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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Mar 04. 2024

[리더십] 카이로와 뉴뉴

전략컨설팅[H] 한봉규

1890_Claude Monet - Effect of Spring Giverny 1890.




'지혜의 숲' 깊은 곳 '세상의 나무' 위에 사는 까마귀 '카이로'는 매일 아침 햇살 가득한 나뭇가지에서 '깍~ 깍' 노래를 부르며 행복한 까마귀 갓생을 살고 있었습니다. 맛있는 벌레를 찾아 먹고, 세상 소식을 물고 온 제비 뉴뉴와는 가끔 브런치를 즐기며 평화로운 삶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뉴뉴의 세상 소식 얘기를 듣고 있던 중 참새 짹짹이가 날아와서는 인사도 없이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얘기인즉 작고 날씬한 몸매를 시기하는 송골매가 매일 같이 자신을 괴롭힌다며 무섭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뉴뉴와 카이로는 짹짹이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송골매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한 번도 없어 송골매는 착하다고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카이로는 뉴뉴와 눈을 마주쳤지만 짹짹이에게 해 줄 말이 궁했습니다. 난처했습니다. 딱히 해 줄말이 없었던 카이로와 뉴뉴는 불평을 쏟아내는 짹짹이 마음을 공감하는 제스처로 날개를 쓰다듬어줬습니다.



그렇게 두어 시간 동안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 한 짹짹이는 날아갔습니다. 카이로와 뉴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심했지만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기진맥진한 것입니다.



반나절을 쉬고 난 뉴뉴는 다음에 또 오겠다며 집으로 날아갔습니다. 카이로는 편안한 오후 시간을 보내려고 집 정리를 하려던 차 토끼가 찾아왔습니다.



"너는 르도빌 아니니!"



"르도빌이요. 저는 부드러운 코튼이에요. 카이로 님,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라고 시작한 코튼의 얘기는 여우 때문에 못 살겠다는 얘기였습니다.



카이로는 짹짹이가 다녀간 오전을 떠 올렸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여우가 찾아왔습니다. 토끼는 여우를 보자마자 도망갔고, 카이로 앞에 온 여우는 요즘 지혜의 숲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고 먹거리도 부족해 늘 배고프다고 불만을 터트리는 것이었습니다.



여우가 가면 뱀이 찾아왔고, 뱀이 사라지면 박쥐가 찾아와 온갖 불평불만을 카이로에게 쏟아 놓고 사라졌습니다.



카이로는 오죽 힘들면 저럴까 싶어 이해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를 궁리했습니다.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밤이 깊어 바람 쇨 겸 푸른 달빛 속에서 유유히 날개를 펼치며 지혜의 숲 밖 하늘을 날고 있을 때 카이로는 인간의 말소리를 들었습니다.



"'삶은 공평하지 않다. 우리는 그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 정도면 내일 실리콘 헤이븐 사람들에게 멋진 연설이 될 거야!"



카이로는 주저 없이 창문을 노크했습니다. 말하는 까마귀를 보고 놀랄 만도 한데 되레 반가워하며 자신을 빌도르라고 소개했습니다. 카이로도 자신의 이름을 얘기하고 방금 한 연설 내용이 어떤 뜻인지를 물었습니다. 빌도르는 카이로에게 친절하게 답변을 했습니다.



다음 날, 카이로는 참새 짹짹이, 토끼 코튼, 박쥐, 여우, 뱀, 송골매, 뉴뉴까지 모두 점심 식사에 초대했습니다.  



"친구들, 우리는 매일매일 불평불만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모든 괴로움은 모두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신은 우리에게 해결할 수 있는 시련만 내려 주십니다. 이 시련은 모두 똑같지 않습니다. 공평하지 않습니다.



이 말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서 산다는 것은 옳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짹짹이는 짹짹이 삶에서 옳은 일을 찾아야 합니다. 송골매의 괴롭힘은 해결할 수 있는 시련입니다."



"당해본 적 없으면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짹짹이가 카이로의 말을 끊고 화를 내며 돌아갔습니다. 코튼도 박쥐도 여우도, 뱀과 송골매도 모두 자리를 떴습니다. 뉴뉴만이 남아 카이로를 위로했습니다. 멀어져 가는 친구들 뒷모습을 보며 카이로는 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뉴뉴, 나는 옳은 일을 한 것이지!"



뉴뉴는 카이로의 날개를 쓰담쓰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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