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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Apr 26. 2021

아쉬운 이야기

아쉬운 이야기

아직, 꽃 같은 봄이다.

파스텔톤 외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시고 맞이하는 첫 주일.

할머니가 다니셨던 교회로 '유가족'이 되어 예배를 드리러 갔다.

코로나 시국에, 예배당에서 예배드리는 것도 오랜만이지만

내가 다니는 교회완 전혀 다른 거대한 예배당이 낯설었다.


내 동생 총이는 할머니가 다니셨던 교회 근처 카페 밖으로

할머니가 가방을 들고 살랑살랑 잰걸음으로 교회 가시는 모습을 보았었다고.

그때 나가서 인사드리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이야기한다.

앞으로 우리가 이야기할 아쉬운 이야기의 첫 시작일 뿐이려니 했다.


그리고 그때, 우리의 할머니가 아닌,

할머니 일상의 한 모습을 보았다며.


...


나는 나를 늙은 청년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던가.

어른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던가.

모두가 나의 모자일 뿐이라고.

벗어버리면 그만인 허물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할머니는 단 한 번도 스스로를 할머니라고 생각한 적 없이 그 길을 오고 갔을 테다.


할머니가 정읍에서 전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엄마는 전주로 거처를 옮기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매번 차로 모시고 교회를 다녔다.

그러다 당신들께서 걸어서 새벽예배를 드릴 수 있는 교회를 가시겠다며

할머니 집 근처 교회를 다니게 되셨단다.


할머니는 예배당에 가시면서 몇 번을 넘어지셨다

언젠가부터 보조기를 밀며 예배당엘 가셨다.

코로나 때문에 얼마간은 예배당에 가질 못하셨다.

그동안 할머니는 집 안 화장실에서도 넘어지고,

병원에 입원도 하시고,

또 넘어지시고,

뇌에 출혈이 생기고

그렇게 그렇게 천국의 시간이 가까워졌다.


엄마와 딸 셋, 우리는 유가족이 되어

오늘, 할머니가 다니시던 교회에 갔다.

생전 할머니를 모시고, 함께 예배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남으시단다.

앞으로 이야기할 아쉬운 이야기들 중 두 번째 이야기려니 했다.


거대한 예배당은 오랜만이었지만.

예배당의 크기와 다르게,

너무나 가까이 친밀하게

가족처럼 맞아주시고,

또 내 손을 잡고 우시는 할머니의 친구 분은

‘이제 안춘자 권사님 보고 싶어도 못 본다’며

눈물을 글썽이신다.


주보에 지난주 예물을 드린 사람들 명단이 적혀있었다.

감사헌금에 우리 할머니 이름 [안춘자]가 쓰여있었다.

직접 예배당에 오실 수 없었던 할머니께서

할머니를 섬겨주셨던 목자님을 통해 매주마다 감사 예물을 드리라고 전하셨단다.


교회를 오르고 내리며, 아주 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렸다.

할머니라면 보조기와 할머니 한분만 탈 수 있는 크기였다.

교회는 10년 된 엘리베이터를 교체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엄마는 헌금을 하시겠다고 했다.

우리 할머니 친구 분들이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실 수 있도록.


이번 설에는 할머니께 용돈을 안 드렸는데.

그게 그렇게 마음에 걸린다.

앞으로 이야기할 아쉬운 이야기들 중 세 번째 이야기려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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