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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달림 Apr 30. 2021

드뎌  촐라패스를 넘어 당락

열째 날  넘은  촐라패스

촐라패스를 넘는 날이다. 출발은 평소와 같이 출발해도 될 것 같은 일정인데 촐라패스는 한 팀씩 넘는 것이 아니라 종라 롯지에 투숙한 모든 트레커들이 함께 출발하는 게 불문율이란다. 그건 험한 길과 급변하는 날씨에 대비하여 안전을 위해 함께 걷는다. 롯지에 있는 촐라패스를 넘는 모든 트레커는 05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함께 출발한다. 아침식사는 전날 미리 주문을 받았다.


같이 촐라패스를 같이 넘을 트레커는 예순다섯인 미국인 어르신은 가이드와 포터가 있고, 포터도 없이 온 캐나다 총각 한 명과, 아씨 두 명, 우크라이나에서 온 남자 한 명과 우리 팀 포터 두 명 포함 네 명이니 모두 열한 명이 촐라패스를 넘는다. 아침식사는 네팔식 셑트 메뉴로 입맛은 그다지 없었지만 중간에 아무것도 없으니 잘 먹어 두어야 걸을 수 있어 억지로 깨끗이 비웠다.


롯지 내부 모습과 출발 전에 식사비와 숙박료를 계산


선두는 미국인 포터가 앞서고 뒤에 가이드가 진행하고 맨뒤는 캐나다인 세명이 후미에 따라오는 데 후배도 뒤에서 속도를 조절하면서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올라갈수록 경사가 심해지고 바윗길을 만나기도 하고 오른쪽으로 크레파스가 있는 길도 있어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하는 위험구간도 있다. 자칫 잘못하여 미끄러지면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도 있는 급사면 길도 있다. 가이드북에도 겨울철에는 가이드와 포터 없이는 절대 넘지 말고 혼자 넘는 일은 하여서는 안 된다는 주의구간이다.


한 팀이 되어 넘는 촐라패스
뒤돌아 보면 아득히 보이는 아마다블람(좌) 미국인 트레커를 앞세우고 동료가 되어 걷는 촐라패스(우)블
고산의 느낌 팍 오는 백설 구간
위험한 크레파스 구간 미끄러지면 사고로 연결되는 구간


촐라패스는 촐라체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높이도 5,360m로 웬만한 봉을 오르는 높이다. 아찔한 구간을 넘으면 촐라패스 정상(5,360m)에 오르는데 늘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이라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아 바람도 그리 심하게 불지 않고 전망도 좋아 우리가 올라온 아마다블람과 촐라체봉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더. 당락으로 가는 하산길은 상부가 급사면이라 조심을 해야 하는 구간인데 국내 동계 산행에서 많이 접해본 구간이라

아이젠을 장착한 상태라 스틱을 이용하여 빠르게 하산을 할 수 있었다. 


미국인 포터가 매고 가는 짐을 매 보았다(좌) 촐라패스 정상에 있는 쵸르덴(우)
5,360m 촐라패스 정상


내리막 길에는 포터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신나게 하산을 하였다. 국내 산에서 걷듯 빠른 걸음이 된다. 고소에서 일단 해방된 느낌이다. 일단 촐라패스를 넘으면 각자 갈길을 가는데 빨리 가는 팀이 있는 반면 쉬면서 오는 팀도 있다. 하산 중에 촐라패스를 반대로 넘는 한국에서 온 50대 남자 한분과  여성 한 분을 만났다. 그 팀은 렌조 패스를 넘어 교쿄리를 오르고 촐라패스를 넘는다고 한다. 우리와 반대 길을 걷고 있다. 교쿄에 가면 교쿄리를 오를 때 아직 한국분은 1시간 안에 교쿄리를 오른 사람이 없으니 한번 도전해 보라는 말을 전해 준다. 고산을 시간을 재며 오른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무슨 의미는 알 것 같다. 한번 도전해 봐 하는 생각도 든다.


너덜지대와 눈길을 걷는 하산길
블루 앤 화이트의 히말라야 산


그분들과 헤어져 당락으로 내려오는 길은 눈길로 내리막이라 편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그런데 트레킹 길옆에 어제 본 티베트 눈 꿩이라고 하는 꽤 통통하게 살이 찐 새를 만났는데 5,000m가 가까운 척박한 곳에 살면서 인간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뭘 먹었는지 살이 통통하니 찌고 털에는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일본 북 알프스에서는 뇌조가 있고 히말라야에는 티베트 눈 꿩이 산다.  산아래로 내려가면 먹이도 풍부한데 여기서 사는 건 어떤 이유인지 궁금해진다.


당락 가는 길에 만난 살이 통통히 오른  티베트 눈꿩


고도를 낮출수록 눈의 량이 적어지며 날씨도 포근해지면서 계곡 아래로 롯지가 보인다. 그곳이 당락이며 오늘의 트레킹 종점인데 10시 30분에 도착하였다. 당초 7 ~ 10시간 걸린다는 구간을 5시간 30분에 넘었으니 시간이 많이 여유로우니 후배는 다음 롯지까지 가자고 하고 포터들은 오늘 여기까지 오기로 했으니 더 이상 못 가겠다고 한다. 


감자 심을 밭을 일구는 아낙(좌) 당락의 롯지(우)


그들의 생각은  빨리 걸은 것이고 오늘 걸을 거리는 다 걸었다는 것이고 후배의 생각은 시간이 여유가 있으니 충분히 다음 롯지까지 갈 수 있으니 가자는 말이다. 두 사람의 말이 다 맞는데 포터는 그들의 몸뚱이가 재산이고 트레킹 일수가 줄면 수입도 주니 응해줄 리 만무하다.  그들을 설득하느니 후배를 설득하는 게 빠르다.


5,000m가 넘는 고산지에도 밭을 일구는 아낙들이 있다. 이곳에 감자를 심는다고 괭이로 밭을 파고 있다.  다들 나들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이 따로 있다. 여유 있는 시간에 특별히 할 일은 없고 남는 게 시간이니  밀린 양발 빨래를 했다. 눈 녹은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고무장갑을 껴도 엄청 차갑다.  현지인들은 그 찬물에 맨손으로 큰 빨래도 잘한다. 어제 종라부터는 고소에 대비하여 한 알씩 먹던 두통약 타이레놀을 끊었는데도 두통이 없는 걸 보니 고소 적응이 된 것 같다. 고소는 극복이 아니라 적응이다.


당락의 롯지 앞을 흐르는 눈녹은 물 여기서 빨래를 한다.(좌) 당락 롯지 주변 풍경(우)


오늘도 오후에는 해바라기와 책 읽기로 시간 죽이기를 했다. 적막한 당락 로지에 한가한 오후 시간과 밤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딱히 할 일이 없다. 아직도 눈바람은 차가워서 햇볕에 있어도 파카를 입어야 할 정도로 춥다. 고산의 시간은 아날로그 시간이라 더디게 간다. 같은 하루라도 히말라야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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