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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수동삵쾡이 May 03. 2019

강남역 뒷길을 걷는 감성팔이

우울함 디스트리뷰터



BGM - Keaton Henson - You Don't Know How Lucky You Are

https://www.youtube.com/watch?v=MfvcPeWO8yk


브금을 틀어줘 

중간에 있는 글 안읽어도 사진하고 브금만 들어주면 대충 내 기분을 알수 있을거야 

정 심심하고 주말밤인데 시간만 남아도는 사람들은 글도 읽어라 

별 내용은 없지만  

35살 먹고도 철이 들지 않는건 

가끔은 축복이고 

거의 보통 고질병같은거야 


금요일 저녁에 있잖어 

번화가 시작하는 부분에 나가서 잠깐 서있으면 

다들 약속이라도 있는것 처럼 

-물론 있겠지만..없으면 여기로 오는게 아니라 집으로 가겠지-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이 되게 많잖아 


나는 아무곳에서도 부르지 않는데  

그렇다고 내가 어딜딱히 가려고 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야 



직장을 한두곳 옮겨 다니다 보면 

그간 근무하면서 사람들도 만나도 헤어지고 이런저런 관계들이 생겨나잖아 

결혼식장에 청첩장 받아서 가면 와 결혼 축하해 하면서 

퇴직하고 3-6개월이면 보통은 연락이 끊어지곤 하지 



그런 잠시의 임시적인 인간관계는 꼭 필요한걸까? 

예전 직장에서는 좋아했던 회사 후배 동생이 있었는데 

퇴사하고 나니까 사석으로 얼굴 딱 두번보고 이제는 신년에 인사도 안오더라고 

후....사랑했다 지은아.. 

뭔소리를 하고 있는거지 



아무튼 문득 든 생각이 

사실 이새끼들도 다 할일이나 목적이 있어서

여기를 지나고 있는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 

그래서 버스를 타려고 1번사진에서 기다리던 정류장을 그냥 나와서 

강남역 뒷길을 따라 걸어가려고 가고 있었지 



큰 빌딩들이 시야를 가득 메우고 



가는 길마다 사람들이 길을 가득 채우고 있었어 

혼자 걸어가는 사람은 몇명뿐이었지만 

다들 어디로 가고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음 



나도 분명히 어릴때는 친구가 꽤 있었던것 같은데 

고등학교 시절 제일 친했던 친구는 내가 대학교 다니고 있을무렵에 연락와서 

돈빌려달라고 하다가 내가 돈이 없다고 하니 그이후로 연락이 끊겼고 

몇명은 이민가서 가끔 메일이 오고 

몇명은 살아있긴 한건지 모르겠네 



아무튼 이렇게 금요일 저녁에 술한잔 하려고 

불러낼 사람이 없는건 참 슬픈일이야 

물론 있어도 골치 아프지만 



나라는 인간은 사실 굉장히 부족하고 모자란놈이라 

남들이 100만큼 노력해서 하는 뭔가를 하려면 

12-140 정도의 뭔가를 쏟아 부어야 할수있는 그런 인간이거든 


그래서 부모님한테 1인분의 아들자식으로 

회사에서 1인분의 잡부로 

살아있는 인간으로 1인분정도로 

유지만 하는데도 내 대부분의 정신력이 소모되어 버리는것 같아  



어떤사람들은 인간관계나 사랑, 우정등으로 에너지를 얻어서 

그것으로 살아갈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런것들을 유지하는데 에너지를 어느정도 소비하면서 사는 인간이거든 

내 인간관계에서 소비형이 아닌 상태는 집에 들어갔을때 

오늘도 수고했다고 맞아주는, 같이 등을 맞대고 맥주 마시면서 

아 오늘도 살아있느라 수고했노라며 재잘거릴수 있는 그런관계가 끝이거든


개나 고양이를 한마리 키우고 싶은데

개나 고양이의 세계관이 나로 채워지는 불행한 축생의 삶도 좀 그런것 같아서 안키움



아무튼 그래서 이렇게 아까 빈속에 마신 플라스틱병 소주가 위벽을 긁는지 

신물이 올라오며 취기가 돌쯔음에

사진을 한장 찍으니 

내가 취기에 몸이 기우는건지 

세상이 기울어져서 삐딱한건지 싶을리가 없고 


아 빨리 집에나 가야겠다 생각을 하면서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사진찍고 전진을 반복한다 

술집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젊은 아가씨 

회식인지 단체로 고기집에 들어가는 아저씨 군단 

어린 회사원차림의 남자와 어깨에 손올린 중년의 간부느낌의 아줌마 

처음처럼 홍보다니는 커플 

폐지를 모으는 노년의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거드는 할머니 



약속도 없는 너같은 새끼는 이쪽 가게들은 진입금지라고 말하는건가 



사실 나는 대인 기피증 같은게 있어서 

사람을 처음 대하는게 매우 어렵다 

이사람이 괜찮구나 하면 한없이 이사람 위주로 생각하고

이새끼 씹새끼 하면 한없이 좆같이 구는 그런 



아무튼 밤거리를 그렇게 걸어가고 있는데 배도 고프고 마음도 허전하고 그런 상태였어 

해는 슬슬 멀리 산을 넘어서 반대편에는 남색이 올라오고 

길은 점점 어두워 지고 



남색 하니까 갑자기 내가 전에 썼다가 욕만 겁나 먹은 호쿠사이의 수탉 이야기가 생각나네  



1800년대 일본의 대표적 화가 후쿠사이에 대한 일화이다. 

어느 날 후쿠사이의 친한 친구가 그를 찾아와 수탉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수탉을 그려본 적이 없는 후쿠사이는 친구에게 1주일 후에 오라고 했다. 

1주일 후에 친구가 찾아오자 약속을 미뤘다.

한 달,두 달,6개월…. 그런 식으로 3년의 세월이 흘렀다. 

친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후쿠사이에게 화를 냈다.

그 모습을 본 후쿠사이는 말없이 종이와 물감을 가지고 오더니 순식간에 수탉을 그려주었다. 

완성된 그림이 얼마나 생동감이 있던지 마치 살아있는 수탉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림을 본 친구는 기뻐하기보다 왜 3년씩이나 기다리게 했느냐며 따졌다.

그러자 그는 아무 말 없이 친구를 자신의 화실로 데려갔다. 

커다란 화실 사방에는 3년 동안 밤낮으로 연습한 수탉의 그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 그림을 본 친구는 후쿠사이에게 

"이런 개 호로새끼가 이정도면 됐다 싶으면 그려서 줘야지 내가 이 개지랄병을 할때까지 간을 보고 자빠졌네

내가 시발 끓여먹는 찌개국물도 아니고 개씹호구로 보이냐 이 좆만한 새끼야"

라고 외치며 후쿠사이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후쿠사이는 외쳤습니다 

"자네! 이게 지금 뭐하는겐가!" 

"가만히 있어! 네놈의 수탉을 보고 말겠다!" 

친구는 후쿠사이에게 달려들어 거칠게 바지를 끌어내렸습니다 

그순간 벗겨진 후쿠사이의 하반신을 본 친구는 겁먹은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프....프테라노돈!!!"   




불과 5년전인데 5년전의 나는 무슨생각으로 이딴글을 쓴지 모르겠다 

하기야 그때는 무슨생각으로 "그" 사이트에서 글도 썼나 싶지만 

출판 어쩌고 준비해보면서 생각하니 병신짓은 빨리 관두는게 상책이구나 하면서 접길 잘했지 


여러분도 인터넷에 글쓰는것에 대해 잘 생각해보세요

여러분들은 대부분 미취학아동이상의 자아가 많이 굳어진 인간이지만 

커뮤니티에 쓰는 글, 댓글은 여러분들과 다른 인격이 아닙니다 

좆같은 글과 댓글을 쓰면 여러분은 좆같은 인간이에요 

좋은글과 댓글을 쓰면 여러분은 좋은인간일수도 있습니다 

히히히히 오줌 발싸!!!! 



호객하는 아주머니의 손이 바빠진다 

아주머니는 아마 수백장의 전단지나 명함을 돌리고 나서야 

어두운 밤거리를 아이들에게 줄 과자한봉다리랑 두부같은걸 사들고 돌아가실수 있겠지 

전단 한장 받아드리는게 어려운것도 아니고 하며 전단을 받았는데 

키스방이었습니다 

아줌마 뭘 돌리고 있는거야 



사람이 많어 

글이 점점 길어서 지루하시죠 저도 그래요 



스토킹 시뮬레이터 강남DLC 같네요 

실제로는 제가 카메라를 향하고 있는데 뒤에서 사람이 나온겁니다 



이렇게 보면 진짜 많음 



세로로 보면 숨막힘이 증가함 



어두워지는 밤거리에 전조등이 한가득 



알바로 리스펙트, 알바몬 

실제로는 리스펙트 없고 디스리스펙트는 많이 당하지 

카페에 와서 다방커피 달라고하는 할아버지에게

카페라떼에 시럽 5펌프 넣어서 드려본 사람은 알거야 



저쪽에 버거킹이 있었던것 같은데 하는 샷 



왜찍었더라 

횡단보도 건너는 샷 



차가 숨막히게 많은 샷 



이 사진의 제목은 

"갸아아아악/구아아아악" 입니다 

잘지은것 같음 



버스를 타고 동네로 넘어왔음 

글이 점점 짦아지는건 이제 쓸 뻘소리가 없어서 그래 



동호대교 

언제 너희들 심심하면 동호대교를 걸어서 건너봐 

옥수역에서 내려서 올라가면 

동호대교를 바로 건널수 있고 넘어가면 압구정역이 금방 나오거든 

동호대교가 한강전체에서 다리부터 한강 밑바닥이 가장 긴곳이래 

숨은 핫플레이스라고 그러더라고 

나도 출근중에 하얀 국화꽃다발을 자주 보면서 출근하고 있어 



아무튼 그렇게 한가한 동네길을 조금 따라 걸어서 방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이런 길을 보고 있으면 연어떼를 보는거같다는 생각이 들곤해 

연어가 산란은 강에서 하고 바다에 갔다가 산란하러 다시 강에 오잖어 

다들 어딘가 직장에 가게에 돈벌어서 먹고살려고 아니면 가지가지의 이유로 

우르르 아침에 헤엄쳐 나갔다가 

저녁되면 우르르 집으로 향하는거지 

그리고 집에와서 죽....


이건 아닌것같은데 아무튼 그런거 있잖아 



나도 졸린것같다 빨리 자야지 

아무튼 감성팔이는 여기까지야 

다음주 한주도 직장인도 알바생도 백수도 다들 즐거운 한주가 되길 빌게 

다음주에는 나도 엄마도 퇴원하시고 나도 정리할거 하고 나면 

전에 마음먹은것처럼 사진도 매주 찍으러 가고 운동도 다시 시작하려고 

살아서 다음에 또 글쓸게 수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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