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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달림 Aug 27. 2024

     런 다이어리 함께 달리면 모두가  행복 뿜뿜

가을이가 오는 한강길 아침 달리기

당산나들목 반환점으로 접어들면서 보행자 길에서 자전거 길로 들어서면서 자전거는 없는지 살필 때 40대 초반의 젊은 런너가 달려온다. 앞서 보낼까 말까 하다가 그냥 내 페이스로 반환했다. 당산나들목까지만 달릴 수도 있을 게다. 잊고 나만의 페이스로 양화대교를 지나 달리는 아침이 폭염의 8월로 들어 처음으로 상쾌하다는 느낌이 드는 날이다.


25도의 기온이지만 습도가 낮으니 달리기에는 한결 낫다. 오늘만 같아도 달릴 맛이 나는 날이다. 약하게 불어오는 앞바람에 큰 선물을 받은 듯 모처럼 기분 좋은 달리기다. 양화지구를 지날 때는 한두 방울 빗방울이 날렸지만 여름날 달릴 때에 비가 오면 땡큐다.


성산대교 아래를 지날 때쯤 젊은 친구가 앞으로 나아간다. 누구지? 살펴보니 당산나들목에서 만났던 그 젊은 런너다. 그럼 2km 정도를 내 뒤만 따라왔나 보다. 젊을 때는 앞서 가는 꼴을 못 보고 어쨌든 앞서야 직성이 풀렸지만 이제는 놔둔다. 아니 그럴 필요도 여력도 없다. 그런데 이 친구와 거리가 벌어지지 않는다. 달릴만한 날씨에 이제 몸도 풀렸으니 동반주를 했도 좋겠다. 마라톤은 분명 혼자 달리는 개인 경기지만 우리는 모두 함께 달린다. 42.195km를 혼자 달리라 하면 달릴 수 있을까? 거기다 좋은 기록으로 완주할 수 있을까? 함께 달려야 달리는 맛이 나고 기록도 좋아진다.


앞에서 끌어주니 따라만 가면 되니 한결 편하다. km당 5분 31초 속도가 5분으로 빨라졌지만 호흡도 거칠지 않고 편한 달리기다. 이런 날은 몸의 피로도 적다. 안양천 합류부를 앞두고 갑자기 점점 속도를 높인다. 직감으로 그가 정한 피니쉬가 가깝다는 거다. 그날 훈련의 마지막 거리는 최대한 빨리 달려야 훈련의 효과가 있다. 그 런너는 안양천합류부에서 멈췄고 거친 숨을 몰어 쉰다. 아직 3.5km는 더 달려 구암나들목까지 달려야 한다. 앞에서 끌어준 게 고마워서 "수고했습니다." 인사했더니 손을 높이 들어 흔들어 주니 흐뭇한 아침이다.


이제 그를 뒤로하고 혼자만의 페이스로 달려야 한다. 그간 폭염에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체력 소모가 많았던 날들이었다.  간밤에는 잘 때 선풍기를 켜지 않고 잠자리에 들어고 새벽녘에는 홑이불을 끌어당겨 발까지 덮고 잤다. 긴 더위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건가? 지난 처서날 경기 옛길을 걷던 중 봉화길 제1코스인 하남검단산역에서 덕풍천길을 걷다가 남한산성 북문인 전승문 아랫마을 고골을 지나면 잘 익은 밤송이가 떨어져 있어 발로 밤송이를 까보니 그새 튼실한 알밤이 쏙 나왔다. 이 폭염의 더위 속에서도 가을이는 우리 몰래 오고 있었다.


한번 탄력을 받은 몸은 잘도 나간다. 불어오는 상큼한 앞바람에 오랜만에 신난 발걸음을 재촉했다. 더울 때 기를 쓰고 달려도 5분 달리기가 힘들었지만 오늘은 편하게 달리기가 된다. 몸이 노화되어 속도가 나지 않는 줄 알았는데 더위에 밀려 주눅이 들어 있었다. 마지막 1km는 조금 속도를 높여 달려 보니 4분 41초까지 올라간다. 폭염에도 꾸준히 달린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기온이 쫌만 더 내려가고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달리는 맛을 즐기며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여름아, 이제 그만 떠나 주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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