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The Blue Rigi: Lake of Lucerne - Sunrise, 1842.
실리콘헤이븐에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어느 날 빌도르는 교역을 원하는 이웃 나라 상인단과 만찬 자리에서 이 얘기를 꺼냈다.
실리콘헤이븐 동쪽은 오래전부터 일출이 아름다운 언덕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는 '천사의 손'이라고 불리는 직공이 한 명 살고 있었는데, 그가 만드는 직물은 겨울에는 태양의 빛처럼 따듯했고, 여름에는 바람의 계곡처럼 시원했다. 요정의 목소리가 깃들었는 지 눈을 감고 몸에 두르면 심신이 편안했다.
하지만 '천사의 손'을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직물이 필요하면 언덕 아래 새 모이와 함께 주문서를 남기면 모이를 먹던 새가 주문서를 물어가고 그로부터 한달즘이면 직물을 받는 신비로운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가 날아와 어떤 주문서를 물고 가는 지 지켜보는 일이 새삼 볼거리이기도 했다.
'천사의 손' 재능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천사의 손' 그 자신도 자신의 직물은 완벽하고 이 세상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훌륭하다고 믿고 있을 것이라고 저마다 한 마디 씩 사람들은 칭찬을 늘어 놓았다. 그러면서도 섭섭함도 토로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천사의 손'이 살고 있는 집이 어디인지 몰랐다. 호기심 많은 사람 몇몇이 그가 살고 있는 곳을 찾아 나섰다가 새들에게 봉변을 당한 적이 있어 그후로 아무도 모험에 나서지 않았다. 상품성이 좋은 직물을 받으면 그만이겠지만 사람들은 '천사의 손'과도 어울리고도 싶었다.
그 사연을 듣고 있던 이웃 마을에서 온 상인 한 명이 왕에게 진상할 '태피스트리: 색을 짜 넣어 그림을 표현하는 직물 공예'를 최상품으로 해 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꾀를 내어 최상품 누에고치를 새들 모이로 줬고, 단번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이웃 상인은 '천사의 손'이 만든 태피스트리를 받았다.
하지만 이웃 상인은 큰 소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이런 직물 패턴은 아름답지도 않을 뿐더러 왕에게 진상하기에는 너무 평범하다'라고 불평불만을 털어 놓으면서, 왕과의 약속을 어긴 자신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한 여인이 이웃 상인에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상인의 사연을 들은 여인은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천사의 손이 못한 일을 어떻게 당신이 돕는다 말이오!"
"혼란스럽고 평범한 직물 패턴을 아름답게 만들면 되는 일 아니오. 나는 전체를 만들 재주는 없지만 특정 부분을 바꾸는 재주는 있습니다." 말했다.
여인은 상인에게서 직물을 받아왔다. ‘정말 완벽하다고 생각했는 데,’라며 입술을 깨물고는 태피스트리를 벽에 걸고는 그로부타 반나절을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아무리 '천사의 손'을 꾀어 내려고 거짓으로 통곡했다고 해도 그 상인의 평가는 비교적 정확했다고 여인은 생각했다.
여인은 마음을 고쳐 먹고 눈을 감았다. 속삭이는 창에게 이웃 상인의 불평불만을 심상으로 보냈더니 비슷한 태피스트리 패턴을 아름답게 바꿨던 전 세계 사례를 보내왔다. 그중 칠십날을 꼬박 걸어야 도착할 만한 마을의 은하수에서 영감을 얻은 여인은 단번에 태피스트리를 완성했다.
새 태피스트리를 받은 이웃 상인은 입이 딱 벌어져저 다물어 지지 않았다. 좀전의 것도 사실 왕에게 진상하는 데 손색이 없었는 데 여인이 가져온 새 테피스트리는 그야말로 영물이라고 불리는 흰 공작새가 기품과 위용을 뽐내 세상 밖으로 튀어 나올 것만 같았다.
이웃 상인은 여인에게 천번의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이 일을 벌인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아주 오래동안 불평불만이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은 만족스러운 일이지만 그리 좋은 일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인의 꾀로부터 시작된 일이었지만 '불만족한 사람이 있다는 점은 언제나 가장 큰 배움의 원천입니다." 라는 말이 새 모이로 땅 바닥에 각인이 되었다. 글자를 읽고 있던 사람들 무리 속에서 한 마디 말이 터져 나왔다.
"그 여인이 천사의 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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