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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그리드 Nov 15. 2023

영웅시대부터 키오스크까지

콘텐츠 카트 08

해당 글은 뉴스레터 '콘텐츠 카트' 로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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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토요일>(tvN)은 보통 시청률이 2% 내외인 예능 프로그램인데요. 얼마 전 3.853%이라는 기록을 세운 적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무슨 일일까요? 바로 임영웅이 출연했기 때문인데요. 그의 브랜드파워는 엄청납니다.  그리고 임영웅의 뒤에는 5060 세대가 주축이 된 임영웅의 팬덤 영웅시대가 있습니다.  <미스터 트롯>으로 시작된 트롯 열풍과 그를 주도한 것이 중장년층이 있다는 사실은 몇 년 동안 신드롬으로 여겨지고 있죠.


오늘은 이런 베이비붐 세대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미디어에서는 그들을 놓쳐서는 안 될 소비자로서, 활기차고 밝은 면만 다루고 있죠.  하지만 정말 그것이 전부일까요? 힘들더라도 이렇게 양면성을 모두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콘텐츠에는 만드는 이의 의도가 들어가니까요.


그는 정말 귀한 분이죠 


베이비부머 그들은 누구인가? 


5060대, 액티브 시니어, 오팔세대(Old People with Active Life), 베이비 붐 세대.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시장에서 그들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안정적인 삶을 기반으로 은퇴 후에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는 세대’ 죠. 그들은 새로운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소위 여유가 있고 지갑을 잘 여는 세대입니다.  그런데 언제나 모든 것을 납작하고 단순하게 보는 것보다는 여러 면을 보는 편이 좋겠죠.  세대를 무 자르듯이 나누고, 규정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여가 생활에 아낌없이 돈을 쓸 정도로 가장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 세대입니다. 우리나라 가계자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부동산까지 합친 세대별 자산을 따져보면 60세 이상이 가진 순자산이 전체의 46%에 달한다고 하죠.  이들이 자산이 중요한 만큼 금융업계에서는 이들을 특별 서비스를 내놓는 등 노력하고 있고,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증여세/상속세 인하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로는 부모를 챙기고, 아래로는 자신보다 가난한 자식을 챙겨야 하는 끼인 세대라는 이야기도 있지요.


'우리나라 노인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가장 가난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66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4%로 OECD 평균(14.8%)의 3배에 달한다고 하죠. (프랑스(4.4%), 독일(9.1%), 스웨덴(11.4%), 영국(15.5%), 일본(20.0%) 노인부양에 소요되는 비용도 재정 규모가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죠.

빈곤층의 경우 생계를 위해 원치않더라도 몸을 혹사시키는 노동을 해야 하고 질병, 열악한 주거환경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국가로부터 노후 보장을 기댈 수 없기 때문에, 역으로 부유한 베이비 부머들은 자신들이 평생 일궈온 자산을 어떻게 하면 자녀, 손주들에게 불려줄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한편으로는 사회에 자신의 자산이나 재능을 기부하는 데 인색한데요. 한국의 기부문화 수준은 전 세계 하위권이며, 기부 참여율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하죠.  고성장 시대를 지나 저성장의 흐름 속에서 나눌 수 있는 파이는 작아지고, 모두가 아닌 내가 허용한 ‘우리’만 살면 된다는 각자도생 사회에선 이런 경향이 더 커질 것 같아요. 비단, 이들만의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겠습니다만, 아쉬운 면이 있지요.



나이 들어도 뒤쳐지면 안되는 한국   

한국은 유독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입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95% 가 넘을 정도로 급격한 변화에 잘 적응하는 사회이기도 하죠.  그만큼 비주류 혹은 시류에 따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부족합니다. 인건비 감축을 위해 키오스크를 늘리고, 이에 잘 적응한 어르신들을 치켜세우고는 하니깐요. 중장년층도 이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60대 이상 스마트폰 사용률은 92%에 육박한다고 할 정도니까요.


한국의 세대별 유튜브 이용자를 보면, 50대 이상이 눈에 띕니다. 50대 이상의 유튜브 이용시간은 30, 40대보다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단적으로 말해서,  여유 시간이 많은 노년층에게 유튜브는 최적화된 플랫폼입니다. 더 많이 더 오래 시청하도록 교묘하게 설계된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이들에게 끊임없이 영상을 시청하도록 만들죠. 유튜브는 빠르게 중장년층으로 파고들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지만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채널의 경우 평균 광고 수익이 높다고요.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 비율이 낮고, 스킵 등을 하지 않아 광고 시청을 오래 하는 데다, 시청을 중단하지 않고 유지할 확률이 커서라는 거지요.

전 세계적인 소셜미디어 유저를 나라별로 비교했을 때, 한국은 3위에 위치할 정도로 소위 ‘소셜미디어 강국’입니다. 과연 이게 칭찬일지는 의문이긴 합니다.  전 국민이 소셜미디어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사회이기도 하단 뜻이니까요.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모두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유튜브를 들여다보고 산다는 것. 조금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죠.


불평등의 상징 키오스크  

스마트폰이나 소셜미디어같이 디지털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오프라인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느끼는 대표적인 예로는 ‘키오스크’가 있을 거예요. 매장에서 사용하는 주문형 키오스크는 2019년 5479대에서 2022년 2만 1335대로 4년간 약 4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해요. 팬데믹 당시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도입한 영향이라고 하는데요. 키오스크는 3~4년 전만 해도 대당 가격이 400만 원 이상이었지만 최근에는 100만 원 정도로 낮아졌다고 하니,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오프라인 매장은 점차 늘어날 것 같습니다. 서울 디지털 재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 이용부터  키오스크 이용 경험들은 노년층일수록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기술을 어려움 없이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간의 차이는 일상의 불편을 넘어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 이라고요.


많은 것들이 터치 몇 번에 끝날 정도로 간편해지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어진 세상이지만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소외받게 됩니다. 모바일을 사용할 수 없는 노인들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 등 각자의 상황에 의해 직접 대면하는 것이 필요한 이들은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죠. 누군가에게 항상 도움을 요청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매번 미안해지는 사회가 과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디지털 리터러시’ 의 함정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것을 넘어, 디지털 환경에서 소통・협업하고, 나아가 실제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디지털 정보의 활용 전략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사회적으로 격차와 배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디지털 리터러시는 사회활동 참여도와 만족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죠(논문)


최근엔 모바일/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사기’도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해요. e메일 해킹 피해에서부터 원격조정 앱을 통한 피싱 피해, 스캠 등 점점 늘어나고 있죠.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고령층 금융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법 제정 등 다방면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이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년층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자체의 ‘디지털 배움터’에서는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 활용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기도 하고요.


중장년층 팬덤이 핵심인 임영웅 전국투어 콘서트는 티켓 예매 개시를 앞두고 사상 최초로 전용 회선을 개설하는 등의 배려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고요.  배달의 민족은 ‘쉬운 배달앱 사용법’을 제공하고 있죠.


저는 이 배려 혹은 센스로 ‘칭찬’ 받는 접근들이 좀 불편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거칠게 얘기하면, 사업 기회를 잘 포착한 기업들의 주요 타깃 혹은 타깃 확장이 목적인 전략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근본적으로 “따라잡으려면 배워야 한다” 는 것을 가정하고 있으니까요.


처음부터 '원'을 그려 넣고, 그 안에 들어오려면 스마트폰을, 앱을, 키오스크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 원 밖에서 받는 실제적인 불이익, 감정적인 박탈감 등은 고려되지 않으며, '나가리'라는 것은 변하지 않지요. 일부의 몰지각한 사람들은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노인 혐오’  현상들은 이 맥락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죠.


이번 레터의 시작점은 친척 어른들과 함께한 가족여행이었습니다. 60~70대까지 어른들을 모시고 서울 나들이를 했는데, 눈을 반짝이면서 좋아하셔서 뿌듯했던 개인적으로는 뿌듯했던 기억입니다. 작은 것에 감탄하는 호기심은 나이와는 상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대별로 다른 세대는 이럴거야 하는 선입견이나 편협한 관점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단 걸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됩니다.

저는 한국의 산업화를 몸소 경험한 베이비 부머의 자녀로, IMF와 2002년 월드컵, 2008년 금융위기를 경험한 세대입니다. 유로존 위기를 맞은 유럽을 경험했고, 금융 위기 이후 미지근한 성장이 지속되는 기간에 취업을 한 후 팬데믹을 맞이했습니다. 대학을 가는 것은 당연했고, 주변에서 대학원을 가는 게 자연스러운 가장 많이 배운 세대이기도 하죠. 그러나 그 인풋에 비하면 아웃풋은 보잘것없는 밀레니얼,  최초의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 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노인이 된 후의 세상은 어떨까요? 100살까지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지 않을까요? 부모 세대인 베이비 부머들이 노력한 것보다 더 힘들게 적응해야 할지도 모르지요.


모두가 같은 속도로 한 곳만 보고 따라가는 게 아니라 조금 뒤처져도 괜찮은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금전적인 여유도 중요하지만, 다양성과 존엄성이 지켜지는 세상이었으면 해요. 우리가 지금 누리는 편리함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님을 그리고 그다음은 어디로 향하는지 항상 생각하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뉴스레터 '콘텐츠 카트' 로 발행한 글입니다.

콘텐츠 카트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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