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뜨는 비즈니스 ⑨>
라이브 커머스가 열풍입니다. 누가 나왔고 몇 시간 만에 얼마를 판매했다는 뉴스, 롯데마트와 같은 대형 유통사도 라이브 방송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 또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도 라이브 커머스와 관련 프로모션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합니다. 유명 스타나 인플루언서, 유명 브랜드가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이 아니라면 효과는 아직 미미한 수준입니다.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그렇고요. 과연 라이브 커머스가 미래 커머스의 핵심 분야로 떠오를 수 있을까요? 아니면 TV홈쇼핑처럼 다양한 유통채널 중 하나에 머무르게 될까요? 그 대답을 중국의 사례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부익부 빈익빈, 라이브커머스가 가지고 있는 한계
5G 시대가 되고 모바일 스트리밍이 일상화가 된 세상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통해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고, 요즘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라이브 방송도 SNS를 통해 종종 접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가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언택트 쇼핑과 모바일 스트리밍이 일상화된 뉴노멀의 시대, 모바일을 통한 라이브커머스가 대세가 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죠. 그렇지만 이 글을 보고 있는 분들 중에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실제 구매를 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한번 구매했던 경험이 두 번째 경험으로 이끌었던 경험이 있는 분들은 얼마나 될까요? 라이브 커머스는 아직 많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라이브 커머스 생태계는 모바일로 구매하는 TV홈쇼핑의 단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앱을 설치하여 접속해야 하고, 그런 수고를 하는 대신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죠. 그러나 그 정도의 혜택으로 지속적인 구매를 이끌어내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라이브 커머스가 가지고 있는 장점 그 자체로 고객의 관심을 이끌지 못한다면 TV 홈쇼핑이나 일반 이커머스 구매를 대체하긴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라이브 커머스는 등장하는 인플루엔서에 의존하는 경향이 큽니다. 물론 SNS에 발달하여 인플루엔서의 영향력이 높아가는 시대에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플루엔서의 인기에 의존한 매출이 일어나게 되니, 유통의 주도권이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에 따라 좌지우지됩니다. 그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유통채널 중에 하나로만 머문다면 라이브 커머스가 미래 커머스를 이끌 대세가 되기는 어렵겠죠.
라이브커머스의 원조가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5년 전부터 라이브 커머스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중국의 모바일 생태계가 갖는 독특한 환경 때문인데요. 일단 14억 인구의 시장이 기본적으로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했을 때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규모의 접속자 수를 제공하고, 인플루언서, 왕홍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통한 커머스 경제가 플랫폼에 의해 일찍 구축됐습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이커머스 기업인 타오바오, 징동 등에서는 2016년부터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했죠. 현재 전체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라이브 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에서 2020년 6%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라이브 커머스를 먼저 시작한 만큼 다양한 형태로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일상 소비재뿐 아니라 부동산부터 자동차까지 여러 영역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활용한 마케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중에 최근 중국 라이브 커머스의 흐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성장을 이끈 건 앞서 언급했던 타오바오, 징동 등 기존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이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티몬, 쿠팡 같은 전형적인 커머스 기업들이었죠. 그렇지만 최근 라이브 커머스의 강자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업체는 틱톡, 콰이 등 콘텐츠 기업들입니다.
중국의 틱톡 도우인에서는 2018년부터 커머스가 가능하게 기능을 업데이트하였고, 기존 재미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던 크리에이터들이 광고 수익 외에 물건 판매를 통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었고 지금은 이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커머스 업체가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는 것과 또 다른 소비자의 접근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한데요. 예를 들어 타오바오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이용하는 것은 처음부터 소비자의 구매 목적성이 뚜렷한 구매행태지만 틱톡을 통한 소비자의 구매는 자신이 관심 있는 콘텐츠에서 추천해주는 구매, 혹은 AI로 고객의 니즈를 창출하는 구매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방식이 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틱톡의 창업자는 ‘일반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른다’라는 생각으로 AI를 통해 추천 알고리즘을 설계했다고 하죠. 이것이 구매로 연결된다면 고객의 충동구매가 많아지게 됩니다. 최근 중국의 새로운 소비경향이 충동구매인 것과도 연결이 되죠. 이는 쇼핑부터 결제까지 소비자의 구매행태가 무척 쉽고 간편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인데요. 온라인 플랫폼은 핀테크를 발달시켜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집으로 제품이 배송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콘텐츠가 구매를 결정하는 힘이 된다?!
틱톡과 콰이를 통한 라이브커머스의 발달은 기존 타오바오와 징동과 같은 이커머스 기업이 진행해온 라이브 커머스와 전혀 다른 식의 발전을 가지고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 제품력이 중요한 시대였다면 틱톡과 콰이와 같은 콘텐츠 SNS를 통한 라이브커머스에서는 콘텐츠의 질과 스토리가 중요한 시대가 올 거라고 예상하게 됩니다. 고객은 필요에 의해 물건을 구매한다기보다 콘텐츠의 팬심과 호기심으로 충동구매를 할 가능성이 커져 간다는 거죠.
중국의 틱톡(도우인)에서 잠옷을 라이브 커머스로 팔고 있는 ‘닝슌잠옷코디룩’이라는 계정입니다. 그들의 콘텐츠를 보면 항상 잠옷을 입은 주인공들이 나와 집안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콩트 형식으로 연기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콘텐츠가 스토리가 있는 재미있는 기획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와 어울리게 이들은 다양한 잠옷을 팔고 있죠. 콘텐츠가 커머스로 연결된 재미있는 사례입니다.
이전까지는 사실 라이브 커머스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지 않았습니다. 라이브 커머스를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분명 불편했던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공급자가 만들어내는 수요가 아닌 소비자가 찾아오는 라이브 커머스는 전혀 다른 생태계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에서는 라이브 커머스 생태계에서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며 그 해답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해답의 형태를 곧 국내에서도 볼 수 있을 듯하네요. 우리도 그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중국은 마치 온갖 실험을 하는 거대한 실험실과 같습니다. 여러분도 중국의 변화를 지켜보며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