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물가가 오른다. 주유소 기름값을 시작으로 외식과 밥상 물가까지 오르지 않은 게 없다. 크게 오른 점심 밥값 때문에 직장인들 사이에선 런치(lunch) 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존버’란 말이 창업 스타트업 업계에서나 통용되던 단어였는데, 지금은 고물가를 잘 벼텨내는 ‘존버’가 모두의 일상과제가 된 듯하다.
역경을 겪게되는 사람들 일상의 고단한 심리는 음식의 풍미에도 영향을 미쳐서 짠맛과 매운맛은 주로 고난(hardship)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중국역사 연구가들의 보고가 있다. 1930년대에 미국에서 등장해 지금까지도 큰 인기를 얻은 짠맛 크래커(Sodium Cracker)는 당시 극심했던 세계적인 경제대공황의 시기와 맞물려 있다고도 한다.
짠맛이 역경(hardship)을 이겨내기 위해 필요했던 일종의 ‘존버’의 맛인 것이다.
요즘 전국적으로 소금 빵의 인기가 급등인 가운데, 최근 짭쪼름한 명란 크루아상이 동네 빵집 매대에 새로 등장했다. 명란을 계란찜이 아닌 특별한 풍미의 먹거리로 처음 만난 건 4년 전 일본 후쿠오카 원도심의 한 우동집이었는데, 고물가를 겪는 지금 등장한 명란 크루아상에 대한 느낌은 그때와는 또 다르다.
크루아상은 원래 커피와 가벼운 아침식사로 오랜 시간 무념무상 함께 했던 'just 크루아상'이거나 당 충천이 필요할 때 와플처럼 달달한 토핑들과 함께 어쩌다 한번씩 즐겼던 '크루플'이었다. 그런데 지금, 짭쪼름한 맛의 '명란 크루아상'이다.
크루아상에 녹아든 명란은 맛은 물론 든든함에 영양까지 가성비 있게 챙겨줄 수 있는 등뒤에 서있는 말없는 내편처럼 느껴진다. 그런 느낌 때문탓인지 명란 크루아상이 이상 고물가가 만드는 역경의 시대를 ‘존버’할 수 있게 해 줄 버팀목 푸드처럼 여겨진다. 다행이다.
오래된 페르시아 시대 속담의 경구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 그래 이 시대여, 빨리 잘(?) 지나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