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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밸류에이터 최원준 Jan 18. 2023

8. 부검 결과로 얻은 충격적인 사실

부검메일과 퇴사자 인터뷰 결과 직시

50인 이하의 중소기업이 당면한 문제들은 500명 이상의 기업들과 다르지 않다. 아마 취업 준비를 하는 분들이나 신입사원들이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일 것 같다. 현직에 있다 해도 1년 정도 신입사원으로서 타기업과 비교는 '카더라'에 의존, 실무에서 현장을 겉보기엔 사전에 알고 있던 것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많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들여다보자면 특히 월급과 복지측면이 크게 다르다. 그러다 잘 찾아보면 복지도 급여도 좋은 보석 같은 중소기업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문제 중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처럼 해결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HR일 것이다. 구인난, 구직난 모두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하긴, 기본급 주면서 야근을 원하거나 억지로 회식에 참여할 것 같은 중소기업에서 버티다시피 자리에 앉아있느니, 시급이 높아진 지금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가 감정노동이 훨씬 덜하고 편할 것이다. 


최근 F사에도 좋은 인재를 잡고도 3개월 이내의 조기퇴사로 인원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잡아야 할까. 


앞서 ep7. 에서는 '겉바속촉'의 문화를 잘못 적용해 속이 덜 익은 역겨운 회사의 모습을 비유했었다. 이를 적나라하게 대변해 주는 것이 퇴사자와의 마지막 인터뷰다. 퇴사자들이 어떤 경유로 들어왔든 나가는 이유를 잘 들여다보면 회사의 문화와 내/외부 실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직면할 수 있다. 최근 넷플릭스의 부검메일이 HR 인사담당자들에게 그 의미에 감동하여 적용하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HRBC로서 필자도 F 퇴사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함께 부검메일(구글폼)을 통해 당사의 문제들을 직면했다. 


부검메일 결과 직시하기


부검메일 양식에 적용한 몇 가지 문항과 가명의 퇴사자 2명의 답과 인터뷰를 공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5점 척도로 진행, 1점 불만족, 5점 매우 만족)



1. 당신의 기술 또는 역량이 본사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고 느끼시나요?

- 지훈 2점 : 경력직이지만 업계 변동이 얼마 되지 않았다. 당사의 직무와 현장에서 기술, 역량을 배우는 것이 쉬웠지만 회사나 개인이 발전하는 데에 한계를 느꼈다.

- 영숙 1점 : 신입사원으로서 기여하기보다 배우는 과정이 많았다. 배운 것은 많으나 신입사원에게는 업무가 너무 많은 편이다. 직급, 직책 등 체계가 부족하다.


2. 얼마나 자주 자신의 기여가 인정받았다고 느꼈습니까?

- 지훈 3점 : 인정받고 들어왔으며 인정받고 나간다. 하지만 인사팀, 동료 외 임원직에게는 어쩌면 전혀 인정받지 못한 것 같다. 애초에 대표와는 퇴사하는 오늘 가장 많은 소통을 한 것 같다.

- 영숙 1점 :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직무와는 별개로 영업적 측면을 강조하며, 기여한 바에 대해 무시받았다.


3. 상사는 결정을 내릴 때 직원의 의견을 얼마나 자주 들었습니까?

- 지훈 1점 : 팀장님(필자)과 소통 중이지만 팀장님의 인사 계획들에 따라 회사가 변화나 발전이 있을지 의심이 듭니다. 팀장님의 실력과 경험, 함께하는 소통은 너무 좋습니다. 그러나 임원진들이 불통이고 직원과 변화에는 관심이 없다고 확신이 듭니다.

- 영숙 1점 : 의견에 꼬투리를 잡는다. 내 방식보다 더 좋은 방법을 조언한다. 현실적일 수 있으나 과거에 얽매여 사는 듯하다. 타 직무에 있어서도 직원들의 의견은 무시받고, 대표보다도 이사의 의견에 따른다.


4. 전체적으로 동료들이 얼마나 좋았나요?

지훈 3점 : 일반적인 회사 같다. 동료들과의 소통, 협업은 잘 이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회의 문화는 최악, 문서가 흘러가는 방식에는 체계가 없고 불편한 점이 많다.

영숙 5점 : 직원, 동료들 간의 소통은 즐겁고 재미있다. 동료들끼리만 회사를 운영하면 어떨까 싶다. 



F사가 특정 회사라면 절대 가서도 발을 들여서도 안될 회사다. 그럼에도 나는 이 F사의 체계를 바로 잡아야 할 책무가 있다. 필자 역시 팀장이자 이사로 역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를 포함한 임원들은 변화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이를 대변하듯 부검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부검 결과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해 본 결과 경력직 '지훈'과 신입 '영숙' 모두 동료와의 소통은 보통 이상이지만 임원급 상사들과의 불통과 그들의 변화무쌍한 모습에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다. 참다못한 영숙은 "그 따위로 말할 거면 나가"라는 호통에 바로 짐을 정리하고 나가버렸고, 참다못한 지훈은 "제가 버티는 것은 서로 의미 없을 겁니다."라며 회사의 문제점들을 필자에게 신날 하게 비평해 주고 안녕을 고했다. RIP.. (rest in peace)



무엇보다 이런 상황을 직시하는 HRBC인 필자는 안타까움과 함께 흥미로움도 느끼고 있다. 독자들도 솔직히 바로 인지하고 있듯이, F사의 문제점은 명확하기 때문에 해결방법 또한 명확하며 그 방안을 적용해 보는 시도 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작더라도 F사는 변화의 씨앗을 얻게 되는 것이니 나는 너무 기대되고 즐거울 뿐이다. 변화를 원하는 필자의 마음은 다른 직원들과의 소통에서도 공감을 얻었다. 총무를 보고 있는 A, 교육에 관심 많은 개발자 B, 호기심 많은 영업팀 C 모두 앞으로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역시, 문제는 임원진과의 소통에 있었다. 채용 프로세스를 어떻게 바꾸든, 회사 체계를 어떻게 잡아가든 회사의 운영이 임원들에 의해서만 움직이고 있는 현재 발전은 없을 것이다. 



나는 산업과 기업을 물고기에 비유한다. 예외들이 많을 테니 완벽한 비유는 되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어떤 산업은 바다와 같고, 어떤 산업은 냇물과도 같다. 그 물줄기에 맞게 기업의 생태계는 맞춰져 있고 기업들은 자신의 환경에 맞게 진화해가야 한다. 산업의 규모는 크지만 작은 회사는 피라미다. 피라미들은 덩치 큰 잉어들이나 기존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들과 맞서 싸우기보다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을 찾아내느라 힘쓴다. 이런 경우에 놓인 중소기업 대표들은 얼마나 답답한 실정이겠는가. 물고기 자체를 보면 대가리를 맡은 임원들은 중추신경을 통해 모든 지느러미들을 힘차게 저어줘야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 그 중추신경이 바로 '소통'이다. 중추신경은 일부라도 끊어지면 자연 생태계에선 약육강식에 따라 죽음이 뒤따른다. 기업도 마찬가지, 도태되고 폐업이 따를 것이다. 다만, 기업이라는 생태계는 사람들의 모임으로서 관계와 소통을 다시 원상태 또는 진화시킬 수 있다. 중소기업 F사도 피라미 수준이 아닌 붕어, 잉어처럼 큼직하고 멋들어지게 진화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현재 상황 : 계획한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해 직급, 직무에 큰 변화를 주도하려 했으나 대표는 O 상무는 X표를 던지며 일이 얽혀만 있었음.. 그럼에도 필요성은 느꼈는지 모든 직원들의 승진으로 모두 '부장'이 되어있음.. 리더의 잘못된 소통에 의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정확한 의미와 본질의 왜곡이 예상되는 험난한 길이 펼쳐졌다... 응원부탁드립니다...)


어쩌면 냇가에서 시작해 큰 강, 바다로 나아갔던 연어들이 다시 자신들이 태어난 냇가로 돌아와 알을 낳는 수고는 최고의 인사팀 역량이 아닐까 생각된다. HRBC 로서 F사가 연어로 진화하는 과정에 '소통'의 중추역할을 맡음으로써 기여하고자 글을 쓰는 나는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오늘도 성찰해 본다.


⏰ 자문자답 Time


✒️ 온보딩이란 무엇인가?   

Onboarding-System을 구축한다고들 한다. 이는 입사 이후 현업, 현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신입) 교육과 직무, 직책 확정을 통한 실무 평가 및 멘토링을 시행하는 등의 전 과정을 말한다. 신입사원 OJT 또는 경력직 입사 이후 명확한 직책, 실무역량 적용, 소통 방식, 문화적응 등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코칭, 멘토링 등으로 돕는 프로세스라고 볼 수 있겠다. 말 그대로 실무 현장이라는 바다에 A기업이라는 '배'에 B직무로 잘 올라타 제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 과정에서 배 멀미 나지 않게 해주는 것 또한 HRBC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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