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대학교 캠퍼스에 가다
교토의 대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내가 지내고 있는 숙소 옆으로는 교토대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이 근방에는 대학생도 상당수 살고 있어 여행지에 머무른다기보다는 대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학생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곤 하는데, 그러다 문득 교토대학교의 캠퍼스는 어떠한 모습일지, 어떤 낭만을 담고 있는지 궁금해져 교토대학교를 찾아가게 되었다.
주말이기 때문에 한적할 거라고 생각했던 캠퍼스는 사람들로 붐볐다. 메인 캠퍼스 입구 시계탑 건물 앞에는 춤 연습에 한창인 학생들이 눈에 띄었고, 견학을 온 고등학생들,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 교토대학 학생들이 어우러져 생각보다 더 활기찬 모습이었다. 때 마침 점심시간이었기 때문에 시계탑 건물 맞은편에 있는 학내 레스토랑에 사람이 몰려 더욱 시끌벅적했다.
나 역시도 시설은 물론 맛도 훌륭했던 학내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한적하게 쉴 곳이 필요해 조금 더 캠퍼스 안 쪽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메인 광장을 지나자 캠퍼스 어귀에는 조용하게 휴식할 수 있는 벤치가 늘어서 있었고, 사람들은 이곳에 앉아 조용히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 역시도 커피 한 잔을 사들고는 벤치에 앉아 노트를 꺼내 들었다.
언젠가요?
누군가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찬란했던 시절을 묻는다면, 나는 '대학생 시절'이라고 답할 것이다. 아직은 짧게 산 인생이지만, 돌아보면 아직도 아련하고 돌아가고 싶은 시절. 나한테는 그것이 대학 시절이다. 나는 평생 대학생이고 싶었다.
20살. 따스한 봄기운이 캠퍼스에 내리고 꽃이 피어나던 그때의 공기를, 그때의 모습을 여전히 기억하고 추억한다. 그 시절 나왔던 빅뱅의 TONIGHT 앨범을 들을 때마다, 그때 당시 연락을 주고받았던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의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벚꽃을 보며 벚꽃 필 때가 참 예뻤던 단과대 건물을 떠올릴 때마다. 철 없이 어렸던 그 순간들 속에서 여러 사람들과 나누었던 추억이 떠올라 가슴 한편이 쿡 쑤시며 뭉클해진다.
나는 참 철이 없었다. 수능 공부에서 해방됐다는 느낌 때문이었는지(사실 수능 공부도 그다지 열심이진 않았으나)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더욱 신나게 원 없이 놀고 싶었다. 수업을 빼먹고 캠퍼스 잔디밭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대낮부터 술을 마시거나,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차가 끊겨 노래방에서 목청껏 노래 부르며 밤을 새우고, 24시간 문을 여는 국밥집에서 다 함께 국밥 한 그릇으로 해장한 뒤 첫차를 타고 집에 가기도 했다.
그뿐이겠는가. 3개의 동아리에 학생회까지 겸하며 각종 모임과 술자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순식 간에 한 학기가 지나 방학이 찾아와도 각종 MT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청춘이 내게서 조금씩 멀리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재미있게 나의 나날들을 보냈다.
아마 이것은 내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까?
돌이켜보면 나는 사람들과 만난다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것 같다.
학창 시절부터 공부는 싫었어도, 지각은 했어도, 학교를 빠지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초중고를 모두 걸어서 통학했던 나에게 왕복이 서너 시간가량 걸리는 통학길은 가끔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험난했다. 그런데도 학교가 가고 싶었다. 물론 강의시간에 맞추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하지만, 그 날 강의를 모두 놓쳤어도 나는 학생회 회의를 하러, 동아리 회식을 하러 학교를 가곤 했다. 공강인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것들을 돌이켜보면 나는 학교가 너무 좋았다기보다 그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무엇이 남았냐는 물음에도 사람이 남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대학에서 만나 열과 성을 다해 청춘을 함께 나누었던 사람들은 함께 나눈 추억을 토대로 진한 유대감을 형성했다.
나는 추억은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자산의 크기는 내가 그 추억을 대하는 자세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물질적인, 지표화 된 가치로는 재단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랄 것이다.
나는 추억이 정말 소중하다. 그리고 추억이라는 것은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빛난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함께 나눈 사람들이 소중하다.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만나, 같이 울고 웃고 때로는 다투며 서로의 청춘을 공유한다는 것. 그것이 소중한 경험이라고 느낀다. 내가 대학에서 얻은 것은 그것이다.
물론 과하게 낭만적이고 모순적이며 비싼 등록금과 대학의 본질적인 의미에는 벗어난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더러 있을 수 있겠지만, 대학이 주는 의미는 단순히 '학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본다. 대학이 단순히 학업적인 역량을 쌓아 올려 좋은 직장으로 가기 위한 발판일 뿐이라면 너무 허망하지 않을까.
나는 나대로 나의 가치관과 미래, 청춘을 탐구했다고 믿는다.
대학생 시절, 좌충우돌이었던 우리를 위로하던 마법의 문장이 있었다.
"괜찮아, 이것도 다 추억이야."
그렇게 넘어져도 겁 없이 세상을 대할 수 있었던 때가 그때였다. 각박한 사회에 이제 막 발을 들여 앞으로 수십 년을 견뎌야 하는 나는 아직 그것을 견딜 준비가 채 되지 않았나 보다. 아마 내가 평생 대학생이고 싶었던 것은 좌절하는 일이 있더라도 저 문장으로 계속해서 내 인생을 응원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각설하고, 행복했었다. 너무 재미있고 행복한 나날들이라 지는 가을 낙엽처럼 떨어져 이별하기가 그리도 싫었다.
인생에서 다시 찾아오지 않을 순감 임을 알기에. 내 청춘이 거기 있었기에, 참 순수했었기에. 무척이나 그립다. 그때의 내 모습이. 서툴던 그 모습들이.
평생 대학생이고 싶었다.
● 함께 한 플레이리스트
HONNE - Good Together
Jakob Ogawa - Let It Pass
Phony PPL - Why iii Love The Moon.
HONNE, Izzy Bizu - Someone That Loves You
BIGBANG - STUPID LIAR
BIGBANG - LOVE SONG
BIGBANG - WHAT IS 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