기폭장치를 갖고 있다.
12시가 되기 전, 기폭 장치를 먼저
누르는 쪽은 봐줄 것이다.
누가 먼저 누를까?
하비가 잡아들인 범죄자들?
아니면 아무 죄도 없는 민간인들?
잘 선택을 하라고. 빨리 결정하라고.
상대 쪽에서 먼저 누르면
후회해도 늦으니깐. 하하하
배에 탄 시민들은 투표를 통해 폭파를 결정한다.
수감자들은 기폭장치를 가지고 있는 교도관을 향해 빨리 버튼을 누르라고 협박한다.
12시가 가까이 오자 두 배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수감자들 중 가장 흉악한 자가 교도관을 향해 다가간다.
나한테 줘. 내가 뺏어갔다고 해.
내놔.
당신이 10분 전에 못한 걸 대신 해 줄게.
범죄자는 기폭장치를 건네받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강물 속으로 기폭장치를 던져버렸다.
그리고 조용히 제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시민들도 결국 기폭장치를 누르지 못했다.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밀그램'이라는 학자가 실험을 했다.
'징벌에 의한 학습효과'라는 제목으로 교사들과 학생들을 모집해 교사들로 하여금 학생이 문제를 틀릴 때마다 징벌의 의미로 전기충격기의 버튼을 누르게 한 것. 그로써 징벌에 의한 학습효과를 측정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실험에는 숨겨진 다른 의도가 있었다. 학생들은 연기자들이었고, 전기충격기도 가짜였다.
이 실험의 다른 제목은
'권위에 대한 복종'
밀그램은 교사들에게 15 볼트에서 450 볼트까지 한 번에 15 볼트씩 전기 충격을 가하라고 지시했다. 밀그램은 참가한 교사들에게 4달러의 대가를 제시했고, 실험에 대한 모든 책임은 본인이 지겠다고 했다.
밀그램은 고작 4달러의 대가에 교사들이 전기충격기의 버튼을 누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작 0.1퍼센트 정도가 그 요구에 응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험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무려 65%의 교사들이
450 볼트까지 전압을 올렸다.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서 학살된 유대인은 약 600만 명이었다.
이 끔찍한 대학살의 주동자 중 한 명이었던 나치의 친위대 중령 '아돌프 아이히만(1906~1962)'이 전범재판을 받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유대인이자 미국의 정치학자였던 한나 아렌트(1906~1975)는 '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유대인 학살이라는 인륜적 범죄는
아이히만이 가진
타고난 악마적 성격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생각 없이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했던
'사고력의 결여' 때문이었다.
악마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었던 그 범죄.
하지만, 아이히만은 악마가 아닌 그 누구보다 성실한 남편이자 아버지, 그리고 충직한 공무원이었다는 사실.
우리도 매 순간 요구받는다.
그것이 부당하고 잘못된 요구일지라도 어떻게든 답해야만 한다.
이 답을 대신해 줄 '다크나이트'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때, 당신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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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매거진 '이 영화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는 영화의 내용과 의미를 충실하게 전함으로써 영화를 보았거나 혹은 보지 못한 이들에게 '읽는 영화'로서의 재미를 선사함과 동시에 그 영화의 메시지가 우리에게 주는 사회적 의미를 되짚어보는 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영화는 허구적 상상력의 집약체이지만, 그 허구는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그 상상력도 인간의 심리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영화가 바라보고 있는 나름의 현실, 그리고 인간의 심리를 되짚어보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때로는 묵직한 울림을 주기도 하고, 흥미로운 통찰과 관점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영화를 읽으며, 사람과 세상을 알아가는 재미를 함께 누렸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