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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Mar 18. 2024

[리더십] 아멜리아와 파수꾼 나무

전략컨설팅[H] 한봉규

Snowman_Castle. Christian_Kaempf. 1997. meisterdrucke.us




실리콘헤이븐 북쪽 베르단티아라는 숲에는 아멜리아라는 이름의 부지런한 개미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멜리아는 자신의 앞길에 놓인 장애물에 상관없이 항상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개미였습니다.



흰 눈이 온 세상을 덮고 베르단티아 숲의 파수꾼이라고 불리는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이의 전나무도 반즘 눈 속에 파묻혔던 날에도 아멜리아는 거미의 실로 짠 양말과 여우 털로 짠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날 베르단티아 숲은 아멜리아 발자국 말고는 없었던 날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아멜리아가 하는 것은 단순하고 심오했습니다. 더 안전하고 튼튼한 개미굴로 새봄에는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아멜리아의 천적 개미핥기 때문에 수도 없이 사라져간 개미 동료의 희생을 봐서라도 이번 겨울, 혹독하지만 꿋꿋하게 버텨야만 했습니다.



아멜리아는 동료 개미들의 생존 말고는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남아 있는 180여 마리의 개미굴 식구들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으면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추위 즘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기꺼이 모든 일을 도맡기로 한 것입니다.



아멜리아는 온 발을 서로 비비면서 추위를 잊으려고 애를 쓰며 눈 덮인 베르단티아 숲 곳곳을 다니며 식량이 될 만한 것은 무엇이든지 모았습니다.



얼음이 된 밀알도 주었고, 다람쥐가 숨겨서 찾지 못한 도토리도 찾았습니다. 부지런히 한 발 한 발 내디뎠습니다. 그러던 중 숲의 소식통 까마귀 '블로그'를 만나 인사를 나눴습니다.



"이 엄동설한에 먹을 것이 어딨다고 ···."



블로그는 신발이 해지기 일보 직전인 아멜리아를 불쌍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이보게 아멜리아, 이 숲의 파수꾼 나무 밑동으로 가보시게. 너구리들이 모아둔 식량이 있을 거야! 걱정 말고 가져가라고, 폭설이 내리던 날 너구리들은 떠났으니까!" 그 말을 남기고 블로그는 사라졌습니다.



블로그 말대로 파수꾼 나무 밑동에는 식량이 가득했습니다. 아멜리아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정도 식량이면 올겨울은 거뜬할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아멜리아가 들어온 파수꾼 나무 밑동 입구가 나뭇잎에 쌓여 있던 눈덩이가 떨어져 막힌 것이었습니다.



나무 밑동 안은 캄캄하고 숨도 못 쉴 듯이 답답했습니다. 이대로 죽는 것일까 두려움과 공포가 들었습니다.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개미굴 식구를 떠 올리니 무슨 방도라도 찾아야만 했습니다.



발자국이 끊긴 곳이 입구라고 생각한 아멜리아는 큰 소리로 고함을 치며 눈을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힘이 들었지만 단념할 수 없었습니다.



더듬이로 방향을 잡고 나뭇가지로 파헤쳤다가 돌을 들어 입구에 쌓인 눈을 걷어 냈습니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점점 힘이 들었습니다. 사지가 풀리고 목도 쉰 것처럼 목소리가 개미 소리처럼 나왔습니다.



모든 것이 실패로구나! 모든 희망이 사라지는 듯 눈은 눈 녹는 속도로 감기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힘을 모아 아멜리아는 '흐르는 촛불'을 불렀습니다.



"제게 마지막 힘을 주세요.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제게 지혜를 주세요."



기도를 마친 아멜리아는 '그렇지, 지금 나는  파수꾼 나무 밑동 안에 있지!'라는 말로 자각하고는 파수꾼 나무 잔뿌리를 사각사각 긁고 끊고 꼬집고를 반복했습니다. 파수꾼 나무의 재채기를 유도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한 것일까요? 마침내 파수꾼 나무는 '크어엉~ 취' 하며 베르단티아 숲의 정령을 모두 깨울만한 기침을 하자 나무 밑동을 막고 있던 눈덩이가 앓던 이 빠지듯 쑥 빠졌습니다.



아멜리아는 들고 갈 만큼의 식량을 가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개미굴 식구들을 보자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식구들은 동상 직전의 아멜리아 온몸을 감싸 안았습니다.



식구들의 온기가 퍼질수록 아멜리아의 울음은 통곡이 되었고, 그중에는 아멜리아와 함께 우는 개미도 있었습니다.



아멜리아는 자신이 오늘 겪었던 일을 개미굴 식구들에게 얘기했습니다.



고난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식구들의 행복한 모습이 180번 떠올랐기 때문이고,



눈이 감기는 순간 젖 먹던 힘을 긁어모을 수 있었던 것은 '흐르는 촛불'에게 지혜를 구하는 기도를 하면서 포기하지 않았고,



파수꾼 나무를 간질이는 아이디어가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은 '나는 계속 살아야 한다'라는 간절함과 인내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날 밤 아멜리아의 얘기는 달빛이 펜이 되어 베르단티아 숲속의 기록이 되었고, 이걸 놓칠세라 까마귀 블로그는 열심히 퍼다 날랐습니다.



어느날 빌도르는 속삭이는 창에게 이 얘기를 듣고 아멜리아가 새 개미굴에 들어가면 자신을 초대해 달라는 말을 블로그에게 전했습니다.






#실리콘헤이븐 #아멜리아 #흐르는촛불 #파수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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