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글쓰기 모임의 이번 글제는 ‘소금 빵’이다. ‘소금 빵’??
평소 설렁탕이나 곰탕에도 소금을 넣지 않고 먹는 지라, '소금 빵'은 조금 생소했다. 글을 쓰려면 맛을 한번 봐야 해서 늦은 오후에 빵집에 가보니 sold out !! ㅠㅠ 빵집 매대의 ‘소금 빵’ 자리가 텅 비었다. 엥? 이게 인기가 좀 있나 보네?
다음번엔 조금 서둘러 구했고, 아침식사 때 내어 놓았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다. “‘소금 빵’이라면서, 소금은 다 어디로 간 거예요?” 아~‘소금 빵’의 소금은 빵 위에 뿌려져 있는 거였다.
다시 구해 이번에는 소금을 온전히 잘 모셔서 제대로 내어 놓으니, 반응이 좋다. 흔한 모닝빵 같은 평범한 비주얼에 소금이 올려진 것뿐인데, 자꾸 손이 가진다. 왜 일까?
오래전 책장에 모셔두었던 ‘맛:감각의 과학’이라는 책을 다시 꺼내 보았다. 책은 “짠맛은 쓴 맛을 억제하므로... 다른 맛의 일부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한다.”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프렛첼 빵의 소금, 크래커의 소금, 테킬라의 소금, 블러디 메리의 소금, 소금을 친 자몽, 솔트 캐러멜.. 순간적으로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소금 빵’ 위에 올려진 소금도 비슷한 이유일 듯하다.
‘소금 빵’은 유럽에 다녀온 아들이 해준 “프랑스 사람들은 빵에 소금을 넣는다”는 얘기를 귓등으로 넘기지 않은 빵집 주인의 열린 생각이 만들었다고 한다. 원래 풍미 좋은 버터 비율을 높인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빵을 만들려고 했던 게 주인의 생각이었는데, 도무지 슴슴하기만 한 고객 반응에 고민하던 중 아들의 말이 떠올라 serendipity 소금을 얹어보았고 그렇게 해서 ‘소금 빵’이 탄생하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다른 맛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소금이 풍미 좋은 코퀄 버터의 맛을 제대로 살려낸 것이다.
‘소금 빵’을 만든 원조집이 있는 곳은 후쿠오카와 오사카의 중간쯤에 있는 시코쿠 지역 에히메현이라고 한다. 신칸센이 다니지 않는 곳이다. 일본 국내 인구 유동도 많지 않고, 우리나라 여행자가 많이 다니는 곳도 아니다. 그런 지역의 소박한 시골 빵(?)은 이제 일본의 심장 동경을 지나 바다 건너 우리나라에서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온전히 빵의 힘이다.
맛에 관한 한 이제 ‘소금 빵’에 대한 물음표는 더 이상 없다. 그만큼 소금 빵은 확실히 중독성도 강하다. 참기 어려울 만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 뇌에도 영향을 준다는 얘기다. 하지만, salt는 sodium이기도 하다. 깜박 잊게 되지만, 절제가 필요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오늘도 장 볼거리를 메모하면서, 나도 모르게 ‘소금 빵’을 또 적었다.
“하~ ‘소금 빵’ ^^”..
맛있지만, 조금 절제해야 할 듯은 싶다. 대신, 코로나19 여행 제약이 풀리게 되면 짧은 주말여행으로 시코쿠 ‘소금 빵’ 원조집에 빵지 순례라도 한번 가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