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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주의] 관계기업 투자 ‘협진’의 두 얼굴


2026년 반기 실적을 발표한 (주)협진의 재무제표는 겉으로는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이라는 긍정적인 성적표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재무제표를 깊이 들여다보면, 이 흑자 뒤에는 극심한 유동성 위험과 본업의 취약성이라는 그림자가 드러납니다. 이는 숫자의 마법이 만들어낸 '회계상 흑자'가 기업의 실질적인 체력을 얼마나 왜곡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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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적자, 이익의 질에 대한 의문

협진 손익계산서를 보면, 상반기 매출액이 5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은 13.7억 원을 기록하며 본업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설립 당시 화장품 제조 및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삼았던 회사가 여전히 핵심 사업에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당기순이익이 44.8억 원 흑자로 돌아선 결정적인 요인은 '관계기업 투자이익 77.3억 원'입니다. 이는 회사가 기존에 투자했던 관계기업(주로 광무)의 평가 이익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평가 이익은 실제 현금 유입을 수반하지 않는 비현금성 이익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특히 현금흐름표를 정리한 주석 17번을 살펴보면 <염가매수차액> 141억 원이 보입니다. 이는 회사를 인수할 때 자산가치 보다 낮게 구매한 숫자 상의 차이를 반영한 것인데 현금이 들어온 건 아니죠. 즉, 회사의 생존력과는 무관한 장부상의 마법으로 순이익 흑자를 달성한 셈입니다. 이처럼 이익의 원천이 본업이 아닌 외부 투자에 의존할 경우, 이익의 질은 매우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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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현금 전량 소진, 단기 유동성 위험 급증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금흐름표와 재무상태표에서 나타납니다. 2025년 상반기 협진의 현금 관리는 '극단적인 위험 선호'로 요약됩니다. 2024년 말 107.3억 원이던 현금성자산이 2025년 6월 말에는 9.9억 원으로 90% 이상 급감했습니다. 단 6개월 만에 100억 원에 가까운 현금을 소진한 것입니다. 현금 감소의 주범은 투자활동 현금흐름(-107.9억 원)입니다. 회사는 재무활동 전환사채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모두 관계기업 지분 매입(60.5억 원)과 기타 채권 증가(40억 원)에 투입했습니다. 이는 본업이 적자인 상황에서 현금을 유보하기보다 '지분 투자'라는 위험 자산에 거의 전량 투입했다는 의미이며, 이는 단기적인 재무 안정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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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전에 닥친 전환사채 만기 도래 부담

현금 유동성이 바닥난 상황에서 재무상태표는 또 다른 폭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협진은 전환사채를 이미 2번 발행합니다. 2024년 말 비유동부채(장기 부채)에 있던 69.4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가 만기가 가까워지면서 2025년 6월 말 유동부채(단기 부채)인 '전환사채(유동) 72.2억 원'으로 재분류되었습니다.

이는 해당 금액을 6개월 이내에 갚거나 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현금 잔액이 10억 원 미만인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전환을 선택하지 않고 상환을 요구할 경우, 협진은 심각한 현금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될 수 있습니다. 부채 비율이 낮다고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 단기 지급 능력인 유동성 비율에 빨간불이 켜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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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협진(이하 "회사")은 2001년 3월에 화장품 원료의 제조 및 판매를 주요 영업목적으로 하여 설립되었으며, 2004년 6월 30일에 법인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또한, 2013년 11월 8일 자로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었습니다. 회사는 경영효율성 증대 및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종속회사인 주식회사 협진기계를 2021년 8월 24일에 흡수합병하였으며, 회사는 2021년 7월 23일 임시주주총회 결의로 상호를 "주식회사 에이씨티"에서 "주식회사 협진"으로 변경하였습니다. 보고기간말 현재 회사의 본점은 경기도 시흥시 엠티브이28로 16에 소재하고 있으며, 대표이사는 김종서입니다. 회사는 설립 이후 수차의 증자를 거쳐 당기말 현재 납입자본금은 24,174,124천 원입니다. 회사의 최대주주는 ㈜씨아이테크 등으로서 발행주식의 22.4%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한편, 회사는 2018년 외부감사인의 감사 의견 거절에 따라, 2019년 3월 20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여 회사 발행 주권에 대한 매매거래가 정지되었습니다. 회사는 2019년 4월 1일 상장폐지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였으며, 한국거래소는 2019년 4월 16일에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2020년 4월 9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습니다. 2020년 4월 14일 외부 감사인의 2018년도 재감사 의견 적정 및 2019년 감사 의견 적정에 따라 2020년 5월 8일 기업심사위원회에서 형식적 상장 폐지 사유가 해소되었습니다. 회사는 2020년 2월 6일 관리종목ㆍ투자주의 환기종목의 경영권 변동 및 2020년 3월 20일 횡령ㆍ배임 혐의 발생, 2020년 4월 13일 매출채권 이외의 채권에서 손상차손으로 인하여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추가 발생하여 회사는 2020년 7월 10일에 개선계획서를 제출하였으며, 한국거래소는 2020년 8월 6일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심의ㆍ의결을 하였으며, 개선기간 1년을 부여받았습니다. 회사는 2021년 8월 30일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하였으며, 한국거래소는 2021년 9월 28일에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상장 폐지를 심의ㆍ의결하였습니다. 이후 2021년 10월 22일 개최된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결의를 하였으며, 회사는 2021년 11월 12일 상장폐지 결정에 따른 이의신청서 및 개선계획서를 제출하였으며, 한국거래소는 2021년 12월 10일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하여 심의ㆍ의결을 하였으며, 개선기간 1년을 부여받았습니다. 회사는 2023년 1월 2일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하였으며,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심의결과 2023년 1월 27일부터 매매거래가 재개되었습니다.


투명성 관련 지저분한 과거

이러한 분석은 회사가 과거부터 지녀온 경영권 변동, 횡령·배임 혐의 등 고질적인 '투명성 리스크'와 맞물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킵니다. 현재 협진의 재무 구조는 '본업 성과'가 아닌 '투자 건의 평가 가치'에 의해 좌우되는 기형적인 형태입니다. 협진은 외형상의 흑자에 취할 것이 아니라, 고갈된 현금성자산에 대한 보충 계획, 만기 도래한 전환사채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 그리고 무엇보다 본업인 화장품 사업에서의 수익성 개선 로드맵을 제시하여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흑자라는 숫자가 아닌, 기업의 실질적인 현금 창출력을 기준으로 이 회사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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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진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다 보면 지배구조 관련 추적 상 굉장히 많은 회사들이 실타래처럼 엮여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회사들은 다들 비슷한 상황입니다. 본연의 사업은 줄어들고 있으나, 신경 쓰지 않고, 관계사 투자에만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마치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회사를 사고 파는데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대부분 코스닥 상장사이며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던 적이 있으나 지금은 바닥을 기는 형국입니다. 또한 한 가지 특징적인 건 이들 기업의 ‘조절판’ 역할을 현재는 협진이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협진은 낮은 부채비율에 레버리지(전환사채, 유상증자)를 일으킬 여력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끝이 누군가의 손해로 채워질지 모른다는 경고등이 매우 빨갛게 켜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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