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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섯 번째 카트로 찾아왔습니다!
벌써 올해의 마지막 4분기의 10월이 반절이 지났네요. 분명 많은 일들이 일어난 해였는데, 막상 무엇을 했는지 연초에 세운 목표를 들여다 보고 진도율을 보자면, 마음이 갑갑해지는 건 매년 겪는 일인 것 같습니다.
최근엔 세계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이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일 텐데요. 전쟁 관련 이슈들과 함께 등장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엑스(구 트위터), 메타(인스타, 페북), 틱톡, 알파벳(유튜브) 등인데요. EU가 이들 소셜 미디어들의 조사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들리고요. 이들이 전쟁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 건지, 조사의 근거가 되고 있는 EU의 DSA/DMA 법은 무엇인지, 소셜 미디어의 윤리적인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전쟁으로 돈을 버는 SNS
며칠간 X(구 트위터)에는 전쟁을 다룬 5000만 개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문제는 편향되고 왜곡된 뉴스들이 무분별하게 퍼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스라엘 가자지구에 붉은 섬광의 폭격이 발생하는 영상, 무장 단체인 하마스가 이스라엘 어린이를 납치해 철창에 가두고 조롱하는 영상, 이스라엘 헬리 콥더가 하마스에 의해 격추되는 영상까지. 수십만 조회수를 얻으면서 화제가 된 이 영상들은 모두 가짜라는 게 드러났죠. 영국 BBC뉴스 기자를 사칭한 가짜 계정이 등장하기도 했고요. 허위정보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잔인하고 유해한 영상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된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조장한다는 것도 문제고요.
그런 와중에 EU가 칼을 빼들었습니다. X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것을 시작으로, EU 집행위원회는 메타, 틱톡에 각각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준수하기 위한 조처를 제출하라고 요청했어요. 특히 10대 이용자가 많은 틱톡에게는 “온라인상 미성년자 보호와 혐오 발언 확산 방지 대책”을 내놓으라고 했는데요. 틱톡의 경우 7달러만 내면 더 많은 이용자에게 노출시키는 광고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최근까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검색할 경우 스폰서 동영상이 노출이 됐는데요. 그 동영상 중에는 가학적이고, 정확하지 않는 내용도 많았다고 합니다. "비극으로 돈 버는 SNS” 라며 비판을 받기도 했죠.
해당 플랫폼 기업들은 모두 집행위가 정한 시한 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하고, 제출하지 않거나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과징금이 부여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 과징금 규모가 어마무시합니다. 연간 글로벌 수익의 최대 6%에 해당하거든요….
무섭다 무서워 DSA DMA
EU가 근거로 이야기하고 있는 DSA(디지털서비스법), DMA(디지털시장법)은 무엇일까요?
DMA는 빅테크의 독점 영업을 막는 더 강화된 법으로,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목적 : 불법 콘텐츠로부터 사용자 보호
대표 내용 : 불법 콘텐츠 판매 금지, 미성년자 개인 데이터에 기반한 타겟광고 금지, 이용자를 기만하는 ‘다크 패턴’ 방식의 인터페이스 사용 금지
대상 : EU에서 월간 사용자 수(MAU)가 4500만명 이상인 업체 19곳
위반시, 연간 글로벌 수익의 최대 6%를 벌금으로 내야 하고, 반복해서 위반했다면 EU 내에서 회사 운영 금지
목적 : 빅테크의 독점 방지
대표 내용 : 특정 애플리케이션의 사전 설치나 자사 서비스 우선 적용, 서비스 간 개인정보 통합을 규제. 다른 온라인 메시지 서비스와의 상호 운용성을 제공해야 하며, 사용자가 다른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함.
대상 : 연매출 75억 유로 이상, MAU 4500만명 이상 '게이트키퍼 플랫폼' 알파벳·아마존·애플·메타·MS, 중국의 바이트댄스 외
위반시, 글로벌 기업의 경우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매출액의 최대 10%, 반복 위반 시 20%까지 벌금으로 부과
해당법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중국기업인 바이트댄스도 포함되지만요)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사용자를 보호하고,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한다’는 대의 뒤에 숨겨진 이유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머스크는 사실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으나 엑스의 유럽시장 철수설도 나오는 걸 보니, 이 법안이 얼마나 영향력이 큰지 잘 알 수 있지요. X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5억 5천만 명 수준으로, 이중 유럽 이용자 수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죠(아래 표를 보면 영국, 프랑스 등이 상위 국가에 속합니다) 유럽 시장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을 거란 뜻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유료 소셜미디어의 등장?
DSA, DMA와 같은 EU의 규제에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대응할까요?
메타는 유료화를 노리는 모양새예요. 유럽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광고 없는 인스타그램 버전(월 14달러)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개인정보를 빼내 맞춤형 광고에 활용을 안 할 테니, 돈을 내라는 겁니다. 유럽은 메타의 광고 수익에서 북미 다음으로 높은 곳이에요. 비율로는 20%가량이죠. 이 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고, EU의 규제에는 따라야 하는 상황에서 꺼내든 카드인 것이죠.
그런데, 이 유료화 서비스는 엑스(구 트위터)의 유료 서비스인 ‘트위터 블루’와는 결이 다릅니다. 수익성 개선과 신규 파이프라인 발굴을 목적으로 유료화를 고민하는 것보다는 규제 회피, 혹은 적응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메타는 지난 7월 X의 대항마로 출시한 앱 ‘스레드’를 규제를 우려해 유럽에 출시하지 않은 걸 보면 알 수 있지요.
수익보다는 규제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하더라도,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왜 유료로 써야 해?”라는 말을 하기엔 우리는 ‘유튜브 프리미엄’이 성공하는 것을 이미 경험했으니까요.
유튜브의 모델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광고를 보지 않을 자유,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자유’ 라는 선택지를 하나 더 주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 요금제를 출시할 때는 세심하게 접근하긴 해야겠네요. 유저들의 정보로 돈을 벌어온 소셜미디어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방식도 있다’고 설득하는 것 자체가 (데이터 수집으로 인한 광고 수익의) 부정적(?) 정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니까요.
소셜미디어의 사회적 책임
소셜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몇 년 전부터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저 개인적으로 이거 참 심각하네라고 생각했던 건 넷플릭스의 <소셜딜레마>와 메타의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의 메타 내부문건 폭로였죠.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가짜정보와 혐오 발언, 심지어 인종 간 폭력까지 조장” 했으며 이 사실을 알고도 페이스북은 묵인했다는 것이었어요.
몰랐다는 것보다 ‘알고도 묵인했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충격적이었죠.
그뒤로 관심이 생겨 찾아본 책 중 하나가 <소셜 온난화>인데요. 이 책은 소셜미디어가 오히려 극단적인 사회를 만들고 있다는 내용을 여러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는 책입니다. 책에는 ‘소셜 온난화’ 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산업화 이후 쉴 새 없이 배출된 온실가스가 지구 온난화와 기후위기를 불러온 것처럼,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의 분노를 이용하려는 세력이 득세하며 사회의 온도를 들끓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죠. 이렇게 일갈하기도 합니다.
알고리즘은 페이스북(혹은 솜씨 좋은 조작자)이 원하는 대로 사용자의 감정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사용자는 알지 못한다. 교묘하고 매끄럽고 아날로그적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찰스 아서는 “알고리즘을 만들고 방치해 온 사람, 즉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 테크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주장하는데요. 아마 그는 DSA, DMA의 등장에 대해서 무척 달가워했을 것 같아요.
그 뒤로 메타를 대표로 하는 소셜미디어들의 정책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만, DMA 나 DSA 같은 강제성을 띈 강력한 법이 등장하고 막대한 과징금을 때려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늉은 하는 것으로 보여요. 규제가 통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메타는 애플 iOS와 구글 Android의 개인 정보 보호(추적금지 동의여부 확인) 조치, 인플레이션 여파 그리고 내부 고발 이슈까지 2021~22년 실적과 주가가 나락을 가기도 했습니다. (TMI지만 메타버스 열차에 현혹된 메타의 주주로서…. 눈물겨운 손절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하락세는 이제 메타버스 집착을 버리고 잘하던 광고에 집중하겠습니다!라는 마크 주커버스의 선언이 있고 나서야 멈췄죠.
최근엔 비판이 일자 가짜 뉴스 차단 정책을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히브리어와 아랍어에 능통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운영센터'를 구성해 폭력적, 노골적 콘텐츠를 삭제 중이며 자사 정책을 위반한 해시태그는 사용할 수 없게 하고, 하마스 기습 공격 이후에는 이전의 7배에 달하는 게시물을 매일 삭제 중”이라고 강조했죠.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며 트럼프의 계정까지 복귀시켰던 머스크의 엑스는 하마스 공격 후 "수만 개의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임을 알리는 라벨을 붙였다” 고 EU에게 회신하기도 했어요.
소셜 미디어가 돈을 버는 방식
소셜미디어 등으로부터 빼앗긴 집중력을 찾자는 주장을 담은 책 <도둑맞은 집중력>에 따르면, 성장엔 2가지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기업이 새로운 것을 개발해 수출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찾는 것.
소비를 늘리라고 기존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 → 사람들이 더 많이 먹거나 덜 자게 할 수 있다면 경제 성장의 원천을 발견한 것.
과거와 같은 고성장 시대에는 첫 번째 방법이 먹혔지만,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한정된 파이를 나눠먹는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들은 두 번째 방식으로 돈을 번다는 뜻이죠. 즉, 지금의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우리들이 쉬거나 잠잘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게 함으로써 연간 엄청난 매출을 올립니다.
메타의 연 매출은 1,166억 달러, 알파벳의 매출 중 구글 서비스 쪽만 발라내도 2,530억 달러쯤 되는 돈을 벌어요. 한국 돈으로는 480조 가량 되는 돈인데요. 대한민국의 22년 예산이 607조라고 하니까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삶에 편리하다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는 지켜져야 한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책임감을 묻지 않기엔 너무 크단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리고 가짜뉴스
연구에 의하면, 자극적인 ‘가짜뉴스’는 더 쉽게 퍼진다고 합니다. 자극적 → 사람들이 더 잘 반응 → 확산된다는 걸 증명한 논문도 있고요.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사실이 검증되지 않은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것을 더 많이 보여주는데 “참여도를 극대화하는 머신러닝 모델이 논란, 가짜정보, 극단주의를 선호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하우겐이 밝히기도 했죠.
미국에선 소셜미디어상의 가짜뉴스가 증가하면서,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매스미디어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어요. 미국인 중 32%만이 신문, TV, 라디오를 포함한 매스미디어가 뉴스를 정확하고 공정하다고 대답했는데 이 수치는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죠.
이제는 무엇을 믿어야 할지도 어려운 시대에 왔어요. AI기술이 발달하면서 더 교묘하고 정교해진 가짜 뉴스들이 생산될 텐데요. 이를 개인의 판단으로만 맡기기엔 너무 버거운 세상인 것 같습니다. 소셜미디어들의 노력이 더 중요해질 거예요.
이번주 화~수요일(한국시간 수~목요일)엔 메타, 구글의 이번 분기 실적 발표가 있는데요. 지난 분기 엄청난 매출 회복을 보여줬던 두 회사가 소셜미디어 광고분야에서 지난 분기에 이어 성장한 매출로 투자 심리를 살려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전쟁과 같은 끔찍한 사건은 소셜미디어의 활성이용자수를 증가시킵니다. 이슈에 대해 관심이 높아질수록 더더욱요. 그럴수록 소셜미디어는 더 큰 수익을 올리겠죠. 이렇게 얻은 수익은 재무제표상 ‘광고수익-매출’에 숫자의 일부로 잡히겠지요. 투자자들은 안도하고 시장은 열광할 것입니다.
숫자엔 생과 사, 옳고 그름, 도덕성에 대한 가치판단은 들어가 있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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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카트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