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맞이해서 작년 한 해 즐겁게 읽었던 책 8가지를 꼽아봤습니다.
출간일과는 상관없어요.
미국 캔자스 홀컴 마을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인사건을 완벽히 편향되고 멋지게 재현해냈다. 한 발이라도 독자보다 먼저 나가는 법이 없는 멋진 소설.
이제 읽은 게 아까울 정도. 인생의 절반 손해 봤어. 장난스러우면서 진중하고 깊으면서 넓음. 쏟아지는 말들이 모두 과녁으로 꽂혀서, 결말에 이르러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2012년 일본 쓰나미의 피해로 한 초등학교의 학생들 대부분이 사망한 사건을 추적한 르포. 세월호를 명백히 떠올리게 되면서도 영국 출신 작가가 관찰하는 일본의 모습들이 생경하게 다가온다.
절제되고 심오한 권력과 사랑과 결핍의 이야기. 아직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게 진심으로 기쁘다. 다음에 읽으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일듯한 예감.
실례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이승우 작가의 몇몇 소설보다도 이 책이 더 좋았다. 왜, 혹은 어떻게 소설을 쓰는지에 관해 이토록 아름답게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좋기도 했지만, 소설에서 기술 점수 같은 걸 매길 수 있다면 만점을 주고 싶은 완벽한 다이빙이었다.
어느 날 생겨난 벽에 갇혀 동물들과 2년을 살게 되는 소설. 특별할 것이 없는 이야기인데도 이 책을 읽었던 시간들은 정말 무겁게 내려앉아 당분간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에 슬쩍 끼워보는 내가 만든 독립출판 책. 내가 만든 이야기를 나는 정말 사랑한다. 가끔 밖에 내놓기는 부끄럽지만, 그래도 내 눈엔 멋진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