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결혼하면서 손절했다.
손절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감정을 끊게 되었다.
중학교 3학년 만났던 친구는 30대가 된 지금까지 나의 감정에 꽤나 많은 역할을 했다.
의지하기도 했고 속상하기도 했고 아련했다가 응원했다가 등등
20대의 다사다나난 날들의 어느 순간에 친구가 있었다.
그런 친구와 최근 대단히 싸우고 대단히 손절하게 되었다.
대단히 실망했던 일이 있었고 화가났다.
나는 화를 내었고, 그 관계가 끝이 났다.
적어도 이전의 17년이 마무리되었다.
마무리되었나? 잠시 접어두었나 어쨌든. 연결고리를 잃었다.
오래 묵은, 오래 참은, 관계를 끊어낸다고 마음 먹는 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이전에 느껴왔던 좋았던 감정도 모두 아니었다고만 해야하는 것 같다.
마음에 힘듬이 든 만큼, 나는 이 친구관계에 굉장히 에너지를 쏟았다.
이제 나에게는 그런 에너지조차 남아있지 않는걸까.
이전에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도 더이상의 자비가 없는 걸까.
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툭 끊어져버린 줄 처럼.
그렇게 17년이 빠르게 끊어질 수 있는 거였다니.
씁쓸한 마음이 자꾸만 마음 속에 찌꺼기처럼 맴돈다.
어느새 ‘친구’라는 단어가 낯설어진다는 느낌이 짙어든다.
내 삶의 반 정도의 시간동안 ‘친구’라고 생각했던 누군가와 관계를 끊어낸다는 것.
관계를 끊는다고 생각하고 인식한다는 것.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