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6일 할머니의 디자인 작업실 세 번째 날.
수업 세 번째 날.
지난 시간 주제였던 <우리 모습 그리기>의 마무리 시간을 잠시 가진 후
새로운 주제 <나의 태몽 그리기>를 시작했다. 자신의 부모님이 자신을 낳기 전에 꾸셨던 태몽을 그려보는 시간이다.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어떻게 그리냐며 여기 저기서 투덜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게다가 검은색 물감으로만 칠해야 한다니. 어르신들이 막막한 표정이 생생하다.
나는 어르신들께 여유롭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라고 말했다.
5분쯤 지났을까 슥슥 그려나가기 시작하시더니 어느새 스케치 완성. 옆에 가서 자세히 보니 몇몇 분들은 자신의 태몽이 아닌 자녀들의 태몽을 그렸는데 괜찮냐고 물으셨다.
내가 아는 태몽이라곤 구렁이, 복숭아, 새... 이런 것들 뿐이었는데 사람들이 각기 다른태몽을 꾼다는 게 다시 한번 신기했다.
두 손에 쌍가락지를 받는 꿈, 시장에서 장화 한 켤레를 사는 꿈, 바구니 가득 딸기가 담겨있는 꿈, 고추밭에서 누워있는 꿈 등 천차만별이었다.
태몽을 그리면서 어르신들끼리 이야깃거리가 생겨서 참 좋았다. 서로의 태몽그림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꿈이 있냐며 신기해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내 태몽에도 뱀이 나왔다며 반가워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이젠 두 시간이 너무 짧다고 말하는 어르신들. 앞으로의 그림들이 더욱 기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