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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호티브 Nov 16. 2018

#5 가장 외로운 생일

나는 어떤 사람일까?


처음으로 타지에서 맞이 하는 생일이다. 늘 시끌벅적한 생일을 보내왔지만 오늘만큼은 처음으로 철저하게 혼자인 생일을 보내고 있다. 왠지 모르게 오늘은 유독 더 혼자이고 싶었다. 생일이니까 사람들이 붐비고 더욱 예쁜 곳에 가야 했을 수도 있지만,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집 앞 카모강변에 걸터앉아 있다. 이유를 대라고 하면 곤란하다. 그냥, 진짜 그냥 혼자 있고 싶었다. 감정적으로 힘든 것도 아니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요새 들어 유독 나를 휘감아 오는 물음 중에 하나다. 예전에 '자신의 장점을 적으시오'라는 란에는 '사교성이 좋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고 적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전혀 그렇다고 느끼지 못한다. 대학을 떠나면서부터 였을까? 그때부터 내가 사교성이 그다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다.


감정 소모가 너무 컸던 탓일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것을 곧잘 했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를 품고 가야 하고, 전체가 중요했던 사람에서 대인관계에 꽤나 냉정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만날 때마다 술자리 내내 직장 생활 푸념을 늘어놓기만 하는 친구에게 핀잔을 주기도 했고, 항상 돈이 급할 때만 연락하는 오래된 친구에게 냉정하게 대하며 연을 끊기도 했다. 그리고 나에게 의지하며 하소연하길 좋아하는 친구의 전화를 매 번 듣고 있는 것이 힘들어 어느 순간 전화를 피하기도 했고, 여러 명이 뭉쳐있는 그룹의 전체 분위기를 해한다고 느끼는 친구를 싫어하며 냉정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마음에 공간이 없어 포용력이 좁아진 걸까? 아니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을까? 모르겠다. 이런 상황들을 겪으며 감정 소모를 할 필요가 없는 혼자 하는 것들이 더욱 좋아지고 그것에 열중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혼자 여행 떠나기를 좋아하는 것도 그 이유의 연장선이었다. 내가 가고 싶은 곳만 갈 수 있고 머무르고 싶은 곳에 내 마음대로 충분히 머물 수 있으니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 연을 쌓고 즐거운 여행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여행을 떠나온 것은 철저하게 혼자가 되고 싶어서였다. 나는 나 하나만이 향유하는 공간에서 차분하게 내 머릿속에 가라앉은 고민들을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걷어내고 싶었다. 부모님의 짜증 섞인 잔소리가 오가는 매일이 반복됐기에 내가 살고 있는 우리 집 조차도 나에게 안정감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그렇게 교토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너무 행복해하며 즐기고 있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 그 어느 때 보다 외로운 생일을 맞고 있다. 그러나, 사실 실제로 혼자 있다는 것을 빼면 그다지 다를 것은 없다.


여느 생일 때와 다름없이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생일 축하 연락을 받기도 하고, 기프티콘으로 선물을 받기도 한다. 그들은 내가 어디에 있던 나를 생각해주고 나를 축하해준다. 모두 그대로다. 단지 나는 내가, 내 상황이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반성한다.


늘 후회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나는 누군가와 1대 1로 감정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너무나 익숙하지 않고 어색해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들과 재미있게 떠들고, 재치 있는 말들로 웃겨서 중심이 되는 법은 알았어도 그 사람들이 나를 편안하고 기대고 싶은 사람으로 느낄 수 있게끔 한 명 한 명의 감정에 다가가는 방법은 도무지 재주가 없었다.



한 친구는 나를 보며 '다가가면 어느 순간 벽이 쳐져 있는 것 같다. 선이 확실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 맘 때 즈음 나는 점점 소외되고 혼자가 되어 간다는 감정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그 친구의 그 말은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의 이유를 알려주는 듯했다.


맞다. 나는 어색한 것을 견디지 못하기에 낯간지러운 말이나 행동이 필요한 상황을 난감해한다. 그 사람이 나와 있는 것이 어색할까 봐, 재미없다고 느낄까 봐. 일부러 그러한 순간들을 숨기고 피했다.



그런데, 요새 느끼는 것은 그 사람이 그렇게 느꼈던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를 그렇게 느끼고 평가하고 프레임을 씌워버렸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나에게 자신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내 속이, 감정이 드러나는 1대 1의 감정교류를 꺼려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휘감았다.


어느 시점부터 냉정해질수록 곁에 남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이 느껴지면서 그들에게 더 잘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였을까? 예전에 나는 그러지 않았을까?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래 버릇을 하지 않았으니 너무 힘들고 어색하기만 하다. 그래도 차근차근 바뀌어갈 수 있는 것일까.

  


그렇게 보면 나는 참 행운아다. 이런 성격임에도 곁에서 여전히 축하를 보내주고 멋지다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더욱 모난 성격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나는 남을 어색해하던 것이 아니라 나를 어색해했던 것 같다. 철저히 혼자가 되어버린 생일에서야 그것을 확실히,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외로운 생일이 없지만 내년에는 그만큼 따뜻한 생일이 될 거라고 믿는다. 아니, 그렇게 노력하고 싶다.


오늘 나는 혼자였지만, 교토는 나에게 그 무엇보다 큰 선물을 안겨준 것 일지도 모른다.





● 함께 한 플레이리스트


기리보이 - 키보드 (Prod. By Hansen)

기리보이 - 하루종일 (Feat. DJ SQ, 한요한)

죠지 - nobodylikeme w/th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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