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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현 Mar 14. 2021

길 위에서, <한눈팔기>

한눈팔기

나쓰메 소세키

을유문화사

336p

2021.02.25

13,000원


나쓰메 소세키의 <한눈팔기>는 정적인 소설이다. 소설은 대략 3개월 동안 겐조라는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그는 외국에서 유학한 지식인이고 처와 자식, 누나와 형, 장인어른, 어린 시절의 양부모 등이 끊임없이 그를 찾아와 돈을 요구한다. 그는 그들을 혐오하면서도 그들의 부탁을 냉정히 거절하지 못하고 고통받는다. 자신의 일을 하는 시간과 건강을 해쳐가면서도 현실의 상황을 잘 헤쳐나가지 못한다.


사실 그는 현실의 수완이라고 하는 게 부족한 사람이고 돈을 잘 벌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상황은 더 비참하고, 어떻게든 돈을 변통해서 그들을 돕는다. 그 인간들 특히 처와 자식에게까지 어떠한 애정과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마지막까지 그의 고통은 해결될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한눈팔기의 일본어 원제는 길을 걷다 풀을 쳐다보는 딴짓에 가깝다고 한다. 우리가 길을 걷는 일, 어딘가에 도달하려는 노력은 딴짓을 통해 상기된다. 딴짓을 하다 보면 무엇을 위해 길을 걷는지에 의문이 생기고 그 목적을 생각하며 다시 길에 돌아가게 되는데 누군가는 거기서 길을 걷는 목적 자체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당장이 너무 바쁜 아이들의 가슴엔 한 번도 이런 의문은 떠오르지 않았다. 자기들 스스로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물론 지금 어떻게 '할' 것인지 따위 생각할리 없었다.”
- 본문, 234p


"당신 마음에 드는 인간은 어차피 어디에도 없을 걸요. 세상엔 온통 바보 천치들뿐이니까요." 겐조의 마음엔 이런 풍자를 웃어넘길 만한 여유가 없었다. 주위 상황은 도량이라곤 없는 그를 점점 더 옹졸하게 만들었다.
- 본문, 259p

목적을 설정하고 그걸 이루면서 사는 일은 자신이 무엇이 될 것인지를 상상하며 이루어진다. 밝고 희망적인 미래를 그리고, 삶이 차츰 나아지기를 기대하면서. 만약 그런 상상을 할 수 없다면 그 인생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급급한 삶은 무엇을 위한 삶인가.


소설이 그런 의문을 던지고 있는데 반해 이 소설이 일본의 국민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것을 떠올려보게 된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역사에 남을 소설들을 써냈다. 그는 소설을 쓰는 일에서 해답을 찾은 걸까. 이런 생활 속에서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위대함을 어떻게 지켜냈던 걸까. 그건 이 책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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