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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승진 대표 Jul 27. 2020

중국의 로봇 레스토랑은 어디까지 왔을까

<차이나 푸드테크 ⑥ 외식통신사 윤승진>

중국 외식시장의 로봇 활용 어떻게 진화해왔나
출처: 바이뚜 이미지 (盒马鲜生盒马鲜生机器人餐厅 검색결과 중)

제가 중국 외식시장에서 로봇을 처음 접했던 건 2018년 초, 중국에서 유통혁신을 가져온 허마센셩의 레스토랑에서였습니다. 당시 알리바바가 만든 신선식품 유통마트인 허마센셩에서 시범적으로 레스토랑을 만들고 테이블까지 서빙을 대신하는 로봇을 선보였죠. 서빙 로봇은 자율주행 방식도 아니었고, 정해진 테이블까지 레일 위에서 음식을 옮기는 정도에 불과했음에도 최초의 로봇 레스토랑으로 많은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당시 그 소식을 접하고 직접 방문해보았을 때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레스토랑이 위치한 매장 또한 상하이의 컨벤션 센터 안에 있었기에 실제 사용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보여주기 식 투자라고 느껴졌고, 굳이 재방문할 필요까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생활에서 사용되기까진 꽤 오래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은 2018년 말, 중국을 대표하는 외식기업인 하이디라오에서 베이징에 있는 자사 매장 하나에 180억 원이라는 큰돈을 들여 AI스마트 매장을 만들었습니다. 규모와 스케일에서 압도적인 매장이었고, 들어갔을 때 보이는 무인 주방의 대형 로봇팔은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그리고 로봇보다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사람과 로봇이 조화를 이루는 매장 운영이었습니다. 사람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주방을 완전 무인화해서 위생관리에 대한 신뢰를 고객에게 심어 주었으며, 사람들이 만나는 곳에서는 직원이 진심을 담은 서비스를 선보이며 로봇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의 의미와 가치를 잘 살렸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사람이 사라지고 로봇이 모든 서비스를 책임지는 것이 아닌, 사람과 로봇의 조화가 이루어진 이곳이 외식산업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대체하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로봇 활용이 아닌, 사람의 단점을 보완하며 조화를 이룬 로봇 활용의 성공 케이스라고 생각되었으나 180억 위안이라는 비용은 하이디라오가 아니면 불가능한 투자와 스케일이라는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 만나통신사 이전 칼럼으로 하이디라오 AI 스마트 매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 https://brunch.co.kr/@mannachina/34



전 세계 최초 '완전 자동화'에 도전하는 레스토랑


그 뒤로 또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나 2020년 6월 22일, 외식업계의 로봇 활용에 또 하나의 획을 긋는 곳이 탄생했습니다. 전 세계 최초로 모든 시스템을 로봇화하는데 성공한 완전 자동화 식당, 중국 광저우 지역의 천새로봇식당입니다. 요즘 중국에서 회자되는 로봇 식당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이기에 소개해드릴 만한 것 같습니다. 이곳은 작은 매장이 아닌 중식, 훠궈, 패스트푸드 등 다양한 업종을 아우르는 외식 플래그쉽 스토어인데, 음식 제조부터 프런트 데스크의 접객, 테이블로의 배송 서비스까지 모두 로봇이 전담하고 있습니다. 2000평방미터, 605평 규모로 20여 종, 40여 대의 로봇 요리사가 200여 개 메뉴를 제공하며 이는 600명의 고객들에게 동시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곳은 로봇의 실제 활용 과정에서의 운동, 정확성, 작업 안정성, 배치의 다양성을 비교적 잘 구현해냈고, 현재 외식업계에서 사용되는 로봇 중에선 가장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연구하고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천새로봇식당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죠.

출처: 바이뚜 이미지 (千玺机器人餐厅 검색결과 중)

매장은 24명이 동시에 식사를 할 수 있는 두 개의 룸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 룸은 마치 영화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매장에서 다루는 모든 식재료는 센트럴키친에서 표준화 처리를 거치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안전합니다. 커다란 유리 외벽 안에서 각종 재료를 넣고, 요리를 시작하는 로봇을 보고 있으면 놀랍습니다. 고객에게 제공되는 모든 냄비는 정확한 온도제어 시스템을 통해 360도로 열이 가해질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음식의 맛도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모든 요리의 레시피는 셰프와 개발자들이 오랜 상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합니다. 로봇이 한 개의 요리를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5분 정도입니다. 32개의 프라이팬으로 32개의 서로 다른 요리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고, 완성된 음식은 천장에 달린 레일 시스템과 지면의 서빙로봇을 통해 테이블로 전달됩니다. 로봇이 조리한 요리를 그릇에 담으면 그릇 전담 기계가 그릇들을 미니카로 옮기고, 미니카가 레일을 타고 주문한 테이블에 도착하면 요리를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출처: 틱톡 linjianxiao의 천새로봇식당 리뷰 영상 중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솥밥도 조리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세밀한 기술을 통해 완벽한 누룽지 솥밥을 즐길 수 있습니다. 햄버거 로봇 럭키는 90초에 햄버거를 하나씩 완성합니다. 고객은 QR코드로 주문을 하고, 그 모습을 직접 구경할 수 있죠.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버거의 품질은 햄버거 전문점의 제품 품질과 비슷합니다. 그 외에도 튀김 전문 로봇 Lambo는 치킨, 어묵 튀김 등 각종 튀김을 고온에서 하루 종일 튀겨냅니다. 고객이 매장에 입장해서 주문하고, 식사하고, 결제까지 하는 모든 과정에서 사람은 전혀 개입하지 않습니다. 이는 현재 중국의 푸드테크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줍니다.


언제쯤 로봇이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까


천새로봇식당은 로봇을 통한 매장 운영의 전자동화를 목표로 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00% 자동화를 이루었다고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음식을 먹고 나서 테이블을 세팅하는 인력은 여전히 존재하고, 로봇의 에러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술자는 항상 상주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런 시도 자체는 높게 평가할 만한 것 같습니다. 32개의 요리를 자동 셰프 로봇으로 구현했다는 것은 로봇의 실 활용이 머지않았다는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바이뚜 이미지 (千玺机器人餐厅 검색결과 중)

외식업에 있어 로봇이 사람을 완전 대체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앞으로 로봇은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의 일상 속으로 침투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변화를 그냥 지켜보는 것보다는 잘 준비해서 적절하게 대응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겠죠. 신규 출점을 준비하고 있다면, 그리고 기존 매장을 운영 중이라면 이러한 흐름을 고려해서 본인 매장의 규모와 컨셉을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혁신은 지속될 것이고, 혁신을 통해 비용이 줄어든다면 자연스럽게 점점 로봇의 활용은 늘어나겠죠. 로봇이 아직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사람이 할 수 없는 정량화된 계량, 실수 없는 반복적인 행위 등 인간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획일화된 프랜차이즈에 기대하는 고객들의 안정성 요구들을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아직까지는 로봇의 손맛이 사람의 손맛을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언젠가는 로봇이 더 정확하게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날이 올 것이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날이 다가오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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