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경.. 주말에 짧은 여행을 하며 하는 휴게소들의 먹킷 리스트 간식거리 확인이 소소한 즐거움으로 자리를 잡았다. 연예인 이영자 씨의 소개로 유명해진 소떡소떡과 나날이 명성을 높여 가고 있는 충청의 공주 밤빵, 그리고 갓 구워져 나온 고소한 커피번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그 가운데 소떡소떡과 공주 밤빵 같은 류는 신토불이지만, 무심한 공갈빵 모양의 커피번은 도대체 어디서 온 걸까? 혹시~아마도 영국? 궁금해진다. “너는 어디서 왔니?”
번(buns)은 원래 둥근 모양의 영국 빵을 말한다. 기후와 풍토 때문에 영국에서 재배되는 밀이 잘 부풀지 않고 점성이 낮은 품종이어서 작고 둥근 모양의 번이 영국으로서는 최선의 빵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휴게소 먹거리로 자리를 잡은 번은 보통 커피번으로 불리며 영국이 아닌 말레이시아가 원조인 빵이다.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은 영향으로 쿠알라룸푸르 거리의 2층 버스와 지하철의 외관이 런던의 것들과 유사하고 우리에게는 생소한 크리켓과 럭비 TV 중계를 사람들이 즐기지만, 말레이시아는 영국의 대표적인 빵인 번을 자신들의 국민빵인 커피번으로 현지화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마카오의 gourmet 에그타르트같은 철옹성 존재감을 단단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여러 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단단히 사로잡았던 커피번의 매력은 무엇일까? 아마도 번의 맛에 빠진 사람들의 첫 손에 꼽는 매력은 고소한 향일 것이다. 커피번에는 토핑 한 커피크림이 오븐에 구워지면서 풍기는 깊은 모카향에 고소한 버터향까지 더해지는데 한번 그 냄새에 빠지면 중독을 피하기 어렵다.
공부를 위해 예전에 대전을 다녀갔던 아세안 친구들이(지금은 다들 사회인이 된) 모여 있는 페북 단톡방에 어제 우리나라 커피 번 사진 한 장을 투척해보았다. 오우 “tasty”, “used to be favorite”, “yes”,"it's really good", "popular back in the days".. 조용했던 단톡방이 금방 와글와글해진다. 말레이시아의 커피번이 한때 이웃 아세안 여러 나라들에서도 대만 카스텔라 같은 입지를 가진 적이 있었고, 맛있는 그 먹거리를 마주했던 지점들이 각자 하나씩들 다 있었던 듯 하니 다들 할 말들이 많아지는 듯하다.
조만간 다시 항공편 여행길이 열리게 된다면 말레이시아의 커피번 kopi roti(커피 빵) 원조 집도 잊지말고 꼭 챙겨서 찾아가 봐야겠다..늘 원조가 탄생한 현장을 가보면 책이나 랜선으로 전해지는 것들보다 한걸음더 정확하고 깊이 있는 해답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보통 계획을 짜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고 행복하다고들 한다. 오는 주말여행의 좌표는 김병종 미술관과 지리산이 있는 남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산청 쪽으로 잡아서 그곳 휴게소의 커피번을 한번 더 맛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