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rden of the magician Klingsor, from the Parzival. Christian Jank. 1883.
눈을 번쩍 뜬 빌도르는 이부자리를 제치고 곧바로 책상에 앉았습니다. 간밤에 '호기심 많은 토끼'가 된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백 년은 족히 됨직한 나무들이 빽빽하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희귀한 약초와 꽃이 가득한 '지혜의 숲'에는 호기심 많은 토끼 '르도빌'이 살고 있었습니다.
르도빌은 부드러운 털과 총명한 눈동자를 갖고 있었고,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맹금류의 먹이가 되지 않은 빠른 발과 치타 급 방향 조절 능력을 늘 자랑했습니다. 지금까지 무재해 2024일 중.
그런 르도빌은 스잡이라는 이름의 여우를 존경했습니다. 숲 속의 장난꾸러기로 유명했지만 스잡은 영리하고 명석했습니다. 그를 싫어하는 무리들은 교활하고 속임수에 능한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르도빌은 그런 말은 듣지 않았습니다. 스잡과 친구가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스잡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르도빌은 존경심을 담은 물방울 편지를 보냈습니다. 르도빌은 자신도 스잡처럼 되고 싶고, 지혜의 숲에서 인기와 명성을 얻고 존경받는 르도빌이 되고 싶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편지를 보낼 때마다 단지 빠르기만 한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물방울 편지를 다시는 보내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편지 쓰는 시간에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로부터 르도빌은 스잡알 따라잡기 위한 탐구를 시작했습니다. 말과 행동, 먹는 음식, 만나는 동물은 누구인지, 위험은 어떻게 극복하고 겨울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어떤 목표를 갖고 매일매일 실천하는지 등등 스잡의 모든 것을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간 시간이 흘렀습니다. 다시 쓰지 않겠다던 물방울 편지를 마지막으로 스잡에게 보냈습니다. "나는 당신과 지혜의 경쟁을 할 것을 선언합니다"라고 짧고 대담한 한 문장을 쓴 것입니다. 이 편지를 읽고 당황하는 스잡의 얼굴을 상상하며 '지혜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만난 고슴도치 조니는 드잡이 없었다면 우리 종족은 적을 만났을 때 날카로운 가시로 위협하는 방법조차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만난 눈동자 만한 벌새 역시 동료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알려준 스잡은 천재라고 말했습니다. 세 번째 네 번째 만난 동물들 모두 스잡을 칭찬했습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르도빌은 자신이 준비한 영특한 지혜는 쓸모없는 것인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축 처진 뒷다리를 질질 끌고 지혜의 숲 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을 때, 덤불 쥐 한 마리가 르도빌에게 다가와서는 대뜸 "존경하는 르도빌, 당신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뛸 수 있는 것입니까!"라며 그 마법을 배우고 싶다고 애결복걸 했습니다.
르도빌은 직접 뛰어 보이기도 하고 친절하고 자세하게 속력을 내는 방법을 덤불 쥐에게 설명을 했습니다. 자신도 곧 스잡과 같은 명성을 얻겠지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는 데,
"르도빌이여, 그건 당신의 방법입니다. 우리 몸은 겨우 10cm에 불과합니다. 당신이 말한 속도를 내는 방법은 우리에게 맞지 않습니다. 우리는 배워도 써먹지 못합니다. 실망입니다." 덤불 쥐는 사라졌습니다.
르도빌은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태양은 어느덧 오후 4시의 햇살로 바뀌었습니다. 그때 바람의 나무가 말했습니다.
"르도빌이여, 누구에게 고유성이 있다. 고유성은 존중의 대상이지 누구나 배우고 따라 한다고 해서 존경받는 것은 아니다! 고유성을 존중하는 삶이어야 한다."
"고유성이라고!" 바람의 나무가 써 준 '고유성' 글자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글자를 꺼내자 바람처럼 사라질 것 같아서 르도빌은 두 손을 모아 글자를 양손 안에 가두고 혼잣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지혜의 경쟁에서 스잡에게 졌습니다. 당신만큼 똑똑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갖고 있지 않은 재능과 내 고유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빌도르는 잠에서 깨어난 것입니다.
이 꿈 얘기는 실리콘헤이븐 곳곳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고유성'은 무엇인지, 왜 우리에게 있는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카페에서 거리에서 시장에서 연일 계속되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빌도르는 자신의 고유성을 언제든지 누구의 간섭 없이 얘기할 수 있는 광장을 만들었고, 그 광장에는 자신의 고유성을 적은 플래카드와 깃발이 나부끼도록 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과 고유성, 역량과 존재의 힘을 마음껏 피력했습니다.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삼삼오오 무리가 생겼고, 그 무리는 그룹이 되었습니다. 놀라운 일은 그렇게 의기투합하면 할수록 실리콘헤이븐에는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났고, 싸움도 줄고, 이민족에게 관대해졌습니다. 자신감이 넘쳐났습니다.
더 놀라운 플래카드며 깃발은 누군가 손댄 흔적도 없는데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그 자리는 또 새로운 사람이 쓸 수 있도록 빈자리가 되었습니다.
이 현상을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문화도 생겨났습니다. 이런 일이 매일 새롭게 발생하는 이 광장을 사람들은 '지혜의 토끼 광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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